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특별 취재반의 글 중 일부를 적어본다. 연변의 한 조선족은 함경도에 사는 외사촌이 제발 와 달라고 여러 차례 편지를 해서 지난해 9월 방문을 했다. 임시통행증을 받아 입북한 뒤 길을 지나는데 뒤에서 `사람이 실하니 저 사람 고기 고소하겠다.'는 소리가 들려 소름이 끼쳐 방문을 급히 마치고 돌아왔단다. 지난 여름, 함경도 회령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족도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큰아버지 댁에 도착했을 때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사촌누이 한명만 빼고 모두 방 안에 누워 있었는데, 움직이지 못하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 5일 전부터 풀만 먹다가 힘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황기로 얼굴이 누렇게 붓고 떠서 얼굴과 머리가 갈라져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촌이 밥을 해서 그날 밤 밥을 먹는데, 어찌나 많이 먹던지 밤 12시께 모두 배탈이 나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연변에 친척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참혹한 상황에 빠져 있다. 중국도문의 특별취재반의 글 중에서 이런 내용도 있었다. 요즘 함흥에서는 매일 굶주려 죽은 시체들이 한차씩 실려나간다고 한다. 중국과 인접한 변방지방은 식량을 어떻게 해서든 구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먹고 살만하다고 한다. 내륙지방 사람들은 그러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고, 북한 어느 지역이나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중국에서 친척이 방문한 집은 굶주린 사람들의 표적이 된다. 친척들이 가지고 온 쌀과 먹을 것을 노린 까닭이다. 처녀들이 굶주린 나머지 군관에게 몸을 팔아 배고픔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걸 ‘고추장사'라고 한다. 요즘에는 김정일 욕하면 6촌·8촌까지 추방(사람이 없는 오지에 내다버리는 것)당한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작년은 죽 먹은 해, 올해는 물 먹는 해라고들 한다는데 물밖에 먹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지 않는가? 꼽새(먹을 것을 찾아 땅바닥을 헤매는 사람) 처녀를 여러 사람이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는 등, 확인할 길 없는 말들이 나돌고 있는 것을 보면 도저히 어떤 의식 있는 체재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김정일은 카우스 이론이 잘 적용되는 인물인 것 같다. 자기백성을 챙기는 어떤 최소한의 원칙도 없는 무질서한 사람 같지만, 철저하게 자기백성의 인권을 유린해 자기 생명하나, 또 그 주구들을 호의호식하는 데만 눈이 밝아져 있다. 체재가 없는 것 같지만 철저한 이기심에 사로잡힌 사악한 악마적 체재, 그것이 김정일을 움직이는 의식인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나라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 사실들이 북한주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김정일 체재가 하루라도 빨리 붕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적어본다. 그들에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양식을 공급해 주어서 그들도 힘을 얻고 스스로 자립할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