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식

지난 20년 동안 공산주의체제의 몰락,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1992), 미-북기본합의서(1994), 남-북정상회담(2000)이 있었고 지난 몇 년간에는 햇볕정책에 따른 대북지원으로 매년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한국의 물자와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북한체제에 지원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전체주의 체제는 변화하지 않았고 남북관계도 진전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수를 알 수 없는 대규모적 탈출과 기아, 그리고 일상적 공개처형의 자행 등으로 북한공산전체주의 체제는 더욱 악화되었으며 남북관계와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도 2006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실험과 핵무기 실험으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평화와 안정은 이전보다 훨씬 치명적인 위협에 처하게 되었다.

국제적 수준에서의 냉전체제 붕괴와 공산주의의 해체, 그리고 남북한간의 체제경쟁의 실질적 종결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는 여전히 봉건전제적, 폐쇄적, 인권유린적 전체주의체제를 유지하며 2천 3백만 ‘인민’의 삶과 자유를 극도로 유린하고 있다. 러시아 및 동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들이 개방개혁과 자유시장경제체제로의 변혁에도 북한만은 반역사적·반민족적 체제, 가공할 폭력과 감시, 그리고 개인숭배적 스탈린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일성-김정일체제에게만 책임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 국가인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의 책임도 큰 것 것이 사실이고, 그중에서도 같은 민족이자 동일한 영토인 한반도를 공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지도자의 책임은 더욱 크고 직접적인 것이다.

특히 중국의 변화(1978), 베트남의 변화(1986년), 동서독의 통일(1989) 및 구소련체제의 붕괴(1991)라는 일련의 공산체제의 붕괴와 냉전의 해체와 전혀 반대로 북한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변화 없이 유지되고 급기야 핵무기까지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와 여야, 그리고 재야나 시민단체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정부 및 지도자들이 추진해온 대북정책이 대실패(great failure)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따라서 2007년 대선과 차기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의 리더십이 거듭되어온 대북정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북한전체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2천 3백만의 ‘인민’들도 자유와 민주주의, 기본권과 문명적 번영체제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는 대북정책의 전면적 재검토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차기 정부의 대통령에 출마한 대선후보의 대북인식과 주요정책을 통해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하고자 한다. 그리고 본 글에서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와 원내 제1당이자 실질적 여당후보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및 정동영 후보 그리고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를 중심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해찬 후보 및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의 대북정책까지를 보완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Ⅱ. 체제인식과 김정일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한나라당의 대북 및 통일기본정책, 2007년 한나라당이 새롭게 발표한 ‘신대북정책’ 그리고 당경선 후보 시 발표한 이명박 후보의 ‘MB독트린’과 ‘비핵, 개방 3000 구상’ 및 ‘신한반도 구상’ 등으로 가늠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북한체제가 실패한 체제인지, 또는 햇볕·포용정책이 명확히 실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아니면 계승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대북정책에는 공로와 한계가 있기에 문제점을 수정하겠다는 점진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후보는 향후 대북정책은 이념이 배제된 실용적 입장에서 펼쳐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념적 접근을 대체한 실용적 접근이 과거의 대북정책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 것이고,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고 불투명하다.

