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강제 압송된 탈북(脫北)여성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평안남도 증산군에 있는 증산교화소다. 증산교화소의 원래 이름은 '교양소'였다. 그랬던 게 2004년 형법 개정으로 '교화소'로 바뀌었다.

북한에서 형법이 개정되기 전 구금(拘禁)시설은 네 종류였다. 교화소, 교양소, 집결소, 노동단련대다. 교화소는 3년 이상, 교양소는 2년 이하, 집결소와 노동단련대는 1년 미만의 형을 받은 죄수들이 수감돼왔다.

증산 교화소가 악명(惡名)을 떨치게 된 것은 교양소에서 교화소로 바뀐 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폐인이 돼 돌아온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다. 증산교화소가 마치 빠삐용의 감옥처럼 된 것은 김정일 때문이다.

김정일은 '사회기강을 무너뜨리는 범죄자들에게 10년을 1년처럼 단련시키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짧은 시간에 강도높은 노동을 시키는 증산교화소는 인간 신체를 급격히 망가뜨렸고 그 결과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기자가 1987년 요덕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한 친구는 폭행치사혐의로 증산에 끌려갔다. 2년 후에 돌아온 그는 뼈만 남아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폐인이 된 모습이었다. 그를 보며 증산이 요덕 못지않게 험악한 곳임을 알게 됐다.

증산교화소에 탈북여성들이 끌려간 건 1999년부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에서는 아사자(餓死者)가 대거 발생하면서 많은 탈북자가 생겼다. 대량 탈북으로 체제붕괴 위기에 직면했던 북한이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대외(對外)지원을 바탕으로 위기를 넘긴 뒤 중국으로 도주한 북한 주민을 중국공안과 협력해 대대적으로 북한에 강제북송하기 시작했다. 당시 뚜렷한 정치적 혐의가 없는 단순 탈북 여성들이 대거 증산교화소에 수감됐다.

정치범 수용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시 증산교화소에 탈북 여성만 수감시키는 특별 구역을 따로 만들었다. 김영숙(가명)씨는 중국에서 강제 북송돼 증산교화소에 1년간 수감됐다.

그는 이미 신의주 도(道) 보위부에서 6개월간 조사를 받느라 몸이 망가진 상태였다. 그는 "함께 증산에 끌려간 17살 난 처녀가 보위부 감옥에서부터 영양실조에 걸렸는데 증산에 간 지 2개월 만에 말라죽었다"고 했다.

김씨는 감옥에 도착한 첫날부터 돼지도 안 먹는 멀건 시래기 죽을 먹고 12시간을 노역을 했다. 그는 "몸무게가 50㎏에서 30㎏으로 빠지면서 더 거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다행히도 대사령을 받고 풀려났다"고 말했다.

수백명의 탈북여성 가운데 70%가 영양실조여서 매일 2~3명씩 죽어나가는데 시체들은 관도 없이 비닐에 싸서 공동 매장지에 묻는다고 한다. 2004년 증산에 끌려갔던 한 탈북 여성은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다.

그는 "매장지에 도착했는데 개들이 몰려들어 시체를 파먹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사람의 팔다리가 곳곳에 널려 있고 사람 뼈들이 쌓여 있어 한번 매장지에 다녀온 죄수들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인민보안성 출신의 탈북자는 "증산이 전국적으로 소문난 것은 죄수들에게 단기적으로 견딜 수 없는 지나친 노동강도와 영양결핍으로 정치범 수용소보다 사망자가 더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범 수용소보다 낮은 형을 받고 증산에 가느니 차라리 요덕에 3년 있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은 증산교화소에 치를 떤다고 한다. 증산교화소는 10개 과로 나뉘는데 1개 과는 7~10개의 반(班)으로 구성돼 있다.

한개 반은 보통 40~50명 수준이며 죄수 가운데 건장한 사람을 뽑아 반장을 선출하며 반장이 보안원의 지시를 받아 죄수들을 관리ㆍ감독하고 있다.

도주자나 감옥안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은 정치범 수용소와는 달리 공개처형하지 않고 내부 처형하거나 감옥 내 별도구금시설에서 특별 고문을 가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