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북한정권이 진행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은 당시 북한주민들에게도 큰 이슈였다. 그 당시에 사람들은 직장과 동네, 작은 장마당이나 기차역에 모여 북한정권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당시 북한정권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은 북한내부에서 일정한 결집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당시의 상황에 적절한지 않은 것이 막대한 재정소비로 이루어지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였지만, 사실 조금은 효과를 나타냈다.

당시 북한사회에 만연한 것은 패배주의였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 나라는 망하기 직전에 처해있다는 느낌,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그 정신적 허무와 비관, 체제에 대한 불신을 견제해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준 것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이었다. 북한정권은 전대미문의 가난의 원인을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자들의 경제제제와 압박으로 돌리며 장거리 미사일 시험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여하튼 그 당시 사람들에게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은 일정한 충격도 주었고 효과도 조금 나타냈다.

그것은 누이에게 장점 같은 것이 전혀 없으면 그 장점을 매부에게서라도 찾으려는 인간의 단순한 심리를 이용한, 짤막한 효과였지만 김정일 정권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때도 무모한 장거리 미사일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너무나 많았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부류가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생각을 심중하게 해볼 줄 아는 사람들이거나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참고로 생각을 심중하게 해볼 줄 아는 사람들이나 똑똑한 사람들은 간부계층에 더 많았다. 일부 사람들이 북한 정권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제 자랑처럼 들고 다니던 90년대 어느 날 내가 겪은 이야기이다. 그날 나는 출장을 떠나는 길이었는데 기차역에서 오랜 친구를 한 명 만났다. 나는 출장을 떠나는 길이었고 친구는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이어서 우리는 술을 한 잔씩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때는 굶어 죽는 사람들과 어린 꽃제비들이 열차 안이나 기차역에 너무 많아, 출장이나 여행이 힘겹고 고되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출장길이 너무 피곤한 듯 내가 건네주는 술을 한잔 마시며 그가 한 이야기는, 출장길에서 자기가 본 어리고 불쌍한 꽃제비들과 억울하게 죽은 시체들을 본 이야기였다. 그는 이야기 도중에 이런 말을 했다. “난 숱한 사람들이 굶어죽는데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 그 장거리 미사일이 왜 필요한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지.”

물론 가까운 친구 앞이었기에 그는 거리낌 없이 말 했을 것이었다. 그는 후에 종업원이 300명가량 되는 공장의 당 비서로 임명 받았다. 나는 며칠 전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수소탄 시험에 광분하다시피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의 핵심은 저들의 환호가 과연 진심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 종업원이 300명가량 되는 공장의 당 비서로 임명받아 간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내가 떠올려 보는 그의 모습은, 김정은 정권의 수소탄시험에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김정은 정권의 수소탄 시험에 환호했고 300명이나 되는 종업원들 앞에서도 수소탄 시험의 당위성이나 위력에 대한 강연도 할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 그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독재체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수소탄 시험에 환호하는 모습은 독재체제와 획일적인 질서에 습관 된 북한사회의 겉모습일 뿐이다.

최근 일부언론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수소탄 시험에 환호하는 북한주민들이라는 표제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 표제에는 무모한 수소탄 실험에 환호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에 진실이 얼마나 묻어있는가 하는 의문이 내포되어 있다. 또한 무모한 수소탄 시험에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이 이상하게도 보인다는 느낌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무모한 수소탄 시험에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겉모습이라는 데 대해서는 확실한 주장을 못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수소탄 시험에 환호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은, 독재체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일 뿐이다. 진짜 속마음은 숨기고만 살아야 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들의 진심과 진실은 항상 뒷면에 있다. 분명한 것은 최고 권력자와 정부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대중이 한 사람같이 손을 쳐들고 환호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사회에서는 권력집단의 무모한 짓이 발을 붙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수소탄 시험에 환호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은, 잔인한 독재체제의 모습일 뿐이다. 동시에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모습이다.

탈북자 김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