다만 이명박은 다른 대선 후보와 달리 김정일을 ‘장기 독재자’로 명확히 표현하기도 하고 2007년 대선을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또 김정일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사람이고 대를 이어 집권한 아주 특이한 체제”라고 말하고 있어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은 분명히 있다. 특히 핵문제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평화협정이란 있을 수 없고 대북지원도 불가능하다고 규정지었으며, 대북 지원에 있어서도 그것이 김정일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보편적 가치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명시적으로는 북한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할 체제라고 규정짓지는 않는다. ‘잘못되었지만 특수한 체제’라는 입장이다. 특수한 체제라는 것은 송두율이나 이종석 등 대북동조적 학자들의 내재적 접근법의 또 다른 변형에 가깝다. 누구하나도 북한체제가 바람직한 체제라고 보는 지도자나 학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할 때 ‘특이한 체제’라는 것은 가능하면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북한을 인정하고 협력의 대상으로 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후보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고 경제자립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접근을 하고 있어 과연 보장해야 할 체제인가를 중심으로 체제인식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 후보는 체제 문제와 핵정책에 있어서 핵포기가 가능하다면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북한인권의 거론과 관련하여 이 후보는 “북한에 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체제를 흔들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내부 동요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연착륙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는 바, 인권개선이 필요하고 문제제기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급격한 체제붕괴로 가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전반적으로 변화된 북한을 전제로 그 이후의 정책에 집중되어있다. 이것은 향후 북한에 대한 긍정적 방향으로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북한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 변화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집행할 것이냐가 항상 생략되어 있다. 그렇기에 그가 북한 변화를 모색하는 방안은 김정일의 ‘선의(善意)’에 기대하자는 것이다. 김정일의 핵폐기와 자발적 개방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유도’할 수 있는 방안과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MB독트린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명박은 ‘김정일위원장의 대결단을 촉구’하는 대북정책에 머물고 있어, 그것은 김정일에 대한 ‘구걸’이란 측면에서 이명박의 대북정책이 진전된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것도 아니다. 더욱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구체적 수단과 방법이 결여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변화를 만드는 대북정책이라기보다는 ‘변화된 이후의 대북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의 대북체제인식과 정책이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대다수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북한체제를 인정하고 함께 가겠다는 것에 가깝다. 스탈린이나 히틀러체제보다 못한 반문명적, 인권유린적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정책적 강제와 변화의 수단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김일성-김정일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분노나 도덕적 입장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의 북한체제인식과 김정일관은 자유, 민주, 민족적 가치와도 상반되고 국제보편적인 객관적 인식과도 커다란 차이를 갖는다.

손학규, 정동영을 포함한 대선후보의 대북체제관은 북한체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손학규는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호체제를 존중하면서 남북경제의 상호발전”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특히 대북정책의 3대원칙으로 국민합의, 국제공조와 함께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상호체제존중’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 공산 전체주의 체제는 존중받아야 하는 체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북한을 옥죄고 고립시켜도 북한은 망할 수 없다”거나 “북한은 압박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손 후보는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중 하나는 대북포용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전향적이기 못했기 때문이다”며 대북협력에 나서지 않은 것을 한나라당 패배의 원인으로까지 규정짓는다. 그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UN이나 Freedom House 등의 국제기구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한국정부에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한다.

