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역은 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지구별, 도별로 교차생산을 하고 있다.
개천 교화 소에서는 평남도 송배전 소에서 주는 전기를 쓰고 있었는데 한 달에 절반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저녁 10시 후에야 전기를 보내기 때문에 낮 시간은 교화 소 내의 모든 기계를 인력으로 가동시켜야 했다. 정전이 되었다 해도 국가계획은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것이 죄수의 노동 의무이다.

<전기모터 대신 사람이 기계 돌려야>

따라서 전기가 없으면 동력으로 돌아가는 재봉기의 회전축(브링)을 사람의 힘으로 돌리게 한다. 영양실조에다 몸에 변형이 온 사람이 절대 다수인데도 생산과제를 수행하자면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산과장은 죄수들을 짐승보다 혹독하게 다루었다. 교화 소 안전원 모두가 다 그러했지만 그는 죄수들에게 일을 시켜 제날짜에 생산계획을 맞추는 것이 직무였기에 한층 가혹하게 일을 시켰다.
“이 새끼들, 잔등이 근질거리지?! 맛 좀 봐라.”

그는 인정사정없이 연약한 여자들을 닦달 해 재봉틀의 회전축에 피대를 걸어 돌리게 했다. 그것은 너무나 힘에 부치는 노동이었다.

가죽처럼 만든 피대 천을 구두 깁는 기계로 너비 20cm정도가 되도록 촘촘히 누빈다. 그 피대를 축에 건 다음 10명씩 한조가 되어 피대를 메고 전기에 의해 돌아가는 것처럼 돌려야 했다.

<하루 평균 70켤레 만들어야 한 끼 1백g 정량 밥 줘>

일용공장, 피복 공장에는 100대 정도의 기대(재봉기)가 있었다. 그것이 다 한 축에 연결되어 있는데 브링을 돌린다는 것은 100대의 재봉틀을 한꺼번에 다 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들은 피댓줄을 어깨에 메고 1시간씩 고대제로 돌리는데 온 몸이 땀주머니가 되었다. 힘들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재봉틀을 돌리는 10명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쓰러지면 돌아가던 기계가 멈추기 때문에 재봉공들의 제품 생산에서 불량품이 나왔다.

그래서 그들의 옆에는 항상 감시하는 생산과 지도원들이 붙어 서 있다가 힘들어 비틀거리는 사람이 보이면 가죽허리띠로 사정없이 때린다. 일용공장에서는 가죽허리띠를 만들었는데 여자들을 때리는 소가죽허리띠를 검사대 옆에 걸어놓고는 눈에 거슬리면 그것으로 아프게 때리는 것이었다.

죄수들한테 한 푼의 인건비도 주지 않고 하루 16~18시간 일을 시키니, 겉으로는 사상개조를 시키기 위해 잡아넣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구두공장 여자들은 손가락 마디마다 나무껍질처럼 굳은살이 박혀 튀어나거나 휘어졌다. 그들은 손으로 하루 평균 구두 70켤레 정도를 만들어야 한 끼 정량 밥 100g을 먹을 수 있었다.

구두 한 짝에는 1천2백 개의 쥐 못을 박아야 한다. 1켤레씩 계산하면 2천4백 개의 못을 박아야 한다. 하루 70켤레면 1만6천8백 개의 못을 구두 골에 박아야 하니 여자들의 등이 굽어지고 손이 망가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했다.

구두는 돈피나 우피로 만들기 때문에 늄으로 만든 신발 골에다 가죽을 맞추어 당겨 신발모양을 만들고 그 옆으로 못을 박아야 한다. 신발 공장 300명의 여자들은 매일 하루 천 켤레씩을 만들어야 했다.

<구두공장 수리공 김명숙은 염산을 마시고 죽었다>

각 공장마다 그날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수행할 때까지 입방시키지 않는다. 가뜩이나 지친 몸에 4~5시간 정도 잠잘 수 있는 시간마저 빼앗긴 채 밤새 연장 작업을 계속해서라도 과제를 끝내야 하는 것이다.

또 공장 내 한사람이라도 자기 앞에 맡겨진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연대처벌로 시간 연장을 시키기 때문에 서로 투쟁하며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구두공장 수리공 김명숙은 1992년 1월 염산을 마시고 죽었다. 작업량은 많은데 구두 깁는 기계가 자주 고장이 났다.

마지막 공정인 신발창을 깁는 데서 완성품을 낼 수 없게 되자 담당 관리지도원이 발길로 걷어차며 “야, 뒈지기 싫으면 빨리 고쳐 놔.”하고 닦달 했다. 그는 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기계를 수리할 때 쓰라고 주는 염산을 마셔버렸던 것이다.

<재봉바늘이 손가락을 씹어놓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

구두창을 깁는 기계는 60년대에 독일에서 들여온 것이어서 자주 고장이 났다. 김명숙은 여자였지만 못하는 것이 없을 만큼 손재주가 뛰어났다. 그가 만든 수제 화는 사회 안전 부 간부들에게만 공급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염산을 마시고 죽기를 결심했을 때에야 상황이 오죽했을까. 염산이 몸속에 들어가니 내장이 녹아내려 그는 곧 죽었다.

