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객이 닭개장국에 취나물 대쳐서 무치고, 토란대를 삶아서 볶고, 씀바귀에 달래를 넣어서 새콤달콤하게 무친 산뜻한 나물을 점심 먹으라고 가지고 왔다. 모처럼 먹어보는 씀바귀의 쌉싸름한 맛이 달래와 잘 어우러져서 입안을 상쾌하게 했다. 취나물도 입맛을 돋우었다. 모처럼 먹는 사람이야 나물향이 좋고 먹을 만하게 구미가 당기지만, 이것을 주식삼아 살아야 하는 북한주민들에게는 곤욕이겠구나 싶다. 이 산나물에 강냉이 몇 개 넣어서 끓여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나물죽은 정말 먹고 싶지 않는 보릿고개의 진저리치는 추억의 음식 같겠지. 닭개장국에 밥 반 그릇 말아서 먹는데 취나물을 보니 갑자기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좋은 이웃들 만나 점심 먹어라 가지고 오는 이웃도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지도자 잘못 만나 고생하는 북한주민들의 고생이야 봄이라고 가시겠는가. 봄이니까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봄나물을 뜯어 그나마 요기하기는 겨울보다 좋겠지만, 겨울한철 지나오면서 굶주린 배가 봄나물죽 한 그릇에 그 기나긴 허기가 가시겠는가 말이다. 나도 북한주민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서 끼니에 따뜻한 밥 한그릇 대접해 주는 이웃이 되어야 할 텐데---. 내가 가진 힘이란 것이 고작해야 안타까운 마음뿐이니 이 일을 어쩌나. 요즘처럼 나 자신이 무능하고 못나게 느껴진 적이 없다. 하나님은 모든 육체에게 식물을 주셨는데 그 식물이 김정일 체재에 의해서 주민들에게까지 전달이 되지 않고 있으니 그 받을 화가 얼마겠는가? 때가 오면 나도 북한주민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서 닭개장국 끓이고, 씀바귀 맛나게 무쳐서 함께 먹어야 겠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내 이웃이 오늘 내게 베풀어준 이 사랑을 고이접어 마음에 담으며 북한주민의 자유를 기도한다. 그날에는 이 받은 사랑을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끄집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