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운동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및 삶의 질 개선에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민주화 및 자유민주통일의 기반 조성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북한인권운동은 기본적으로 ‘통일지향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북한인권운동이 한국에서 시작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1996년에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이 1996년 5월 4일 서울에서 설립된 것이 사실상 민간 북한인권운동의 효시였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인권단체는 부재한 실정이었기에 이 ‘시민연합’은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북한인권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사실상 최초의 비영리, 비종교, 비정치 시민단체’라고 볼 수 있다(다만, 1994년 12월 설립된 명망가 중심의 「북한인권개선운동본부」가 지식인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노력을 전개하였고 또 일정한 성과를 낸 바 있었지만, 일반적 의미의 ‘시민운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시작이 엊그제 같았는데 눈 깜작할 사이에 30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여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 재원이 투여됐다. 하지만 북한인권운동의 최종목표를 생각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북한인권운동이 가야할 길

  지난 시기 북한인권운동은 적지 않은 성과와 함께 뚜렷한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그간 거둔 주요 성과로는 ① 북한인권단체 수의 증가(약 140~150개 추정) 및 북한인권 증진 활동의 다양화, ② 북한인권 실태조사 및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대북방송·전단, 종교·여성·납북자 문제 등 분야별로 세분화된 활동 확대, ③ 북한인권 관련 전문가·활동가 및 연구 성과물의 증대, ④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과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⑤ 국제적 연대 강화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설치(2013. 3.) 및 『북한인권보고서』 발표(2014. 2.) 등 국제공론화에 기여, ⑥ 해외 및 국내에서 거행되는 북한인권 관련 국제행사의 증가, ⑦ 법조인·의료인 등 전문가들의 북한인권 증진 활동 참여, ⑧ 전시·전후 납북자 및 6·25전쟁 국군포로의 피해 구제를 위한 국내소송 지원 및 승소 판결 획득(북한 및 북한 측 최고지도자의 인권 침해에 따른 책임 인정), ⑨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 또는 유엔자의적구금실무그룹(WGAD)에의 진정을 통한 피해 구제 시도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일정한 한계 혹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노정했다. ① 운동이 보수진영에 치우쳐 진보세력과의 연대 부재, ② 재정적 자립 부족과 북한인권재단 미출범, ③ 북한인권 활동가의 체계적 양성 프로그램 및 북한인권 사업 평가 시스템 미비, ④ 단체 간 갈등과 협력 부족, ⑤ ‘명함용 단체’ 혹은 유명무실한 단체의 존재로 인한 사회적 신뢰성 저하, ⑥ 청년·대학생 운동 쇠퇴 양상(지속가능성 확보에 애로)과 세대 충원의 한계, ⑦ 전시·전후 납북자 및 6·25전쟁 국군포로의 피해 구제를 위한 국내소송에서 하급심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냈지만, 당해 승소 판결의 강제집행을 위한 추심금(推尋金) 소송에서 원고(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에 따른 피해자) 측이 계속 패소하는 사태 발생, ⑧ 대북 전단 살포 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 및 부정적 여론 조성이 그것이다. 종합하면, 북한인권운동은 지난 30년간 양적·질적 확대 및 법적 제도화 성취, 국제공론화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사회적 공감대 부족 및 북한인권운동의 지평 확대에 한계(보수 진영 위주의 북한인권운동에 머무름), 재정적 측면에서의 취약성, 후속세대 양성 노력의 미흡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역대 정부 중에서 북한인권운동에 가장 우호적이었던 것은 윤석열 정부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축소해 운동을 위축시킨 반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 증진활동 지원사업’을 활성화하며 예산을 증액했고 2025년에는 25.8억 원을 배정, 37개 단체에 지원했다. 그러나 2024년 12·3 비상계엄 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 및 조기 대선(2025. 6. 3)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원은 대폭 축소되고, 예산은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인권을 대북 공세수단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발언한 것이 그 전조(前兆)였다. 실제로 2026년도 예산안에서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금은 전액 삭감되었다. 반면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1조 원에 달한다.

  국제적으로도 도날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집중하면서 인권문제에 대해선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와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북한인권 예산을 삭감했고, ‘미국의 소리(VOA)’ 및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한국어 방송 신규 송출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국내의 북한인권단체들은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연히 활동 규모도 70~90% 가량 축소됐다. 이 같은 국내외적 어려움 속에 북한인권운동은 유례없는 혹한기를 맞이했다. 슬기롭게 이 고비를 잘 넘어가지 못할 경우 소멸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국내 북한인권단체들은 총체적으로 북한인권운동의 모멘텀 유지 및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소요비용을 최소화하고 연대·협력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야 한다. 또한 북한인권운동이 국민적 공감 및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인권운동의 7대 과제
  
향후 북한인권운동의 방향과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해 보기로 하겠다. 우선 북한인권운동의 기본방향을 7가지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 북한인권운동을 한국 사회의 주류화 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인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더불어 북한인권단체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예컨대, 사무실과 인력을 공유하는 방식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 교회·중소기업·후원자 발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모사업 응모, 펀드 조성 등의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재정난이 심각할 경우 간부나 실무자들의 겸업은 불가피하다. 사례비 일부를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개별 단체는 주특기를 강화해 소수 정예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백화점식 활동은 비효율적이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효과가 작은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 해야 한다. 

