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 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이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녘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눈 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 없습니다

벼랑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삼억달러를 넘어서도 웃지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거짓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 보다
겁없는 자들의 키가 한치만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의 나락입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이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들린 기업인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치시고
진흙바닥의 지식인에게는
구름 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게 하소서

날게 하소서
뒤쳐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 입지 못한 자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게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