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백두고원 끝자락인 양강도 대홍단에는 끝없는 감자 밭이 펼쳐져 있어 씨감자 프로그램을 위해 방문한 한국의 월드비전 관계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들은 북한당국에서 지칭한 ‘감자바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하였다. 대홍단의 감자 재배면적은 2000ha. 이 가운데 400ha는 소비용이 아닌 씨감자 증식용 생산밭(채종포)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상태라 2000년부터 우량 씨감자 확보에 나선 월드비전의 지원 아래 온실 수경재배 방식으로 바이러스 없는 씨감자를 생산하는 1단계를 구축 했다고 한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 고산지대가 많은 북한에 적합한 작물"이라며 "다른 작물에 비해 생육 기간이 짧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많다"고 말한다. 이모작이 가능해 북한의 춘궁기 식량 문제 해결에도 안성맞춤이다. 국가보다는 주민 개인의 식량 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인터넷뉴스에서 참조함) 이모저모 하여 여하튼 감자로 식량을 대신 하겠다는 말이다. 감자는 옥수수 밀 쌀 에 이은 세계 4대 작물로 그 자체가 훌륭한 식량 자원이라 해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고 해도, 땅속의 영양덩어리로 불리 운다 해도, 조리법도 다양해 싫증을 내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말을 해도. 역시 쌀 아닌 감자란 것은 이틀 사흘을 겸하여 먹지는 못하겠다. 역시 한국인의 입에는 그저 질리지 않는 밥이 보약이란 어른들의 말이 한 치 그른 것이 없다. 위의 기사를 보고 있노라니 김동인의 문학 작품인 [감자]가 오버랩 된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몸을 사고파는 일을 거론 한다는 것은 일명‘뜨거운 감자’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성매매라는 관련된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시대적인 상황과 벗어 날수 없는 1920년대 신변의 환경에서 그나마 손쉬웠던 복녀의 선택 일 것이다. 남편의 게으름으로 인해 남의 땅을 부쳐 먹던 자리에서 쫓겨나 자립 따위의 용어는 떠올릴 궤제가 못된다. 무능과 게으름의 극치인 남편이 복녀를 사온 80원이 그의 마지막 남은 재산이었던 것이다. 남편을 봉양해야 하는 뜻밖의 구걸도 그것에 단련된 평양 성안의 사람들의 경계에 쉽지는 않다. 우리가 흔히 지하철등지에서 구걸하는 한 사람을 늘 상 만나게 되면 처음에 한두 번은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지라도 똑 같은 사람을 두 번 만나고 세 번 만나다보면 동정심도 무뎌가듯 점차 세인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녀는 환경의 결박에 묶여 자연히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에 눈을 뜨게 된다. 매춘인 것이다. 결혼과 남편이라는 시대적인 제도의 줄에 얽매여 감히 벗어날 수도 탈출을 꿈꿀 수도 없는 숙명적인 여자의 일생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복녀의 선택 이었다. 그 상황과 환경에 의해 복녀의 도덕관이나 인생관은 점차 바뀌어 버리고 살아남기 위한 처세의 비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더욱이 남아있던 도덕적 관념의 치부에 동조까지 하는 남편의 파렴치함은 공생하기 위한 복녀의 선택에 대해 배려였고 그들은 결국 무언의 공모를 하였다고나 할까? 그것이 빈민굴 생활 수단이라는 식상함으로 인한 일종의 약속되지 않은 거래였다고나 할까? 남편은 마치 포주의 모습 그것이었다. 그 시대적인 배경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환경 속에서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복녀의 슬픈 운명이라고 보기엔 그녀의 죽음은 너무 허무하다. 결국 복녀는 살아서도 무능과 게으름의 극치인 남편을 봉양하기 위해 그런 구걸과 매춘행위를 하였고 죽어서도 남편의 생존을 위한 거래의 조건이 되고 만다. 복녀는 절대 가난이라는 흉악의 줄에 묶인 것이다. 여기서는 설정 이란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난한 농가의 딸이라는 것이 그 첫째요 그로인해 20년이나 연상인 홀아비한테 80원에 팔려 갔다는 것이 두 번째요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으로 인해 구걸하다 매춘의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 세 번째다. 첫 번째도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요 두 번째도 그녀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영향으로 인한 그녀의 자유의지가 약간은 내재된 선택이었다. 나는 여기서 북한의 주민들을 생각 해 보았다. 그들이 북한에 살게 된 것은 복녀의 첫 번째 조건에 해당 된다. 김일성 김정일의 손아귀아래 쥐이게 된 것은 두 번째 조건이라 본다. 그 이후 그들의 삶은 세 번째의 조건에 해당 할 것이다. 