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月도 참 빠르다. 벌써 내일이면 어린이날 아이들이 또 무엇을 선물로 달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 요즘 어린이날은 어른들에게는 공휴일 또는 어린이들에게는 선물 받는 날로 전락한지 오래다. 아이들은 마땅히 아이라서 받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요즘 많이들 불리 우는 福音聖歌의 내용처럼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이고 지금도 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 하시던 어른들 말씀처럼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 했지만 어느새 인가 요즘 아이들 云云하는 어른들의 축에 끼이고 있다. 초등학생 때 어린이 사랑에 관해 기억나는 게 있다면 어린이날을 만들었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분이라 하여 소파방정환(1889~1931)선생님을 존경했던 것. 또 [예수님은 어린이를 사랑 하십니다]라는 여름교회학교의 포스터가 나의 마음과 몸을 교회로 향하게 하였다. 그것은 예수님이 나에게 하신 최초의 전도였다. 소파 선생님과 그 친구들은 이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준비되어져 쓰임을 받았고 행동하는 兒童 文學家 들이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짓눌려온 어린 싹들에게 물주는 운동을 시작한 그분들의 노력과 정성이라는 遺産위에서 어린이들은 소중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분명 그분들의 글들은 우리의 동심을 키우는 물이었고 거름이었고 따뜻한 햇빛 이었던 것 같다. 그분들의 순수에 대한 열정이 문학적 교육의 효과가 얼마나 至大한 영향을 끼쳤나 생각해 볼 때 이 어린이날에 즈음하여 역사 속에 그리고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한 소년이 떠오른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말하다 입이 찢겨 지고 돌로 머리가 깨져 죽어간 소년 이승복이다. (1968년 10월 30일 3차에 걸쳐「울진·삼척지구」해상으로 침투한120명의 무장공비 잔당 5명이 우리의 군·경·예비군의 추격을 피해 북으로 도주하다 산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다급한 나머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계방산 중턱 이승복군의 집에 침입하여 공산주의를 선전하며 그들에게 동조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승복 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자 순식간에 가족을 살해하였다) 5월의 바람에 흩날리어 지고 있는 꽃잎들처럼 죽어간 죽음이여. 아름다운 영혼이여. 죽음 앞에서 과연 그렇게 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어떤 이들에게는 있을까? 그것은 나라를 지킨 어린 殉敎者의 죽음이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분명한 기준이 소년의 의식 속에 있었다. 그것은 어른들만의 운동가들만의 몫이 아니었나보다. 불의와 타협하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고 후대의 이 땅의 어린이들을 위한 반공어린이의 영원한 표본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린이의 모습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正義를 교육받은 아이는 이렇게 正義를 위해 죽을 수 있다. 그러나 不義를 교육받은 아이는 不義를 위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하며 병든 어린이는 치료해 주어야하고 신체와 정신에 결함이 있는 어린이는 도와주어야한다] 이는 우리나라 [어린이 헌장]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이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 그 권리를 박탈당한 채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과 김정일 일당의 사상에 물들여져 꼭두각시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살아가는 또 다른 어린이들도 생각난다. 순백의 영혼이었던 그들이 김정일 체제 속에서 볼 수 있는 건 오직 한 가지 붉은색뿐이다. 붉은색으로만 세상을 본다. 그것을 보면 김정일 일당은 지독한 색맹들인 것 같다. 봄이 되어 연두 빛 예쁜 잎이 나와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도 봄 하늘의 파란빛 을 보아도 그들은 오로지 그것들이 다 붉은 색이라고 가르치는가 보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色相이 다 아름다운 것이나 유독 붉은 색을 볼 때면 내 마음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들의 이념이 표현된 색이라 그러할까? 북한 아이들은 그렇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김정일 체제를 위한 인간병기들로 전사들로 길러 질뿐이다. 방정환 선생님과 같이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자유란 이름의 열쇠로 묶여진 쇠사슬을 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들을 치료해줄 심리학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태어나지 못한 채 죽어간 영혼들 보다 더 불쌍한 북한 어린이들을 볼 때 요즘의 우리네 초등학생들은 어떠한가? 우리네 어린이들은 이승복 소년과 같은 그런 안보와 반공의식이 있을까?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소리 칠 수 있는 그런 깨인 의식 수준을 가지고 있을까? 또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가 있기나 할까? 교사들은 소파 선생님과 그 친구들처럼 이 땅의 어린이들을 위해 얼마큼 純粹의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학교에서도 국가에서도 도외시 되고 있는 그 교육을 이젠 가정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교과서를 통하여 선생님을 통하여 그리고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하여 자연스레 우리의 의식은 반공 쪽으로 깨어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단어조차 떠올리기를 어색해 하는 것 같다. 이제는 교육자도 나라의 지도자도 믿을 수 없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니 그들이 오히려 이제는 푸른색도 붉은색이라 가르치려고 든다. 하얀색도 붉은색이라고 김정일이처럼 억지를 쓴다. 正義를 不義라 가르치고 不義를 正義라 가르치니...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내일은 우리 집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어린이 대공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 방정환선생님과 아울러 이승복 어린이의 그 정신과 희생도 들려주어야겠다. 북한 어린이들의 꽃제비적인 상황과 그들의 잃어버린 자유의 아픔도 들려주어야겠다. 어린이 날 참 아프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