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방송에서 탈북자 이경희 씨의 글을 읽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모내기철이 되면 어린 학생들도 모내기에 총동원된다. 공장 기업소도 모두 문을 닫고 가두와 인민 반은 물론 앓고 있는 사람들도 동원되어야 한다. 이유는 당의 배려를 앉아서만 받지 말고, 나라가 고난을 겪을 때 노력으로라도 보답하라는 것이란다. 특별한 가정을 제외한 남한의 농촌 어린이들도 농번기에는 나름대로 일을 도울 것이다. 지금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학생 때는 모내기 때와 가을 추수 때 연 2회 가정실습이라 하여 전교생이 3일-4일 정도 휴학을 했다. 비슷한 기간에 모내기를 마쳐야 하는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되면 서로 품앗씨를 해야 하니 어린이들의 손이라도 필요하다. 못자리에서 어른들이 모를 뽑아 못단을 묶어 놓는다. 그것을 모를 심을 수 있도록 가래질을 해 놓은 논에다 모 한단이 심겨질 분량의 간격을 두고 못단을 갖다 놓는 것이 우리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못자리에 있는 못단을 나르기 좋도록 물이 빠지도록 먼저 논두렁으로 못단을 올려놓아야 한다. 못자리 논에는 거머리가 유난히 많기 때문에 그것은 오빠나 언니들의 몫이다. 장화는 학생들이 신고 일하기에는 무게가 버거우므로 두꺼운 스타킹을 주로 신고 거머리가 달라붙지 않도록 채비를 한 후에야 할 수 있다. 못단 1단이 심겨질 수 있는 간격을 파악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어 가래질한 논에 못단을 갖다 놓는 것도 처음엔 어른들의 시범이 필요한 일이다. 한나절을 하고나면 팔도 아프고 게으름도 생기면, 물논에서 장난치고 놀다가 ‘못단 날라라.’ 아버지 말씀에 다시 못단 나르기는 시작된다. 그것도 한 3일 정도 하고나면 사지가 아프다. 마지막 날은 학교에 가야 하니 하루 쉬어라 하시는 아버지 배려로 신나게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가정 실습한 내용을 원고지에 구체적으로 적어서 등교하면 선생님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농땡이 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모내기를 도울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그 3-4일이 전부였다. 북한의 어린이들은 부모 밑에서의 모내기가 아닌 김정일 악마의 독재체제에서 내려진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므로 그것은 우리네 아이들과는 다른 과업을 달성해야 하는 노동이다. 하루 종일 햇볕 아래서 허리를 굽혀 물논에서 모내기를 한다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일도 힘겹지만 배고픔과도 싸워야 하고, 더위와도 싸워야 하며, 감시원들의 눈빛과도 싸워야 한다. 정상적인 어른들도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햇빛 아래서 모를 심는다는 것은 힘들다. 때문에 모내기 때는 아침과 점심, 점심과 저녁 사이에 새참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점심도 푸짐한 고기가 반드시 들어가는 진수성찬이다. 그것뿐인가, 술을 곁들인 푸짐한 저녁상까지 물린 후에야 일꾼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내가 자랄 때의 농촌의 인심이다. 이경희 씨의 글에 한 어린이가 햇볕에 너무 오래 노출돼 일을 하다가 더위를 먹고 빈혈로 모내기하다 흙탕 물속에 쓰러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이한테는 엄마가 없었다. 홀아버지의 손에서 동생과 함께 하루 한 끼를 먹으며 살던 애가 그래도 농촌동원을 나가면 한 끼는 잘 먹여준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왔었는데 잘 먹여 준다는 것이 고작 깔때기 가루 떡(옥수수 가루) 몇 개였다는 것이다. 자식을 둔 김정일이 어찌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대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노동을 시켰으면 최소한 배불리 먹게는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북한 어린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과는 영양 공급 상태가 틀려서 성장이 늦어 한국의 어린이들만큼 키도 크지 않다는데 중노동을 시켰으면 주린 배는 채워주어야지. 고작해야 준다는 식사가 가루(옥수수를 변성하여 만든 가루라고 해서 북한에서 ‘변성가루’ 혹은 즉석에서 물만 두고 비벼먹을 수 있어 ‘속도전가루’라고도 함 )떡을 주는데 그걸 먹기 위해 쉬지도 않고 열심히 모내기를 하는 것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열심히 모내기를 한다고 해서 그나마 배급되는 가루떡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다 배급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정량으로 맡겨진 과제를 다 수행해야만 얻을 수 있는 양식이다. 과업을 달성한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고나 할까?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김정일 수령독재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부모님들의 잔심부름 정도나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굶주림과 싸우며 어른들도 힘든 모내기에 일정기간 매일 동원되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일 수령독재가 이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에게 해 준 배려가 무엇이란 말인가? 어린 나이에 굶주림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식구들을 지켜봐야 하는 것? 그것도 아니며 굶주려 죽으나 탈북하다 붙잡혀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니 차라리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을 결심하게 하는 것? 무슨 황송한 배려를 해 주었다고 그 배려를 앉아서 받지 말고 노력으로라도 보답하라는 것인가? 김정일은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악마임이 탈북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정일의 악마적인 만행이 피가 거꾸로 쏟게 함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은 누구를 위한 지원인지? 햇볕정책이 낳은 결과는 무엇인가? 어린아이들이 겪고 있는 이런 잔혹한 현실을 듣고 있으면서도 퍼주기를 일삼는 남한의 김정일 주구들을 보면 그 면상에 대고 침 튀기며 이렇게 외치고 싶다. 네 자손의 자손들이 이 북한 어린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