복녀는 원하지 않는 조건을 작가적 시점이라는 설정아래서 숙명적으로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수령체제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굴종을 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고 탈출을 시도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못하면 온갖 학대를 받으며 그 상황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복녀가 그 감자를 훔치기 위해 왕서방의 밭으로 숨어들어 갔듯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도둑질도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악한 자들이 한 그 설정에서 벗어 날수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스스로가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려 있는 것이다. 죽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거기서 풀려나 자유로워지는 짐승들처럼. 무엇이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을 소망 삼아 살아 갈 수 있을까? 어버이라는 수령체제에서건 당에서건 아무도 그들을 생각하는 자들이 없고 돌아보는 자들도 없다. 자기가 선택하여 펼칠 꿈도 없고 미래도 없다. 사랑받지 못한 그늘진 그들의 얼굴 뒤로 아픔만이 석류처럼 영글어 갈 것이다. 여름햇살에 찢겨진 석류의 웃음대신 처절한 절규만이 자신만의 영토인 한 평도 되지 않는 그 땅을 저밀 것이다. 치유 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의 병으로 그들의 가슴은 멍들어 있을 것이다. 미운 오리새끼 같은 존재인 그들의 마음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인해 끝없이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상처받은 그들의 영혼은 아물게 해줄 처방도 없이 버려진 채로 황폐한 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뉴스가 아닌 그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다. 감시의 대상이요 정죄와 비판의 대상인 이웃들과의 막힌 담은 높고 견고하기만 할 것이다. 진정한 왕래가 없는 그들의 골목길은 여름 무더위에 잡초들만이 무성 할 것이다. 무미건조한 그들의 표정 뒤로 어떤 계산이 오고 갈지도 모른다. 그들은 허울 좋은 이웃인 것이다. 동무라는 진정한 뜻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 700만이란 숫자에 속하는 출신 성분이 좋거나 당에 약삭빠른 충성을 하는 자들은 생각지 못한 호사를 누리고 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연극 아닌 연극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 이웃은 합 해 질수 없는 모래알 같은 관계이다. 자신을 속이고 이웃을 속이고 서로가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자신의 마음만은 자유로이 창공을 나는 새들처럼 지켜주길 바란다. 그것이 비록 한 개비의 성냥불에 그어진 행복이라 할지라도 성냥팔이 소녀처럼 날마다 성냥을 그어서라도 그 어둠의 그 날들을 밝혀 있길 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네 가지의 사랑은 필리아 스톨게 에로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인 아가페이다. 북한 세계에서는 그 모든 사랑이 다 진입금지이다. 오직 당과 수령님에 대한 사랑만을 만들어 내도록 강요 할 뿐이다. 사랑은 절대 강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도 나타나지도 않는다. 진정한 사랑을 가로막는 방해하는 요소들에 반하는 것은 오직 꾸며진 것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생사를 좌우하는 환경이라는 설정 아래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의지란 있을 수 없다. 살아남는 자가 되기 위해서 그들 간부들이 원하는 연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은 교통하는 것이다. 교통하지 않는 사랑을 그들도 서로가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교감에도 아랑곳없이 김정일의 세력들이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오직 맹목적인 굴종 과 충성만을 요구 할 뿐이다. 그런 것으로 인하여 그들의 심령은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출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끝없이 계속되는 어둠의 블랙홀을 걸어갈 뿐이다. 흉악의 결박은 이처럼이나 무겁고도 무서운 것이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 벗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그들을 그런 늪에서 건져 내 줄 것인가? 북한 주민을 건져 줄 수 있는 슈퍼맨은 언제나 나타 날 것인가? 기약 없는 기다림을 끝없이 이어가야 하는가? 정녕 신의 손길 외에는 그 흉악의 결박을 풀자가 없단 말일까? 궁극의 한계 북한이라는 그 나라 안 자체가 정신과 육체의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요 멍에거리인 그곳 북한주민들이 복녀처럼 결국 살아남은 자들의 거래거리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흥정거리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들이 복녀와 같은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