  셋째, 운동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2030세대와 접점을 넓히고, 문화·예술적 접근, AI 기반 기술 활용, 온라인 활동 강화 등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에서 벗어나 온라인 세미나, 청원, 캠페인 등으로 전환하고, 국제 세미나는 여러 단체가 연대하여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인권행사를 다양화하고 첨단화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으며, 2030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홈페이지 운영을 내실화하고 자료·영상 등을 적극 공유해야 한다. 단체의 활동성과 학술·국제 자료를 풍부히 제공해야만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북한인권 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한다. 젊은 활동가와 탈북민 인재를 발굴·지원하고, 논문·연구비 지원과 인턴 채용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탈북민은 피해자이자 증인, 옹호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섯째, 단체 간 연대·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규모·출신에 관계없이 상호 존중하며, 학자·전문가 참여를 통한 시너지 제고가 필요하다. 세대 간 대화 틀을 마련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곱째, 「통일마중」·「북민실」 같은 융합형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전자는 탈북민 정착지원(통일뜨락 공동체 운영: 남북한의 10여 가족이 함께 모여 교회, 식당, 카페를 운영)과 북한인권운동 및 북한 선교 등을 결합한 사례이고, 후자는 대안학교(장대현 중고등학교) 운영 및 탈북 청소년의 국제적 인재로의 양성, 북한인권교육 실시, 북한인권운동의 국제화 등을 결합한 것이다. 이들 사례는 자생력 확보와 파급효과(시너지 창출) 면에서 모범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를 벤치마킹한 제2, 제3의 모범사례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정권에 영향받지 않는 일관성 확보해야

  다음으로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해 보기로 하자. ① 국민적 각성 노력 지속대학·종교계 중심), ② 대북정보 접근권 개선과 남남갈등 최소화, ③ 북한인권 DB 업데이트 및 연구 강화, ④ 전문가·후속세대 양성 프로그램 운영, ⑤ 인권 자료의 영문 번역·국제 활용, ⑥ 온라인·유튜브 활동 확대, ⑦ 북한인권센터 조기 설립 및 민간 박물관 건립, ⑧ 북한인권재단 조기 가동 촉구, ⑨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운동, ⑩ 세대 간 대화·행사 품앗이, ⑪ 기성단체와 청년단체의 연대, ⑫ 예산 운용 자체평가와 피드백, ⑬ 교육 확대 및 대상별 교재 마련, ⑭ 북한인권청년아카데미 정례화, ⑮ 북한인권법·전시납북자법 개정 운동(‘북한인권의 날’ 제정 포함) 등이 그것들이다.

이 밖에도  납북자·국군포로 피해구제 관련 추심금 소송에 대한 법적 대응책 마련 및 우호적 여론 조성 방안 강구나 북한인권운동에 법조·의료·언론 등 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확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절실하다. 나아가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와 각종의 북한인권보고서(특히 2014년 2월 발표된 COI 보고서 및 2025년 9월 제6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된 북한인권 종합·업데이트 보고서 포함)를 심층 검토하여 국내외 후속과제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인권운동은 그간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두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좌파진영에 의한) 북한인권문제의 정치화, 북한인권단체 간의 분열, 단체의 관리·운영을 위한 재원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한국 이재명 정부의 등장으로 북한인권운동은 지금 재정적 춘궁기에 처해 있다.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자생력 확보에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국내여론 기반 강화, 온라인 중심의 다양화 전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동시에, 후속세대 양성, 국제연대 강화, 법적·제도적 기반 확충을 통해 장기적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북한인권운동은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확산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인권운동의 한국 사회 주류화, 2030에게 다가가는 문화·예술적 접근, 정보기술 활용 등 첨단화, 비용 대비 효과 극대화가 당면한 핵심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이라는 본래(단기) 목표를 실현할 수 있고, 또 북한 체제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보다 충실한 북한인권운동으로 승화·발전할 수 있다. 대북 인권정책은 남북대화·교류협력 등과 함께 통일정책의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점을 고려해 북한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조율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확대하는 가운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북한인권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북한인권운동은 북한체제의 변화 및 통일시대 진입을 견인하는 역할을 잘 감당함으로써 자유민주통일의 선봉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미래한국 Weekly(http://www.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