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지난 6월 23일 서울에 북한인권 사무소를 개설하고 북한의 반인도범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기 위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기록보존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국회가 11년전부터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여 설치하고자 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역할을 마침내 유엔이 시작한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이 대립하다가 양당 간사에 의하여 일부 합의가 되고, 미합의된 부분은마지막 타결을 위해 양당 지도부에 넘겨져 있다. 그런데 미합의된 부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부분이다. 

새누리당안은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두어 북한주민 인권 실태의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한다고 되어 있는 반면(제13조 참조), 새정연안은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타를 두어 북한주민 인권 정보의 수집·보존과 관련된 사항을 담당케 한다는 것이다(제13조 참조).

새누리당안은 본래 북한인권침해자에 대한 처벌자료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 기록 보존한다는 것이어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립 취지에 가깝지만(그러나 새누리당안도 북한주민 인권 “실태”의 조사 연구라고 한 것은 미흡하고, 인권 “침해사례”라고 표현했어야 한다).

새정연안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관장하는 통일부에 인권정보를 수집 보존케 한다는 것이어서 이미 기존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기구에서 일반적으로 해오던 것을 또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업무의 중복일 뿐이고, 오히려 통일부의 대북 협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된다.

또 새정연안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되, 대북전단 살포 사업에 대해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통일부장관의 허가 승인 대상으로 하자는 것인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성격이 다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로 제한한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825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합의에 의해 확인된 바와 같이 북한주민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정보접근권을 외면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할 것이다.

그밖에도 새정연은 법안 이름을 ‘북한인권증진법’으로 제안하고 있으나, 이는 무슨 증진시킬 인권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기초적 인권조차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주민에게는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라 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이대로 9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내년 4월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돼 북한인권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다시 한번 국회에 이번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며, 만약 끝끝내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인류의 양심을 거스르는 파렴치한 반인권적 행태로서 규탄되어야 할 것이다.

2015. 10. 20.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실무단 대표 겸 상임대표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