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는 며칠째 한국예술단의 방북공연을 상영한다. 외람된 생각인지는 모르나 공연이 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를 울릴 정도로 발전해온 우리의 예술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좋아하는 독특한 미가 있는데 그것이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어떤 노래들에서는 ‘비로소 함성이 터져 나왔다’고 하는데 그것도 본인의 노래가 아닌 것을 불러서 내가 보기에는 한국에서 부를 때 보다 시원하지 않았다. 북한인민들은 주입받은 의식으로 흥분을 보탰을 뿐이지 크게 호응하는 눈치가 아니다. 어떠어떠한 노래들은 도대체 뭘 말하자는 거야 하는 퀭한 눈길로 의문시 하고 있다.

북한사람들은 남한사람들보다 민족의식이 강하다. 그들은 사실 한 국민, 한 민족이라는 정서에서 한국예술단의 공연에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관람자들 과반수가 젊은 사람들인 것을 보면 그들은 이미 한국 노래를 많이 익혀서 희망적인 부분이 많았을 건데 만족시켜주지 못했다고 본다. 몇 차례 북한행을 하였고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노래의 이미지도 많은데 왜 고작 그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더듬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쓸쓸함과 외로움의 이미지로 끌고 간 것 같다.

비사회주의요, 날라리요 하는 북한의 눈치 보기가 작용하겠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예술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구상을 가지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노래의 생활적인 정서는 북한 사람들, 특히 평양 사람들 속에서 이미 자리 잡은 상태이다. 나도 북한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은 개인숭배가 아닌 부자도 대통령도 평민도 다 속하는 인간의 생활을 주제로 한 국민예술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문화적 차이도 운운하는데 차이가 그리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북한 인민들에게 부드럽게 자유를 선보일 수 있는 노래들이 얼마든지 있다.
 
방북해서 부른 노래들과 한국에서 부르는 많은 노래들을 비교해보면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날라리로 보기에는 피차일반이다. 노래정서의 이미지가 비슷할 바에는 좀 더 자유정신이 강하고 섬세하고 시원한 노래들을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의 사랑도 취미도 다 국가에 위탁되어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총 맞은 것처럼’같은 노래들을 좀 더 많이 준비해가지고 갔으면 절찬을 받았을 것 같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자본주의 날라리에 가장 색깔이 진한 노래이다. 이 노래는 우리가 준비해가지고 갔던 곡이 아닌 걸로 안다. 자기들의 정서에 맞는다고 북한이 요구했다고 들었다. 이 노래를 불렀는데 다른 노래를 못 부를 이유가 뭔가. 우리는 북한을 들여다보자면 아직 너무 멀었다. 북한은 북한만의 틀에서 마구잡이로 행사하고 우리는 우리만의 틀에서 너무 조심성이 많아서 탈이다. 얼핏 보면 북한에 엮이어 들어가는 것 같아서 탄식할 때도 많다.

좀 더 준비를 멋지게 했더라면 북한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들으며 대번에 가슴에 채워지는 짜릿함, 희한함과 그 속에서 자유란 김씨 독재자와 같은 한 사람의 숭배가 아니라 바로 나, 국민이구나 하는 것을 채워주었을 것이다. 아쉽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남한예술단의 공연은 어제 날에 방북해서 공연한 기존적인 틀에서 여러 면으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전에 북한에 가서 불렀다는 노래들을 또 선보이는 것보다 새 곡들을 준비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제 갔던 배우들도 또 선보이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의 유명 배우들을 또 보여 줌으로서 우리의 천재적인 예술의 색깔과 특정된 인물이 아닌 자유국민의 모습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아쉬움에 빠져든다. 우리 대한민국에 국민이 사랑하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이 부르는 좋은 노래들도 얼마나 많은가. 
 
장윤정 씨 같은 배우들은 북한에서 좋아하는 섬세한 목소리의 가수이다. 장윤정 씨가 부르는 노래들에는 애절한 것도 있고 생기발랄한 것도 있고 그러면서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보다 더 특별한 색깔이 없는 참 좋은 곡들이 많다. 이번에 장윤정 씨 같은 다른 가수들이 북한에 갔다면 북한사람들에게 또 다른 최진희를 선보여 그들의 대 절찬과 기억에 남았을지 모른다. 북한에서 예술을 하던 탈북자들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들에게 조금만 길을 물어봐도 빵빵하게 우리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 한국정부는 남한예술단의 공연을 예술이라는 핵심적인 면에서는 놓치고 정치적인 선에서만 치우쳤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란 들려준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흥분해야 성공이라고 말한다. 남한가수들은 노래를 듣고 북한인민들이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가는 본질적인 주제보다 독재자의 환대를 받은 감동을 이번 공연의 핵심으로 미칠 듯이 흥분하고 선전하고 있다. 인민들에게는 그처럼 잔인한 북한정부가 우리 예술단에게는 한없이 인자했다는 남한가수들의 미칠 듯한 반응, 북한 사회의 실태는 안중에 없고 주어진 환경에 상관없이 문화교류만이라도 계속하고 싶다는 가슴을 찢어놓는 소리를 하고 있다.
 
북한 인민들의 감동보다 김정은의 박수에 그토록 흥분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봄바람이 분다. 이것은 북한 인민들에게 주는 상처다. 평양이 아닌 지방에서 남한예술단이 오는지 가는지조차도 모르는 인민들이 더 많다. 북한 정부는 한국예술단의 공연을 자본주의 날라리로 인정하고 TV에서 방영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기가 없어서 김정은이 방북공연 관람하는 보도(뉴스)에서 스쳐지나가는 그림자도 볼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상처가 아닐 수 없다. 평양주민을 내놓고 지방인민들은 버려진 존재나 같다. 그들은 생계 때문에 이런 일들에 반응도 없고 안중에도 없다. 굶어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그런 것들은 김정은 주변의 인물들이나 즐기는 일종의 놀음으로 생각할 뿐이다. 남한예술단과 평양의 관람자들에게는 봄바람일지 몰라도 대다수 인민들에게는 오히려 차디찬 냉기를 풍기는 겨울바람으로 상처를 더하여 준다.

남한사람들은 아직 많은 것을 모른다. 북한이란 원래 자기 인민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을 선전해 줄 작은 얼굴에 더 관심이 많은 나라다. 김씨 독재는 3대를 내려오며 인민은 굶기면서 다른 나라에서 손님이 온다면 넋이 빠지는 무리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자기 인민을 우선시하는 인권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독재만은 고작 한 자의 단명을 위해 나라 전체가 희생당하는 인권불모지로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 북한정부는 남한 예술단의 방북공연을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 남북회담을 앞두고 역사에 아로새겨질 북과남의 화해의 한 장면이며 이것은 김정은에 의해 이룩된 훌륭한 결실들이라는 찬탄과 찬사를 폭포처럼 쏟아낸다. TV도 방송도 못 듣고 사는 인민들은 강연회 학습들에 억지로 끌려 나가 못난 아비의 칭송과 찬사를 들으며 허구픈 웃음만 터뜨린다. 북한 인민은 어제도 오늘도 울고 있다. 분단 역사에 부는 화려한 예술의 봄이 아니라 얼어터지는 추위를 안고 어쩔 수 없이 모대기는 비극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