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농촌에는 사람이 적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북한과는 정 반대이다. 북한의 농촌에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다. 북한의 농촌에서 사는 사람들 중 이주민들이 대단히 많다. 수 십 년 동안 북한정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고 추방해버렸는지 북한의 농촌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북한에서 내가 살던 고장도 농촌이었다. 기차도 안다니는 깊은 산골이었다. 부족한 것이 많고 살기가 어려운 농촌이지만 사람은 많았다. 그곳에서는 오히려 큰 도시보다 직장을 구하거나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 대도시들에서 추방되어오는 사람들이 끊어지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출소한 사람들도 대체로 깊은 산골부락에 보내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고장에는 이주민들이 70%이상이었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들에서 추방되어 온 사람들과 정치범 수용소를 출소한 사람들이 봇짐을 풀고 힘겹게 살아갔다. 그들을 상대해보고 그들과 어울리는 과정은 내가 북한정권을 잔인한 독재라고 불신하게 된 최초의 계기였다.
 
북한의 농촌들에 가보면 축사나 경비실, 창고나 남의 집 곁방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모두 평양에서 연좌제로 추방된 사람들과 정치범 수용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생소하고 살기 어려운 농촌에 쫓겨 가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집적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내가 알고 지낸 한 사람은 연좌제로 평양에서 추방되어 왔는데, 그 후 두 자식이 굶어죽었다. 평양에서 대학교원까지 했지만 그는 열악한 농촌생활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일할 줄 모르는 것이었다. 그가 농촌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은 5년이 넘었다. 그 기간에 두 자식을 잃으며 그가 한 고생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북한정권의 체제유지 비결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연좌제이다. 가족은 물론 형제 친척들까지 숙청해 버린다. 반체제 행위나 수령 독재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의 범위를 최대화 해 공포도 극대화 시킨다. 누구든지 수령 독재를 거부하면 가문을 망하게 한다는 중세기적인 폭압이 판을 치는 북한사회이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 핵심간부들 중 처형된 사람들은 140 여명에 이른다. 김정은에게 처형된 사람들은 140명뿐만 아니다. 처형된 사람들의 가족이나 형제 친척들까지 합치면 수백 수 천 명이 숙청의 올가미를 쓰고 수용소에 가거나 살기 어려운 벽촌으로 추방된다.
 
며 칠 전에는 북한군 참모총장인 이영길도 김정은의 폭압의 희생물이 되어 처형되었다. 나는 북한에서 연좌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번에도 이영길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형제 친척들은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부터 해보았다. 김정은의 폭압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김정은의 폭압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피눈물은 강을 이룰 것이다.
 
박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