정동영 후보도 북한의 체제관과 김정일관은 손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아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을 때 남북화해협력시대가 펼쳐질 것을 확신했다”거나 “2005년 김위원장을 만났을 때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체주의적 독재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표출하고 있다. 마치 체임벌린 영국총리가 히틀러를 만나고와 평화선언문을 흔들면서 “우리시대의 평화가 여기에 있다(It is peace for our Time)”고 외치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고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정 후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일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시키는 일에 못지않다”는 것이고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주민들의 일상 기본 생존권을 최우선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대북지원을 곧 대북인권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권영길 후보는 한 발 더 나가 있다. 민노당은 “민중이 주체가 되어 통일조국을 건설하다”며 계급주의적 통일관을 견지하고 있고 통일을 추진하는 일도 “남한내 통일기반의 확고한 조성”이거나 “한반도 냉전구조의 청산과 평화체제 수립”을 통해 “상호합의와 호혜의 통일을 추구”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신이 ‘빨치산의 아들’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좌파정당이 어떤 정당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던 권영길 후보는 “1국가-2체제-2정부” 형태의 ‘연합연방통일공화국’을 제시하고 있어 대한민국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 및 제4조 통일조항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권 후보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미국 때문이고,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도 미국이기에 한-미동맹의 발전적 해체와 국가보안법 철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그의 대북정책이란 북한의 통일전선 구축적 대남노선이나 친북좌파적 운동론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대선후보 모두에게서 보이는 것은 체제인식과 전체주의 지도자 김정일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자유, 민주 등 인류보편사적 시각이나 대한민국 정통사적 시각 등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구소련체제에서의 인권개선이나 일본에 의한 인권유린의 극복이 스탈린 체제와 일본군국주의체제의 해체에서 올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북한내 우리 민족의 인권개선과 자유, 민주를 위한 방안으로 체제종식을 말하기 보다는 체제변화를 ‘구걸’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체주의체제를 ‘지원’하고 ‘존속’시키는 것을 인권이라고 말하는 수준에 있다. 적어도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민족에게 끼친 인권유린과 반문명적 상태의 지속에 대한 정치 지도자로서의 책임과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본권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의 유린상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최소한 김정일에게 밉보이지 않고, 잘 보이겠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김정일에게 잘못 보이지 않는 것이 자신의 권력 쟁취와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극히 반인륜적, 반민주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특히 크게 보면 손학규, 정동영, 권영길 후보 등은 모두 공산 전체주의체제에 동조하는 입장에 있다. 북한은 국제기구에 의한 객관적 지표나 문명파괴와 민족말살적 전체주의임에도 불구하고, 그 체제에 대한 동조가 대북인식 및 정책 전반에 나타나 있다. ‘평화’, ‘민족’, ‘경제공동체’ 등의 선전적 구호를 내세우며 김정일 수령독재적 전체주의에 간접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Ⅲ. 햇볕정책과 대북지원정책 평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며 수정을 천명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와 같은 정책이 불가피하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정책기조를 가진다. 그는 “참여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실패했다. 대북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투명성의 전제아래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협력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원을 통해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려 했던 취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에 따라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북한 핵폐기와 상관없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인도적 지원과 함께 ‘적절한 추가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어 결국 ‘적절한 추가지원’으로 표현되고 있는 ‘지원’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노무현정부의 대북지원정책과 커다란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이명박 후보는 2007년 9월 10일 ‘신한반도’구상을 발표하고 남북교류의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 및 협의체 내에 경제·교육·재정 등 분과위를 설치하고 400억 달러 규모의 국제협력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와 같은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남북경제공동체 협력협정(KECCA)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많은 합의에 또 다른 합의를 몇 개 더 이끌어내고 그 합의에 따라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서 협의체가 없거나 협정이 없어서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못하고 평화체제가 정착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로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평가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남북합의나 협정을 내세우고 그 협정에 따른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진전된 사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가 남북문제나 북한체제의 문제는 합의나 협정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협의체, 협정, 각종 구상 등을 남발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햇볕정책의 실패를 말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자신도 그 길 내지, 그와 유사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후보와 다른 후보 간의 차이가 있다면 북한의 핵폐기 여부에 따라 상호주의적 방식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핵폐기와 관련된 초기단계에서 이미 햇볕이나 포용정책 수준의 대북지원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때, 기존의 햇볕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 후보의 집권이 이루어지더라도 남북관계는 김정일이 주도권을 계속해 잡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는“남북 유화정책이 결국 북핵을 만들었다”고 밝히며 햇볕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나 정작 자신이 내걸고 있는 각종 대북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정부의 ‘포용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햇볕·포용정책의 제2판’일 수밖에 없다. 특히 대북인식과 정책의 일관성을 결여한 상태에서 상황에 따라 상호 모순적 논리를 쏟아내고 있어 정책 효율성과 결과가 매우 불투명하다. 따라서 김정일 체제와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기존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확고한 자신의 논리와 근거에 따라 방향성을 갖고 비판하는 것인지를 구분해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의 ‘햇볕정책 비판과 수정’에 의한 ‘이명박식 햇볕정책’과 달리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들은 햇볕정책의 긍정적 평가는 물론이고 자신이 각각 햇볕정책의 계승자임을 경쟁적으로 다투고 있다.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진행되는 반문명적 상황의 지속과 김일성-김정일체제에 대한 우리의 책임과 문제의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태우 정부 이래 20년 가까이 지속된 포용과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불법 무력행위인 서해도발이 계속되었고 탄도미사일의 개발, 실험과 핵무기 실험이 있었음에도 햇볕정책을 현실적인 것이고 그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는 정책이자 오히려 계승·발전시켜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햇볕정책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고 있고 “햇볕정책은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햇볕정책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고 “우리가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북한 경제개발의 주도권은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까지 말하며 대북지원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한국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궤변수준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동영 후보도 “햇볕정책은 대한민국과 한반도 운명을 위해서도 옳았다”고 찬사적 평가를 하고 있으며 “정동영 정치 12년 역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노선을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해찬 후보도 “요즘 한나라당 의원도 평양에 가려고 한다. 결국 한나라당도 햇볕정책을 따라오게 돼 있다”고 단언한다.

