지난 4월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이 온 국민의 애도 속에 열렸다. 이날 고 민평기 상사(34)의 어머니 윤청자(67)씨는 영결식 도중 눈물을 흘리며 강기갑 의원에게 다가가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 쟤들이 왜 죽었습니까" 라며 "주면 무기만 만들어서…. 누구 좋은 일 하라고, 우리 국민 더 죽으라고 이거 주장합니까" 라고 성토하며 이어서 "정치만 잘하세요. 이북 주란 말 좀 그만 하세요. 피가 끓어요"라고 오열하다 쓰러졌다. 행사요원들의 만류로 부축을 받으면서도 윤청자씨는 강기갑 의원에게 "이북놈들이 죽였어"라며 "그 소리(대북지원 주장) 절대 마세요"라고 통곡했다.

그런데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는 지난 6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참석하여, 행사 전 “작지만 무기구입에 사용하여, 우리 영해 영토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달라”는 편지와 함께 성금 1억원을 대통령실 이희원 안보특보에게 전달한바 있다.

농사일을 하는 농민에게 1억원은 엄청나게 큰 돈이다. 농사일을 하면서 평생 안 먹고 아낀다 해도 농부가 1억원을 손에 쥐어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큰 돈을 우리 영해·영토에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무기 구입에 사용하라고 하면서 아낌없이 내놓았다. 윤청자씨는 평소 "부자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에 비하면 부자"라며 "빚지지 않고 살면 부자"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34세 막내아들을 잃은 윤청자씨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시골집에서 부군 민병성(71)씨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 2일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 집에 젊은 여성이 택시에서 내렸다. 윤청자씨의 둘째 아들을 만나 그 아들에게 봉투하나를 건넸다. 어머니 윤청자씨는 서울아산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 집에 없는 사이였다.

몇 시간 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대로부터 “돈을 잘 받으셨느냐” 라고 묻는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윤청자씨의 둘째 아들은 그제야 봉투를 열어봤다. 정관장이 든 상자와 연두색 종이로 싼 천원 짜리, 만원 짜리 돈다발이 나왔다. 총 830여만원이었다. 편지봉투 안에는 정성스레 쓴 편지도 들어 있었다.

“존경하는 윤청자 여사님께. 저희들은 경기도에서 조그만 중소기업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입니다…얼마 전 TV를 통해 여사님께서 (천안함 폭침사건 포상금으로 받은) 1억 원이라는 거액을 나라를 위해 써달라고 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저희는 큰 회사도 아니고 직원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고귀한 마음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나마 부응해드리고자 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여사님께 보내드리는 성금을 모았습니다…액수도 많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 회사 이름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윤청자씨는 이틀 뒤인 7월5일 오전 일찍 부여 집을 나서 죽은 아들이 근무했던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갔다. “내 이렇게 황송한 돈을 어찌 쓰겠나. 고생하는 군인에게 보탬 되게 써주소.” 하면서 830여만 원을 편지 복사본과 함께 제2함대에 전달했다.

전에도 윤청자씨는 막내아들의 모교인 부여고 학생들이 성금 120만원을 걷어 가지고 오자 "어려운 부모들이 시골에서 자식 가르치려면 피땀을 흘리는데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받겠느냐"며 30만원을 얹어 되돌려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이 모든 면에서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심히 자탄하여왔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어온 것이다.

그러나

새벽의 여명처럼 그래도 희미한 희망을 본다.

그 희미한 희망이

제발 밝은 아침으로

제발 광명한 대낮으로 바뀌어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있는 한,

자신들의 것 중에서 얼마를 떼어 십시일반으로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윤청자씨를 위로하러 장대비를 가르며 정성을 담아온 이름 모를 그 중소기업의 직원들이 있는 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윤청자씨의 이 말은 꼭 기억하자

윤청자씨는 자신을 향하여 "자식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여인"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자식을 지키지 못한 죄인'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소홀하게 취급한 대통령, 장관 등을 비롯한 공무원들, 경찰, 군인 그리고 국민 모두가 '천안함 수병들을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사람들'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자.

그리고 46명의 천안함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무릎꿇고 용서를 구하자.

글쓴이/ 이 요섭 목사/ 창조사학회 부회장, 코헨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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