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헌으로 끓는 정국을 보며 우리 탈북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좋은 모습으로 보지 않는다. 그 속에서 누군가 천 마디, 만 마디를 대신하는 한 장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외국여인의 초상인데 그 밑에는 두 줄짜리 글줄이 적혀있었다.

“책으로 공산주의를 배우면 공산주의자가 되고 몸으로 공산주의를 배우면 반공주의자가 된다.”

스베틀라나 알릴루예바(이오시프 스탈린의 딸)가 생전에 쓴 글이라고 적혀있었다. 명언이었다. 우리 대한민국에 들어맞는 참 신통한 명언인데 그 해석까지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 해보았다. 어디에도 이 글에 대한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국가를 통치한 스탈린의 딸이 왜 이런 글을 남겼는지는 모르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나뉘어 사는 우리 대한민국 현실을 그대로 옮긴 것 같아서 맘에 들었다.
 
공산주의를 단 한마디로 정립한 이 강렬한 메시지에 “참으로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한국에 금방 왔을 때 대한민국 사람들이 거지꼴인 북한을 동경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정신질환인줄 알았다. 몇 년을 살고 보니 만성정신질환이라는 걸 이해했다. 한국 같은 호화스러운 나라에서 살면서 북한 같은 공산독재국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인두겁을 썼다고 말하기에는 짜증이 나고 정신질환환자에 비기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람 속에는 북한의 공산주의에 대해서 뭣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북한에 대해서 아느냐고 콱 찍어서 물어보면 얼버무리면서도 허위사실을 늘어놓는다.
 
1년 전에 파주에 간 적이 있다. 탈북민들이 아닌 한국 사람들과 통일전망대를 비롯한 여러 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모두 잡담을 나누던 중에 누군가 북한을 바라보며 북한의 산들엔 나무가 없다고 비통한 심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나서서 “북한에 나무가 없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가 아는 미국에 사는 재미동포는 금방 북한의 칠보산에 다녀왔는데 나무가 많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이 못산다고 하는데 잘 살고 있다”고 항의하듯이 말했다. 그 사람은 칠보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 집에 들어가 봤는데 사냥꾼 집인데 곰을 사냥해 놓고 곰 고기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하룻밤을 그 집에서 묶기까지 했다고 왕창 떠들어댔다. 그 친구는 미국에 이주해 가서 살다가 몇 달 전에 한국으로 온 여자였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반신반의 했다. 내 얼굴과 그 친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이미 전에 북한의 산들은 나무가 없는 빈대 산이라고 말해준적 있었다. 우정(注: 일부러) 말해준 것이 아니고 그들이 내가 탈북민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북한에 나무가 없다는 게 사실인가고 관심을 가지고 물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나무가 있는 곳은 김씨 독재자들이 일을 보는 금수산기념궁전 주변이라든가 그들의 별장이 있는 곳이다. 칠보산은 북한사람들이 마음대로 가볼 수 없는 차단구역이다. 그곳은 김씨 독재자들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다칠세라 군대들이 보초를 서는 일반 백성이 갈 수 없는 차단구역으로 만들어버린 곳이다. 북한에서 속내가 다른 외국인들이 아니면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다. 외국인들에게는 나무 없는 산을 비롯한 북한의 열악한 지대들은 절대 보여주지 않으며 선전용으로 좋은 곳만 골라가며 보여준다.

재미교포가 들렸다는 사냥꾼의 집은 이미 선전용으로 선정이 되어있는 집이다. 북한은 한 사람의 외국인도 혼자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다. 감시원으로 일하는 북한 보위원들이 따라다니며 안내한다. 내가 설명해주었건만 그 친구는 들은 척도 안했다. 그 친구는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그 재미교포가 북한에서 찍은 사진들까지 보여주면서 자기 말을 부정할까봐 사실 인정까지 시켰다. 평양, 칠보산 뿐만 아니라 여러 곳들에서 찍은 사진들이 수두룩했다. 나는 그 재미교포가 친구의 친척이라고 짐작한다.

그 친구가 마지막에 자랑삼아 하는 말이 재미교포는 북한에 갈 때마다 북한정부 급의 간부가 몸소 마중 나와서 한국돈 200만 원에 달하는 달러를 줘서 그 돈으로 북한방문일정을 멋있게 마치고 돌아온다는 말까지 했다. 나는 재미교포는 북한의 사촉을 받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이미 했지만 그 말까지 들으니 북한 공산주의 체제선전을 다니는 종북 분자임을 확인했다. 송두리째 콱 박혀버린 종북 사상은 실제로 북한에서 북한 인민과 같이 고통이 닥치지 않고서는 뿌리가 뽑히지 않을 것 같다.

그 친구와 수업을 함께 받으며 거의 몇 달간 함께 지냈는데 그 후에도 자주 북한에 대한 얘기를 했다. 재미교포에게서 전수받은 말을 옮기는 게 마치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처럼 말도 안 되는 아주 생소한 거짓말을 마구 늘여놓았다. 그 재미교포에게 부탁해서 가족끼리 북한 여권을 내서 북한에 다녀오겠다는 말도 몇 번이나 했는데 다녀왔는지 모른다.
 
남한에서의 공산주의는 이렇게 전수되고 이런 식으로 종북주의 세력이 성장하는 것 같다. 북한에 대한 호감은 세기의 인권유린자인 김정은에 대한 호감이다. 인권이 없는 세상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배운 공산주의는 더 무섭다.
 
나는 공산주의를 책으로도, 몸으로도 때운 사람이다. 태어날 때는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목숨의 소유권은 독재자에게 의무적으로 위탁되어 살아왔다. 공산국가에서 산 기억은 손이 찢기도록 일해도 시래기죽에 단벌 옷, 배고파 우는 아이를 달래는 슬픔, 이런 것으로 차있다. 다 같이 일하고 다 같이 공부시키고 다 같이 생활총화라는 채찍으로 노예처럼 살아왔다. 한국에 와서는 북한에서 볼 수도,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었던 모든 것을 다 보고 먹고 입고 쓰고 있다. 대한민국의 서민이라는 말이 당치않을 정도로 북한의 김정은만큼 세상만물을 다 맛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공산주의를 배우면 공산주의자가 되고 몸으로 공산주의를 배우면 반공주의 자가 된다.”  이 명언에 참으로 그렇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싶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종북은 책으로도, 말로도, 돈으로도 전수되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