햇볕정책은 북한이 인류보편사적 발전의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하는데 기여하지 못했고 반대로 공산 전체주의체제가 유지되고 핵무기를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김정일 체제는 햇볕이 비출 때 건초를 만들 듯(Make Hay When the Sun Shines)이 햇볕의 혜택을 누리며 핵무기를 만들었다. ‘북핵 불용’이라는 반복적 정책목표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허용한 정책실패에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다. 대선후보 모두는 햇볕 및 포용정책에 대한 실패의 규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평가를 볼 때 이명박 후보의 경우는 전체적 골격 유지 및 부분 수정이 예상되고, 손학규, 정동영 후보 혹은 권영길 후보가 차기 정부를 구성하게 될 때는 햇볕정책의 연장 내지 강화나 연방제적 통일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오히려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물론이고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노동당보다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조 후보는 “총론적으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일하게 펴고 있는 대선후보이며, 북한 미사일 발사, 핵실험 및 일심회 간첩단 사건 등을 거론하며 오히려 공안 기능의 축소가 국가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조 후보는 햇볕정책의 기조와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햇볕정책의 전제인 국가안보와 북한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겠다는 전제가 무너진 상황임으로 “잘못된 방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일시적으로 햇볕정책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보다 보다 원칙적이고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Ⅳ. 핵개발 대응 및 통일정책 평가

북한은 1960년대 중반 핵개발에 나서기 시작했고 1986년 NPT체제에 가입한 이후에도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핵실험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1990년 초에 몇 개 수준의 핵무기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1994년 미-북기본합의 이후에는 경수로건설을 지원받으면서도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추진했던 것이 2002년 미국에 의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고, 급기야 2006년에는 핵실험까지 감행해 유엔결의안 1718호에 따라 전세계적인 경제군사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라 한국의 안보는 근본적인 위협을 받게 되었고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 UN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핵폐기의 방법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개발한, 그리고 개발중인 일체의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데에 초점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철저하고 유연한 접근(thorough and flexible approach)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체제보장과 경제개발에 나서겠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핵문제를 두고 남북한간 평화협정을 맺어서는 안 된다” 혹은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평화협정을 맺을 수 없고 본격적 대북지원도 불가능”하다는 명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다른 정당의 후보들과 차별성을 갖고 있고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핵무기 폐기를 북한과 관련한 모든 사안의 최우선 의제로 놓고 있고 핵폐기를 전제로 하거나 상호연계한 대북경협을 발표해왔다. 단계별 대북지원 정책을 제시하며 핵폐기 단계에 들어가면 400억 달러의 국제협력자금을 조성하는 등 대북지원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며, 핵폐기가 완료되면 남북경제협력협정을 체결하여 제도적·법적 기반을 만들어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 지원”을 담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북한 핵폐기를 낙관하고 있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낙관하지 않고 있다. 초기단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불능화가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니고, 불능화 이후 훨씬 어려운 협상이 될지 모른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통일정책에 있어서도 이명박 후보의 입장은 매우 현실적이고 조건부적이다. 핵폐기가 북한 변화와 개혁개방의 시기에나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지 통일정책으로 추진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홍보하는 수준의 통일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명박 후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된 후 본격적 개발에 들어가면 곧 일인당 GDP가 3,000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며 그때는 북한에서도 민주화가 진행될 것이고 그 때 통일문제도 검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한 통일추진이란 측면에서 이명박 후보의 통일관은 진일보된 것이고 북한의 선(先) 체제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현 체제내에서의 통일을 지향하는 다른 후보와는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