김명숙의 자살 이후 교화 소 내 전체 수감자들은 주1회 하던 생활총화를 매일 해야 했다. 한 공장의 인원이 보통 250~300명인데 작업을 중지한 채 1시간 동안 세워놓고 조별, 분조별로 그날 일어난 사실을 낱낱이 밝히며 총화를 하곤 했다. 하루 종일 일에 지친 몸으로 밤 12~1시까지 꼬박 선 채로 생활 총화 하는 것은 일하는 것 못지않게 힘겨운 노동이었다.

1992년 1월부터 4월 초까지는 새벽 2시에서 4시까지 하루 두 시간씩만 잠을 재웠다.

그 해는 김일성 생일 80회가 되는 해라고 북한의 학생, 노동자들에게 선물을 주게 되어 있었다. 개천 여자 교화 소는 학생교복 1만 벌과 사회 안전부 교화 국 산하 교화 소, 노동교양 소, 혁명화관리소 등에서 근무하는 노무자들에게 김일성선물인 옷 2만 벌을 만들어 공급하게 되었다.

김일성 생일 전날인 4월 14일까지는 무조건 본인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석 달 동안 교화소 죄수들은 감방에 들어가 누워서 잠을 자 본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을 했다. 밤새워 일을 하다 너무 지치고 졸린 사람들은 돌아가는 기계 앞에 쓰러진다.

너무 졸려 손가락이 재봉틀에 끌려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끄덕끄덕 졸다가 재봉바늘이 손가락을 씹어놓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에 재봉 기름을 바르고는 계속 작업을 했다. 졸았다는 것이 담당 관리지도원에게 알려지면 당장 처벌을 받기 때문에 아픈 내색도 하지 못한다.

결국 수출, 피복 공장에서는 석 달 동안 학생교복 1만 벌과 노무자 선물 옷 2만 벌을 완성하여 제 날짜를 지켜냈다.

<죽도록 노동을 시키다가도 조그만 실수 하나만 나타나면>

피복 공장 검사 공으로 일하던 김경화는 밤새워 작업을 하다 너무 피곤하여 제품 검사 시 불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합격도장을 찍어 내보냈는데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검사안전원에게 발견되었다. 선물 옷 생산이 끝난 후 김경화는 예심 방에 갇혔다. 석 달 동안 갇혔던 그는 거의 폐인이 되어 낙후자반으로 보내졌다.

죽도록 노동을 시키다가도 조그만 실수 하나만 나타나면 독방, 낙후자반, 예심 방 처벌을 받는 것이 죄수 생활의 하루 하루였다.

▶<고된 “영양단지” 이식 작업>

교화 소 수감자들은 담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할 때 드물게 높고 넓은 하늘을 쳐다볼 기회가 생기게 되면 살아야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야외 작업 땐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어 술렁거리기도>

사회 안전 부 후방부에 매년 얼마만한 수량을 가축사료로 공급해야 하는 계획을 교화소가 받았다. 사실은 교화 소들에서 생산한 생산물들을 가지고 사회 안전부가 후방공급을 하게 되어 있다. 정부에서 공급받는 것은 약간의 수량이고 나머지는 자체해결 하도록 당에서 지시했다.

교화소가 위치한 지역에는 밭들이 많다. 민간인들이 교화 소 위수구역으로 접근을 못하게 격리시켰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교화소 수감자들에게 농사를 시키면 후방공급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 아무리 농축산을 많이 한다고 하여도 죄수들에게 먹을 것이 가는 것도 아니다. 죄수들은 보수를 계산하는 것도 아니므로 제일 값싼 노동력이다.

안전부에서는 될 수 있으면 산이라도 개간하여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경지면적을 넓히는데 주력한다. 교화 소 측에서는 그런 속셈으로 봄, 가을철이면 죄수들을 밖에 데리고 나가 작업을 시킨다.

어쨌건 죄수들은 그 시기가 오면 일 년에 한 두 번은 바깥세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은근히 그 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한 번 야외 작업을 나갈 때마다 공장 별로 인원을 뽑는데 나갈 수 있는 수감자들이 그리 많지를 않다. 오랜 감옥생활로 인한 영양실조와 육체들이 기형으로 변형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정작 야외 작업을 시킬 수 있는 죄수들이 몇 명이 되지 않는 것이 교화 소 사정이다.

봄이 돌아오면 6천여 명 속에서 겨우 뽑은 인원이 4백 명~5백 명 내외다. 수만 정보의 밭에 옥수수를 심어야 되고 채소를 심는 작업을 하는데 죄수들의 허약한 체질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사월 중순부터 오월 한 달 간 옥수수 영양단지(옥수수 알을 미리 심어 하우스 안에서 키우는 것)를 밭에 옮겨 심어야 한다.

