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통같이 지저분한 것들을 무자비하게 들추어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미투(#ME TOO)운동을 보며 북한의 ‘도덕군자’들이 떠오른다. 공산주의가 인간 존엄의 세상인 것처럼 미화분식(美化粉飾)하고 이 같은 행위를 절대 언론에 흘리지 않는 북한은 과연 이런 일들이 없는가? 비일비재한 정도가 아니라 쓰레기같이 더 많다. 그중에서도 권위적인 불륜과 성폭행 가해자들의 지독한 행위는 한국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북한사회는 건전한 듯이 신음소리 한번 못 지르고 있다. 인민들만 앓는 소리를 낼 뿐 권위라는 이름으로 여지없이 지워지고 만다.
 
북한에서 권력층들의 성행위는 당당하고 마음먹은 대로이다. 누가 건드릴 사람도 없다. 특히 당의 방침이 떨어진 다음부터 더 노골화되고 있다. “간부들도 사람이니 바람정도는 피울 수 있다. 그런 문제를 간부사업에까지 끼어들지 않게 하라”는 내적인 방침이었다. 그것이 간부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탈북하기 전, 달리는 벤츠 안에서 성행위를 하다가 동네 16살 소녀 애를 차로 치어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린 한 인간 말종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위원이며 북한의 이름 있는 도급기관의 당책임 일군이다. 중앙당위원들에게만 차례지는* ‘2·16’벤츠의 대상이며 운전기사도 데리고 있는 60대 초반 사람이다. 북한간부들의 도덕성이 얼마나 부패한지, 그 사람은 도당위원회 회의에 가는 길에 23살 되는 선전대의 곱게 생긴 처녀애를 달고 떠났다.
(*편집자注: ‘차례지다’는 ‘배당되다’는 뜻의 북한말이다)
 
도(道)·시(市)·군(郡) 그리고 큰 회사마다에 있는 선전대는 당위원회의 소속으로 당 간부들이 직접 틀어쥐고 움직인다. 주로 처녀들로 조직되어있는 선전대는 당 간부들의 노리개에 불과하다. 당 간부가 오라면 싫어도 가야 되고 그들이 어떤 일을 시키든 복종해야 한다. 눈 밖에 나면 좋은 일이 없다. 당 간부의 말 몇 마디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선전대의 누구누구는 어느, 어느 당 간부들의 정부(情婦)이라는 것이 인민들의 눈도장에 의해 찍혀져있다. 한국처럼 모텔 같은 것이 없는 북한에서는 불륜이나 성행위를 저지를 장소가 거의 노출되어있어서 감출 수 없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선전대에 다니는 여자들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날라리, 딴따라라는 천한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그들에게 붙은 잡다한 꼬리표는 시집을 가는 데도 방해가 되고 있다.
 
회의가 끝나서 돌아오는 시간은 초겨울의 저녁, 날이 어두워오는 시간이었다. 당 책임일군은 23살의 선전대 처녀를 옆에 앉히려는 목적으로 자기가 직접 운전하겠다고 운전기사를 돌려보냈다. 성행위를 하면서 운전하려는 욕심에서였다. 성행위에 홀라당 정신이 빠져버린 당 책임일군은 끝내 일을 치고 말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작은 도로에서 학교에 서 돌아오는 16살 소녀 애를 깔아 눕히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분명히 사람을 깔았다고 느낀 당 책임일군은 차를 세우지 않고 곧바로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나버렸다. 16살 소녀 애는 지나가던 사람들에 의해 부모에게 알려지고 인근에 있는 병원에 실려 갔다.

사무실에 도착한 책임일군은 돌려보낸 운전기사를 전화로 다시 불러냈다. 그리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내가 분명히 사람을 깔아 눕힌 것 같은데 본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혹시 탄로 나면 운전기사인 네가 했다고 해라, 감옥에 가게 되면 내가 너를 가석방시켜주고 네 가족까지도 책임질 테니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당부했다. 권력 앞에서 불복할 수 없었던 운전기사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북한은 CCTV가 없으니 누구의 행위인지 감지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차가 몇 대 안 되기 때문에 밝혀내기가 쉽다. 다음날 인차*(‘이내’의 북한말) 발각되고 말았다. 같이 회의에 참가했던 다른 당 간부의 차가 그 뒤에서 따라오다가 차번호를 보고 신고했던 것이다.

정작 법 앞에 선 운전기사는 감옥행을 하게 되자 마음이 바뀌어 자기가 아니라고 솔직히 고백하고 말았다. 결국 중앙당에 그대로 보고되었고 당내에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당 책임간부는 오로지 당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고 며칠 후 나이도 되었으니 해임되는 것으로 끝났다. 사람을 치었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 이게 어느 나라에나 있는 마땅한 법이다. 하지만 북한은 문제의 본질을 오직 정치적인 선에서만 예리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결국 억울한 것은 차에 치인 소녀 애와 그 가족들뿐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당 간부는 식물인간이 된 아이가 입원한 병원에 한 번도 안 가보았다는 사실이다. 손해배상 같은 것도 없었다. 그래도 누가 나서서 이 상황에 대해서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당에서 조치하면 그만인 것이고 인민들이 목소리를 합치고 떠들면 반역행위로 넘어가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그 밑에 있는 다른 당 일군은 선전대 처녀애와 불륜을 저지르다 배속에 아이를 임신하자 총각을 내세워 중매를 서주고 시집까지 보내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자 모든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보고 환성(喚聲)을 저질러댔다. 아이가 그 당 일군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사람들의 귓속말로 시내에 소문이 나자 결국 선전대 여자는 결혼 1년 만에 이혼 당하고 말았다. 이런 일들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당 간부들은 염치불구하고 딸 같은 처녀들, 심지어 유부녀들까지도 제 마음에 든다면 권력의 힘으로 접근해서 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이게 북한 당 간부들의 도덕성이다.
 
군대 내에서 지휘관들의 성행위는 더 문란하다. 북한에서는 군대에 나갔다가 입당 못하고 제대되면 여자든 남자든 사람 축에 들지 못한다. 여자들이 군대에 나가는 것은 국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에 입당하기 위해서이다. 그만큼 군대가 사회보다 입당비율이 높다. 사회에서 하기 힘든 입당을 군대에 가서 하고 오면 일반여성들보다 많은 면에서 살아가기가 유리하다. 하지만 저절로 입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북한의 입당은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뇌물로 바치고, 돈 없는 여군들은 몸을 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군대 내의 지휘관들은 노골적으로 여군들에게 접근해서 입당을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여군들의 처녀성을 빼앗고 있다. 인권을 상실하고 사는 북한사회의 노골화 되어있는 일상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간부들도 사람이니 바람정도는 피울 수 있다. 그런 문제를 간부사업에까지 끼어들지 않게 하라”는 방침을 내리는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가. 윗물이 더러우니 아랫물도 흙탕물이 되는 게 당연하다. 항변도 할 수 없고 눈을 감고 가는 북한사회가 가는 길은 그 끝이 어디일지 모르겠다. 빨리 통일이 이루어져 대한민국처럼 폭풍 같은 ‘미투 운동’이 북한사회를 바꾸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