손학규, 정동영 등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이나 권영길 민주노동당후보의 핵문제에 대한 시각은 이명박 후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며 그 평화파괴행위에 대해 UN이 결의안 1718호를 통해 경제적 제재를 결정한 공지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내거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만은 북한을 평화의 파괴자로 보지 않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함께 한반도 대한 핵우산정책도 폐기되어야 한다”거나, “한반도의 비핵화를 넘어 동아시아 전역이 비핵지대화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비추어볼 때 북한의 핵정책에 근본적 부정과 비판보다는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자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북한이 요구하는바 그대로의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도 “북한 핵문제는 선핵폐기론이 아닌 포괄적인 접근을 통한 해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핵폐기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핵을 폐기할 수 있도록 한국과 국제사회가 환경조건을 제시해야 하며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찬 후보도 핵문제 원인에 대한 진단도 다르지 않아 “2002년 북핵 위기는 미국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내놓은 강경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규정짓는다. 따라서 북한문제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면 해결될 문제라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핵보유 이유에 대한 인식은 ‘북한의 핵보유는 일리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와 비슷하다. 권 후보는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의 강경책 때문이며 대북제재는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하고 있고, “햇볕정책이야말로 여전히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포용정책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등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안은 오히려 노무현정부의 핵문제 인식과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북한 핵문제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인 동시에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참여정부의 기본 핵정책보다 더 온건하고 포용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미국의 전향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및 북한조선노동당의 정책에 근접해가는 경향을 보인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모든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통일방안내지 통일로 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대북정책, 이명박 후보는 ‘MB독트린’과 ‘비핵, 개방 3000 구상’ 및 ‘신한반도구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손학규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영전략’과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남북공동번영 기반구축 등 4대 목표와 상호체제존중 등 3대원칙, 그리고 3대 추진전략과 3대 추진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동영도 ‘한반도 평화시대 구상’을 제시하면서 남남 사회통합 등 3통 원칙과 3대 공약 및 ‘평화경제복합특구’ 등 5대 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이해찬은 ‘평화공동체정책’을 제시하고 있고 임기 중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진전시키고 ‘남북연합’단계로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도 ‘한반도 평화체제구상’을 제시하고 연방헌법을 만들어 1국가-2체제-2정부의 연합연방통일공화국 수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손학규, 정동영을 포함한 전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걸고 있는 각종 대북 구상, 평화 및 통일정책 등은 왜 북한이 지금까지 합의한 것을 지키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미 남북간에는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도 있고, 비핵화공동선언도 있다. 통일정책과 관련해서도 1989년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있고 그 안에는 ‘민족공동체’추진방안을 포함하여 최고 결정기구로서의 ‘남북정상회의’와 쌍방대표로 구성되는 ‘남북각료회의’, 그리고 남북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남북평의회’ 및 정부 대표와 공동 사무를 위한 ‘상주연락대표부’ 등이 망라되어 있다.

그동안 남북한간에 합리적인 대북지원 방안이나 통일정책이 없어서 북한체제가 변화하지 않거나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북 지원 및 통일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마치 보다 합리적인 통일 및 대북지원방안이 없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지난 20년 가까이 통일의 걸림돌이자 문제의 본질인 평화와 문명파괴의 장본인인 북한 전체주의체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또 그 잘못된 체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안과 수단을 제시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통일방향과 대북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북정책의 대실패를 경험하고도 이명박 후보를 포함하여 모든 대선후보들이 아직까지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정책수정 의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은 향후에도 일정기간 실패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Ⅴ. 종합평가

1988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지난 20년간 역대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대한 과도한 성취기대와 업적주의적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이러한 업적주의 뿐만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체제에 대한 기본인식과 체제성격 규정을 뛰어넘어 그 체제에 협조하는 것이 통일정책이자 대북정책인 것처럼 만들었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며 국민들을 오도시키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우리의 대북정책은 잘못된 체제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대남정책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평가되게 되었고, 햇볕과 포용의 이름으로 일관되게 김정일 ‘지도자’에 대한 구애(求愛)행위를 유지해 왔다.

