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 거주하는 여성 탈북민들이 미국 의회를 방문해 북한의 실상과 탈북 과정을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현재 탈북 시도 중 중국에서 구금돼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비정부단체 디펜스포럼(Defense Forum Foundation)은 14일 미국 하원 건물에서 “탈북민들: 현 상황과 이행되어야할 것"이라는 주제의 공개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행사에는 최근 탈북 후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여성 탈북민 3명이 참석해 그들이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난 여정을 미 의회 관계자와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한국과 통화한 것이 발각돼 50일 동안 보위부 집결소에서 고문과 구금을 견뎌낸 생존자인 이하은 씨는 지난 2019년 북한 당국이 코로나 19 방역조치로 국경을 폐쇄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탈북에 성공한 사람 중 한명입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보위부로부터 당한 폭력으로 인해 기절을 수차례 할 정도였지만, 당시 11살이었던 딸을 떠올리며 살아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가 북한에서 겪었던 그 모든 고초들을 북한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하은 씨: 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자유 대한민국에 와서야 천부가 인간에게 부여해 준 자유와 인권을 우리 여성들도 누릴 수 있으며, 지킬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이하은 씨는 현재 중국에 숨어사는 약 2천명이 넘는 탈북민과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민들에 대해 언급하며, 그들이 고통과 비참함을 느끼는 대신 평범한 엄마, 언니, 딸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증인으로 나선 다른 탈북민, 지한나 씨는 2009년 북한의 기습적인 화폐개혁으로 인해 쌀 약 1.5톤을 살 수 있는 돈을 당국에 뺏기고 그 중 100분의 1 수준의 돈을 돌려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탈북을 결심한 그는, 세 번의 탈북 시도 동안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중국의 구금 시설에 갇혀 심한 고문과 폭력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는 교화소에 있는 사람들은 영양실조로 백골의 모습이었으며, 매일같이 죽어나가는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큰 웅덩이를 파 시체를 묻고, 그 자리에 흙을 조금 덮어 옥수수 농사를 지었다며 비참한 시간들을 증언했습니다.

지 씨는 형기를 마치고 교화소를 떠나던 날 감옥방에 남아있던 다른 사람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지한나 씨를 쳐다보던 눈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한나 씨: 보위부 집결소에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며 나오는데, 기차역 앞 뒷산에 대문같이 붙여진 구호에서 ‘김정은 동지를 위하여서는 슬픔도 고난도 행복이다’는 구호를 보는 순간 정말 끓어오르는 격분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에 이 마음을, 이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한편 2011년 만 열 여덟, 어린 나이에 탈북에 성공한 한송미 씨는 북한에서의 삶은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미래도 없이 그저 아사를 피하기 위해 일하며 먼저 탈북한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씨는 목숨을 걸고 6년 먼저 탈북해 한국에서 돈을 모아 한송미 씨를 데리러 온 엄마를 만난 때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지금도 먼저 탈북한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북한의 어린아이들이 곧 자유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약 80석의 좌석을 꽉 채운 청중들은 탈북민들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며 힘겹게 경험담을 전하자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아픈 시간을 나눴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디펜스포럼의 수잔 숄티 회장은 이 날 행사를 통해 비인간 적인 삶을 살아가는 북한 여성들에게 세계의 관심이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자민 앤더슨,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