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에도 각종 인프라건설과 산업건설, 도시건설을 비롯한 각종 건설 사업들이 항시적으로 진행된다. 북한사회에서 진행하는 각종 건설 사업에는 인건비가 안 들어가거나 적게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정권이 인건비를 최소화 하면서도 각종 건설을 항시적으로 진행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인력이 돌격대이다. 참고로 북한사회에는 개인회사가 진행하는 건설 사업이란 없다. 모두 정부에서 조직하고 진행한다.

북한정권은 건설 사업을 시작하기 전 돌격대 모집부터 진행한다. 중앙기관에서는 도에, 도에서는 군에 건설대상을 지정해주고 돌격대원 선발요강을 내려 보낸다. 물론 청년들을 위주로 보내라는 문구는 빠지지 않는다.

항상 일관된 내용은 “입당 대상자들”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지원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당원의 지위를 높여주고 당원이 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노동력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람들을 써먹는 북한정권의 수법이다.

당원이 되어야만 출세를 하거나 사람대접을 받는 곳이 북한 사회여서 모든 사람들은 당원이 되는 것을 인생의 높은 한 계단쯤으로 생각한다. 나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백두산 청년발전소 건설 돌격대에 동원되었다. 당시는 꼭 당원이 되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관점도 시들해진 때어서, 북부지구의 험한 발전소 건설장에 지원하는 사람이 적었다. 나도 강요에 못 이겨 돌격대에 갔다.

그때 나는 식량배급도 없는 직장에 다섯 달 출근하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노동단련대(한국의 80년대 삼청교육대 같은 곳)에 이름이 올라있었다. 직장의 당 비서는 나를 찾아와 차라리 백두산 청년돌격대에 가면 노동단련대에 올라있는 내 이름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간 백두산 청년발전소 돌격대에서 나는 옥희를 알게 됐다. 옥희는 이름처럼 얼굴도 예쁘게 생긴 처녀였다. 그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살다가 돌격대에 온 처녀였다. 나이는 25살이었다. 그는 나와 한 소대에서 생활했다. 일도 항상 같이 했고 잠자리도 한 호실이었다.

나는 2년 동안 옥희와 함께 일했다. 돌격대 일은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고된 육체적 노동이었다. 숙식환경도 열악했다. 산골짜기에 바람을 막을 수 있게 판자로 임시건물을 지어놓은 곳이 우리의 숙소였다. 겨울이면 침실에서도 추위에 몸을 옹크리고 떨어야 했다.

사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돌격대원들에게 만연한 일시적 관념 때문인지 사람들도 거칠었다. 남자들은 싸울 때면 주먹을 휘두르거나 심지어 삽 같은 공구를 이용했다. 자그마한 다툼이 주먹질로 변하고 나중에는 삽을 휘두르며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광경은 돌격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돌격대에서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것은 배고픔이었다. 돌격대에 동원된 사람들은 대부분 20대이다. 한 창 먹을 나이에 한줌밖에 안 되는 옥수수밥을 먹고 종일 힘든 육체적 노동에 시달리다보면 배고픔과 식욕은 참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먹을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훔쳤다. 주변 농가들에서는 돌격대 사람들의 도적질이 너무 심해 돼지도 집안에서 길렀다.

옥희는 이악한 처녀였다. 열악한 돌격대 생활을 불평 한 마디 없이 견디어 나갔다. 남자들도 일이 힘들어 며칠에 하루씩은 아프다는 핑계나 다른 구실을 대고 침실에 누워 쉬군 했지만 옥희는 항상 열성분자였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돌격대의 규율 생활에 철저히 복종했다. 옥희는 돌격대에도 자진하여 왔다고 했다.

내가 옥희가 힘겨운 돌격대에서도 불편한 마디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남다른 사연을 알게 된 것은 훗날이었다. 어느 날 돌격대 여자들 속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이란 옥희가 새벽이 되어 오는 깊은 밤중에 돌격대 정치부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계속]

탈북자 한 성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