이와 같은 그릇된 인식과 정책은 김정일 및 김정일 전체주의체제를 통일의 협력적 동반자(Partner) 관계로 보고 있다는데서 비롯된다. 현존하는 김정일 체제는 협상과 대화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통일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2007년 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에서도 김정일 체제의 극복과 변화보다는 김정일에 대한 구애와 구걸행위가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그 누구에게서도 인권유린과 반문명상태를 만들어내는 독재자 김정일에 대해 봉건적이고도 수령독재적인 전체주의자라는 인식과 그 체제를 자유와 민주, 그리고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의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국제적 냉전체제의 와해와 세계 공산주의체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왜 김일성-김정일 전체주의는 계속 존속되고 있는가에 대한 기본시각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 차기 정부를 구성하든 북한 내부적 변화나 중국, 미국 등에 의한 변화 유도요인에 의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정부와 차기 지도자가 북한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행위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의 변화를 만들어낼 정책은 그 어느 후보에게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지난 20년간 계속되어온 `당근`의 나열만 있지 변화를 강제할 수단이나 ‘채찍’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후보의 대북정책으로는 향후 남북한 간의 만남과 합의, 선언 등을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평가하고, 그것을 업적으로 간주하는 정치 선전적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북한 김정일체제는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며 핵무기를 담보로 하여 남한의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제안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만남, 합의, 선언에 선택적으로 응해 주는 대남관계를 전개하리라고 판단된다.

물론 구체적 인식과 방안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및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그 차이란 근본적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햇볕정책’의 강화와 ‘우리민족끼리’ 원칙의 강화를 내보이는 권영길-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와 비교해 조순형-이명박 후보가 햇볕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과 수정의 기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 어느 누구도 김정일을 통일의 동반자임을 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체제유지 및 핵무기보유라는 대전략을 견지하고 있는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굳이 거부해야 할 대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북한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해 비난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것이 북한체제의 유지에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고 볼 때, 이 역시 일상적, 상투적 차원의 비난 내지 거부 이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2007년 대선후보의 대북정책이 이와 같이 나타나게 된 데에는 공히 우리사회와 대선후보들의 인식과 접근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첫째는 60년간 한반도 북부에서 전개되어온 김일성-김정일 체제에 대한 본질적 성격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남북한이 공히 가치지향적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만, 어느 후보에게서도 보편사적 입장에서 김정일 독재체제는 인권유린과 억압이 있는 공산전체주의사회로서 2천 3백만의 우리 민족을 그 굴레로부터 해방시켜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고, 북한도 문명체제로 가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결심이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는 역대정부에서 나타나온 ‘형식’적이고 ‘관계유지’차원의 업적주의적 공명심에 의한 대북정책이 기존 정당과 2007년 대선후보들에게도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정상회담 혹은 평화선언과 같은 행사중심의 업적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기에 후보들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북한체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냐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대북정책이란 ‘좋은 관계’의 파트너가 되어야 할 김정일을 대상으로 한 구애이고 각종 지원 패키지의 나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공세없는 방어적 태도와 가치부재적 통일방향과 정책이다. 북한변화를 만들어낼 목표제시와 이를 위한 공세적 역할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김정일체제로부터 공격받거나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방어적 태도에 머물고 있다. 대북정책이란 실패한 공산주의체제의 해체에 목표가 있고, 특히 성공한 대한민국의 모델이자 공산주의의 길을 갔던 나라와 개발도상국의 이상적 개발모델로서의 대한민국 체제 내지 보편체제를 북한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도 채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임에도 대선후보의 대북정책에는 그것이 부재되어 있다. 또한 한국 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인류보편사적으로 확인된 통일방향마저도 말하지 않고, 가야할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국민적 가치체계 및 체제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직간접적으로 반문명적인 북한 김정일 전체주의체제의 지속에 협조하고 동조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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