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대교를 넘어 마석을 향해 가는데 남양주에 접어들면서 산언덕에 梨花가 만발해 있었다. 어두운 밤이라도 훤하게 보이겠다 싶을 만큼 만발하다. 봄꽃들은 낙엽을 떨어뜨리면서 꽃망울을 이미 준비해 놓는다. 긴 겨울을 버티면서 봄을 기다린다. 백일동안 핀다는 백일홍도 있지만 꽃이 오래 피어 있어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겨우내 버티어왔기 때문에 이파리보다 먼저 그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이 마땅하리라. 봄꽃이 사랑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거기에 있고, 백일동안 피어있는 꽃이 아니라 해도 괜찮은 것이다. 누군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꽃이나 주위 환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남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라고. 자기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젊은날의 시간들은 이제 접고, 그 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주위의 사람들과 만물을 돌아보며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하하하하” 운전을 하다말고 소탈하게 한바탕 웃었다.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싶어. 또 그렇게 산을 덮고 있는 梨花를 보면서 웃음으로 답해주는 것도 도리인 것 같고---. 세종대 모교수님은 운동하고 샤워를 한 후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르시스(Narcissos)에 빠진다는데. 수선화가 되는 슬픔이 없다면 가끔은 자기 자신을 보면서 나르시스에 빠지는 것도 행복하겠다. 자신감도 생기고. 이파리를 떨어뜨리면서 봄 맞을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꽃피는 날에 나르시스에 빠져도 좋겠지. 돌아갈 날은 분명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데 돌아갈 준비는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죽음이 나를 찾아 올 것이라는 사실이 막연하기 때문일까?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주위의 사람들과 환경을 돌보며 산다는 것이 인색하기만하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네 사람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이렇게 내 눈에, 내 마음에 북한주민들의 주린 모습이 헐벗은 모습이 부른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해 안달이 난다면 나도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 인간 되어 있음에 나르시스에 빠져 하늘을 우러러 감사할 수도 있겠고. 오늘은 이렇게 외치고 싶다. 주위 환경들이 보여지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러면 이제는 남을 돌아보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김정일에게 압제당하는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그들을 도울 길을 찾고, 그들의 주린 배와 헐벗음을 함께 나눠주는 사람이 되자고. 봄꽃이 하루만에 피어납니까? 긴 겨울을 버티면서 시간이 되어 피는 것입니다.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여지고 또 모여진다면 하나님이 우리의 진심을 보실 날이 올 것입니다. 고통받는 그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이 꽃이 만발할 날엔 북한주민들이 김정일의 압제에서 벗어날 좋은 날이 오겠지요. 나만 위해서 살다보니 남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병아리 눈물만큼의 분량밖에는 나 가진 것이 없소이다. 하오니 모으고 모으다 보면 커지고 자라겠지요. 오늘 길을 가다 문득 주위의 가로수가 눈에 들어오거든 님도 남을 돌보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된 것입니다. 가장 힘든 이웃이 누구겠습니까? 김정일 수령독재에 압제당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진다면 북한주민들에게도 봄날이 올 것입니다. 그 가을에는 함께 오곡백과도 나눠먹지요. 사람으로 태어나 김정일 수령독재에 유린당하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찾아주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다 왔습니다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얼굴에 어리는 그 사랑에 취해, 내 안에 비췬 주님의 사랑에 어리는 내 영혼의 아름다운 모습에 나 스스로 나르시스에 빠져 영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수선화가 된다 해도, 인간된 도리 다 했음에 행복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