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으로 이상한 옷과 머리 손질을 한 채 퉁퉁 부은 병색의 얼굴로 재판정에 끌려와 법관 앞에선 모습을 뉴스에서 보고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못했다. 눈물은 이미 말라 더 나오지 않고 이제는 너무 기가 차 말도 글도 안 나온다.
어느 원로 분이 전화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생기느냐고 한참 한탄하시더니 끝내 흐느끼며 이제 죽을 때가 온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아무 罪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고,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직에서 나온 지 3주 만에 집에서 편히 쉴 틈도 주지 않고, 아무런 구속 사유도 없이, 오로지 ‘구속의 평등’이라는 참으로 해괴한 평등이론을 가지고 구속했다.
진짜 구속이유는 곧 밝혀졌다. 朴 대통령이 구속된 틈을 타, 23일 만에 후다닥 선거를 치러 소위 人權 변호사이자 탄핵정변의 지도자가 41% 득표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거 직후 1분도 안 되어 언론이 출구조사 형식으로 발표하고, 하루도 안 되어 선관위가 같은 숫자의 득표율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追認(추인)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대통령 당선자의 혼자 취임만 있고 취임식이나 축하 파티가 없다. 외국의 축하사절은커녕 축전도 하나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 이렇게 국민과 외국으로부터 축하받지 못한 대통령 당선자가 어디 있었나?
축하파티 대신에 나온 게 바로 박 대통령 재판이다. 박 대통령은 罪人이니 문재인 씨가 그를 쫓아내고 대통령 된 것은 정당하다? 이런 논리인 것 같다. 민주주의의 선거 논리가 아니라 민중혁명의 논리이다. 하긴 이번 탄핵정변은 저들 말대로 민중혁명이다. 문재인 씨는 민중혁명의 성공에 힘입어 대통령의 자리를 쟁취한 것이다.
문재인 씨가 노무현, 박근혜와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노무현, 박근혜는 어쨌든 적법한 선거로 뽑힌 民選 대통령들이다. 그래서 국민과 외국의 축복을 받으며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이번 大選은 박 대통령을 거짓과 불법으로 탄핵하여 청와대에 유폐시키고, 탄핵 후엔 감옥에 가두어 놓고 치러졌다. 한국 역사에 유례가 없는 보궐선거였다. 그것도, 사실상 민중혁명이라고 불릴 政變(정변)의 한 가운데서 말이다.
민중혁명이든, 쿠데타든 소위 정변을 일으켜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정당성 확보다. 우리나라처럼 나라가 작고, 외지고, 지도층이 어리석고, 비겁한 나라에서는 언론과 사법만 잡으면 국내의 정당성 확보는 문제가 안 된다. 권력 앞에는 다들 알아서 먼저 기는 게 본능화된 지도층들이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국제사회, 즉 외교상의 예우 문제이다. 문재인 씨가 대한민국의 정통 대통령이 되려면 북한이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외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정당한 대통령 당선자로서의 예우를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 안보와 통상이 안정되어 나라가 존속한다. 홍석현을 특사로 보내 미국으로부터 뭘 얻어낼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代價(대가)는 무엇일까?
설사 외교적으로 딜(deal)을 해서 미국 등으로부터 축하를 받아낼지 모르지만, 朴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보궐선거가 적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거짓과 부정의 절차임이 자명한 이상, 문재인 씨의 대통령 취임은 실질상 민중혁명으로 적법한 民選 대통령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다. 결코 그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 자업자득이다. 혁명으로 흥한 자 혁명으로 망한다.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촛불세력들의 대한민국 탄핵정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7. 5. 24. 김평우 변호사
(《탄핵을 탄핵한다》, 《한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의 著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