감옥 건물 안에 갇혀 밖을 볼 수가 없었던 죄수들은 야외작업을 나가는 첫날은 갑자기 탁 트인 하늘을 쳐다볼 수 있으니 술렁거리기도 한다.

교화소 밭은 제대로 평지가 아니고 산비탈 밭이다. 야산들을 개간하여 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해마다 며칠은 야외작업에 동원되었다.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들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많은 죄수들을 밭에 풀어놓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그런 날에는 교화소의 안전원, 경비대 군인들이 동원되어 삼엄한 경비 하에 작업을 하게 된다. 교화 소 간부들이건 지도원 이건 할 것 없이 총동원되는 날이다.

<간부들이 앉을 자리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임무>

나도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담당한 재정 과장도 동원되므로 오히려 내가 안에서 하는 일보다 밖에 나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피복 교화 반에 배속되어 나가지만 간부 안전원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 텐트 같은 것을 들고 나가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보다 잔시중을 드는 시간이 더 많았다. 죄수들이 이동하면 안전원들이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각 교화 반에는 의자와 텐트를 치는 죄수들이 고정되어 있다. 간부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해야 되는 일이다. 때문에 야외 작업을 나가는 날이 나에게는 제일 해방을 맞은 날과 같았다. 이런 저런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잔소리도 덜 듣는다.

<오랫동안 햇빛 못보고 움직이지도 못해 처음엔 비틀비틀>

안전원들은 죄수들에게 봄 향기에 취해 있을 틈을 주지 않는다. 교화 반 별로 하루에 몇 평을 심어야 한다는 작업정량이 주어진다. 부지런히 하여도 굶주리고 지친 죄수들에게는 무척 힘에 겨운 작업이다.
넓은 밭에 옥수수 한 포기, 한 포기를 옮겨 심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밭 가운데 그 밭 면적에 해당하는 옥수수 영양단지 모판이 있다. 네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사람은 괭이를 가지고 앞에서 구덩이를 판다. 그러면 뒤에 한 명은 옥수수 모를 놓아준다. 다음 번 사람은 구덩이에 물을 준다. 그렇게 하고 파묻어 준다.

옥수수 모를 운반하는 조와 물을 길어오는 것은 다른 조에서 한다. 밭 면적과 밭고랑 수를 세어 떼어주면 주어진 과제는 죽는 한이 있어도 해야만 저녁에 철수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구분해 놓아야 후에 옥수수가 제대로 옮겨져 다 살아났는가를 알 수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간혹 물을 적게 주어 모가 죽은 포기가 있으면 가차 없이 독방 처벌을 주기 때문에 정성을 넣어 심어야 한다.
오랫동안 햇볕을 보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움직이질 못했기에 처음 며칠동안은 모두 비칠거리며 일하는 모습이 비참하다.

<나는 언제 저런 세상에 살았었지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일하던 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안전원들의 사택마을이 있었다. 사택마을을 바라보는 죄수들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이 스쳐 지나간다.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다른 곳에 정신을 팔다 들키는 날에는 독방인데 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경거망동을 하여 독방처벌을 받는지 안타까웠다.

사택 마을에는 “꼬꼬댁...꼬꼬...”하는 수탉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멀리에서 개 짖는 소리도 “컹...컹...”들려왔다. 사람 사는 세상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언제 저런 세상에서 살았었지 하는 이상한 기분까지 들 정도로 세상이 낯설었고 우리는 세상과 너무나 오래 떨어져 살았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절로 났다.

죄수들이 야외작업을 하는 날에는 사택마을 가족들은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안전원 가족들과 죄수들이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지옥 한가운데 서 있다는 생각을 한다.>

죄수들은 봄바람에 더 없이 녹초가 되고 노동 강도가 높아 금방 지친다. 풀이라도 있으면 뜯어먹고 허기를 면할 수가 있으련만 이른 봄이니 풀도 제대로 돋아나지 않았다.

옥수수 영양단지 옮기는 작업은 한 달 이상 해야 끝난다. 북방의 봄은 그리 상쾌하지 못하다. 거친 마른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 많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정말 지옥이 따로 없다. 교화 소 지역은 새빨간 진흙땅이다. 그러나 비만 오면 신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는 찰떡같은 진흙 때문에 곤욕을 치루게 된다. 발을 옮겨 다니며 일 해야 하는 죄수들은 수렁에 빠진 사람처럼 마냥 허우적댄다.

입은 것이라고는 다 떨어진 얇은 작업복만 달랑 걸쳤고 손에 장갑도 없이 모두들 맨 손으로 흙을 파고 묻고 한다. 찬비를 맞으면 뼈 속까지 얼어드는 것 같다. 손가락이 꼬부라들고 턱이 덜덜 떨려 이빨 마주치는 소리가 “딱...딱...” 들려온다.

너나없이 초췌한 몰골을 바라보면서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지옥 한 가운데 서 있다는 생각을 한다.                  

출처 : 한국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