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망하게 하는 것은 여자때문이다' 는 말에서 여자는 참 요물인 것 같다. 또한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남자이고 그 남자를 지배하는 자는 여자'라는 말에서 여자의 말이나 행동은 소중한 그 무엇을 파괴할 수도 보존할 수도 있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 같다. 육체는 약하나 내면의 힘을 지닐 수 있는 존재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환경에 더 많은 지배를 받는 건 사실이다. 좋은 환경에서 여자는 무한 행복해 질 수 있지만, 나쁜 환경에서는 남자보다 더 무서운 고통을 받는다. 나쁜 환경에 거할 운명이라면 차라리 나지 아니함만 못하다. 옛부터 부족과 나라에 기습공격을 받거나 전쟁에서 패하면 여자들이 잡혀갔고, 일제 강점때도 10-20대의 여자들이 자기의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여기 일제강점보다도 더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탈북 여자들, 여기 저기 팔려다니는 여자들을 보면서 저주스러운 그녀들의 탄생을 생각해본다. 탈북했다가 다시 북송된 여자들 중 임신한 자는 강제로 낙태를 시키는 과정에서 오리걸음을 시켜 하혈하게 하고 배를 차기도 하고, 아이가 나면 바로 죽이거나 개에게 준다. 애견 가게의 깨끗하고 예쁘게 다듬어진 강아지들보다 못한 아니 자유롭게 이곳저곳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똥개보다 못한, 가고싶은 곳을 훨훨 날아 부스러기를 콕콕 찍어먹는 거리의 널린 비둘기보다 못한 삶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때를 잘못 만나, 악한 지도자를 만나 개보다 못한 삶을 죽지못해 살고 있다. 그 나라는 노약자나 여자나 어린이에 대한 배려나 긍휼이 전혀 없는 미개한 곳이다. 여자들이 당하는 수난을 생각하며,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안타깝고 슬픈 사연들을 처음 접할 때는 밥이 먹히지 않고 잠이 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매일 쏟아져 나오는 탈북여성의 고난을 보면서 면역이되어서인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의해서인지, 일상생활에 파묻혀 바쁘게 살다보니 그들의 아픔은 그림처럼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것이 실상임에도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나도 여자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환란의 때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로다" 라는 말씀을 떠올린다. 멀지 않은 북한은 이미 환난이다. 결혼도 임신 육아도 앞두고 있는 여자로서, 환난의 때가 두렵다. 이 세상 여자들은 어느 누구 할 것없이 사랑에 안기고, 행복을 꿈꾸고, 자신의 품에서 나온 생명에 애착을 가진다. 최소한의 여자의 권리, 최소한의 여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속히 북한 여자들에게도.... 오늘 거리의 비둘기를 보며, 애견 가게를 지나오며, 북한 여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여자임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