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대한민국 특사단의 방북(訪北)소식은 기를 질리게 한다. 그중에서도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한 북한정부의 성사되지 않을 비핵(非核)의지를 성과의 한 부분처럼 부풀리는 것이 괴롭기 그지없다.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이 말이 너무 역겹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 체제 때문에 핵이 필요했고 체제안전만 담보되면 핵이 필요 없다는 소리는 2000만 북한인민을 노예에서 절대 해방하지 않겠다는 북한정부의 의지가 확고히 담겨져 있다. 이에 찍소리 한마디 못 건네고도 성공한 개선장군들처럼 만세를 부르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정부를 동조하는 방자인가. 

나는 애초부터 북한과의 대화에서 어떤 사변을 기대하지 않았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건질 것이란 일 푼도 없다는 것을, 암흑 같은 그곳에서 50여년 살아온 나의 인생이 절대적으로 담보한다. 단지 의식한다면 이 의미 없는 대화로 국민이 끓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혼자서 끓어대고 국민세금이 얼마나 물처럼 흘러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 시끄럽게 떠드는 언론의 서로 다른 취중의 객담 같은 소리를 얼마나 더 들어야 할 것인가 하는데 신경이 촉각을 세운다. 북한인민들은 남북이 대화를 건넨다고 해도,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북한 언론이 신문에 대서특필하고 방송에서 요란하게 떠들어도 그들만의 놀음이겠거니 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수십 년을 속아온 북한인민들이다.

주에 한 번씩 하는 강연회, 학습에 한 사람이라도 빠질까봐 명부에 체크까지 하면서 불러내놓고 ‘당에서 이번에 인민들을 위해서 어떤 위대하고 원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대포를 쏘아대면 집단적으로 ‘와-’ 하고 항의적인 너털웃음을 친다. 항상 귀를 번쩍 뜨이게 요란한 선전을 해놓고는 뒤 끝에 아무런 결실이 없기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집단적인 비웃음 앞에 보위부나 당 간부들도 무색해할 뿐 대응하지 못한다. 그들도 감투를 썼을 뿐 뒷모습은 한통속인 백성이고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은 한결같다. 독재정권이 언제 인민을 놓고 걱정한 적이 있었던가. 수십 년을 배고픈데 따뜻한 밥 한 끼 배불리 먹인 적 있었는가. 땔 것이 없어서 추운 겨울날씨에 집이 더 추워서 밖에 나와 해받이 하고 서있는 불쌍한 인민들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겨우 차례지는 퍼런 죽 그릇을 놓고 속삭이던 동네사람들이 떠오른다.
“돼지 뜨물만도 못한 이런 걸 먹고사는 우리가 사람인가.”
“언제 사람처럼 살아볼 것인가.”
이렇게 인권 없는 세상을 오히려 도와주듯 방자 노릇을 하고도 황송해하는 동족이 옆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거북스럽다.

이런 것을 딱 북한 사람이 되어봐야만 아는 일인가. 이미 수십 년을 북한정부와 접촉해온 한민족인 우리 한국 사람들의 촉감은 둔한 것인가, 이미 실패한 남북대화들이 역사적인 교훈을 줌에도 불구하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김대중 시절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대화에 노벨상이라도 받고 싶기 때문인가. 궁지에 몰린 북한을 끝까지 궁지에 밀어 넣을 때만이 스스로 얻어지는 결과가 만족하고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알쏭달쏭한 대화에 도대체 뭘 얻어냈다고 끓어내는지 의심된다. 종당에는 자포자기로 끝낼 이 대화에 스스로 만족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북한정부와의 접촉은 중요하고 북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고 오히려 독재자한테 힘을 건네듯이 “솔직하고 대담한 외교스타일”이라고 독재자의 권위를 부풀리는 이 같은 특사단의 행위는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지고 떠드는 그 안에, 노예처럼 살고 있는 북한인민들의 인권이 철저히 속해있다. 밤낮 언론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장식처럼 떠들기만 해서 뭐하는가. ‘북한의 장성택이 어떻게 죽었소’, ‘김정남이 어떻게 죽었소’. 물론 죽어 마땅한 자들이다. 그들도 북한인민의 피로 살찐 자들이지만 그들의 죽음은 이 세상에 유례없는 죽음이기에 전 세계가 하나같이 떠드는 것이다.

궁지에 몰려 빠질 구멍을 찾는 북한 오그랑수(주: 겉과 속이 다른 말이나 행동으로 나쁜 일을 꾸미거나 남을 속여 넘기려는 수법, 북한어)에 같이 녹아드는 것은 수십 년을 옆집같이 살아온 우리 한국 사람으로서는 못난이와 같은 행위이다. 북한은 핵이 없는 순간 체제유지도 어렵다.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그런데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이 말이 앞뒤가 맞는 말인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 그리고 북한인민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반되는 대화로 또 다시 오류를 범한다면 역사는 오늘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흘러버린 물을 주을 기회는 다시 생기지 않는다.

북한 인권을 수수방관한 비핵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핵과 함께 북한인권도 끝장을 봐야 한다. 비핵이면 북한인민들도 노예에서 해방되는 것이 마땅함을 민족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