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권이 탄압되고 있다. 사실,민주적 나라에서나 어울릴듯한 인권의 표현을 쓰는 것도 이곳에선 사치다. 말 그대로 생지옥의 나라에서 무슨 인권유린이니 탄압이니..그런말이 필요있겠나? 얼마전 초딩동기회에서 34년만에 본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웃고 떠들때였는데, 한 친구의 명함이 영 낯설어 유심히 보게됬다. 흔히들 선거때가 되면 지하철입구에서 나눠주는 후보자의 명함, 바로 그런것이었다. " 이거 선거용 명함같네, 이번에 어디 나가냐?" " 아니, 이번이 아니고 ..... " " 가만 있어봐라....열린당이네...요새 열린당 인기 없어갖고 되겠냐? " " 선거가 막상 시작되면 많이 달라질걸...남북정상회담 호재도 있고..... " 좋은 분위기의 동기회를 망치기 싫어 어정쩡하게 말이 끝났지만,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왜냐면 난 동기회싸이트건 동기들을 만나건,현정부의 실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한 친구중의 한명이 열린당 당원 정도가 아니라 후보자가 된다니,그것도 근방에 살고 있는 동기들의 무시할 수 없는 표를 의식한 참여가 아닌가 생각하니 더씁슬했다 그리고 며칠후, 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기 몇 명이서 소주 한잔 하기로 했으니 나오라는 연락이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벌써 다 나와서 소주 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그친구는 장황하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분위기를 깰까 싶어 묵묵히 그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 그러니까,금강산 관광은 온 국민의 힘으로 지켜 줘야되...남한사람들이 거기서 쓰는 돈이 가난한 북한동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데...같은 동포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되는거잖아...일부러 돈을 보내줘도 괜찮을 판에 관광도 하고 북한동포도 돕고......며칠전 개성공단에 다녀왔는데, 북한처녀들이 얼마나 이쁘고 순수한데...이건 한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매달려서 성공시켜야할 사업이야...남한의 자본력과 기술이 북한의 우수한 인재를 만나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이 안 될 정도야...미국도,일본도,중국도 반대하는것..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동포애적 사명인 것이거든...세상에 피보다 진한게 뭐가있어...북한이 핵무기 잘만들었지...나중에 통일되면 우리도 핵보유국이 된다고....세상에 두려울것이 뭐가 있나...북한과 손만 잡으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가 슬쩍 딴지를 걸었다 " 북한동포를 돕자는데엔 우리 국민모두가 동의를 할거야...문제는 그 혜택이 동포에게로 안돌아간다는데 있지... ' " 무슨 소리야...너도 많이 세뇌됬구나...지금 한나라당이니 조중동이니 하는데서 북한을 공격하는데 ,그야 말로 反민족세력의 주장이야...지금 북한은 변화를 꿈꾸고,또 변혁되고 있어...시간이 더딜뿐이지..." " 북한이 변해야 살수있다는데 나도 동의한다..그런데 김정일 일당들이 그 오랫동안 누려왔던 호의호식을 버려가면서 까지 변화를 하겠는냐고...남한에서 준돈만 갖고도 동포들 배고픔은 없을거라는데 왜 그들이 배고픈데...그리고 왜 탈북하겠나...거기가 인권이 있나,자유가 있나..? 김대중,노무현등 좌익들에게 정권을 빼악겨 결국은 북한동포의 인권을 더 무시하는결과를 초래했는데....김정일에게 준돈이 동포들의 굶주림을 해소하는데 썼다면, 그게 불법적이었다 해도..그리 큰 비난은 안 돌아왔을거야..그야말로 부도 직전의 김정일에게 숨통을 틔여줘 결과적으로 동포에게 더큰 고통을 안겨 준거지..." 우리는 더이상 할말이 없을것 같았다 나는 북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에 살고 있음에도, 이념적으로 너무 다른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다. 무조건 북한에 도움을 주는 것이 결국은 동포에게 도움이 된다는것을 설명하는 친구와 김정일 그자체에 도움을 줘서,결국은 동포들을 사지로 끌고 가는것이라 생각하는 나와, 우린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먹으며 살고 있지만 서로가 너무 달랐다. 남한에 이런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북한의 인권은 더욱더 없어진다고 생각할때...가슴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