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교화소가 자리 잡은 골짜기는 예전에는 소나무가 꽉 들어차 있었고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화소 수감자들의 수가 많아진 1982년부터 산의 소나무와 잡관목을 찍어내고 밭으로 개간한 것이 수백 정보에 달했다. 대부분 산비탈 밭이므로 매해 강냉이를 심었으나 땅이 메말라 수확고가 낮다는 것이다.

<“야 오리 대가리들아, 움찔하면
까만 콩알이 날아 갈테니 도주할 생각 아예 말라”>

그래서 해마다 2~3월이면 토지개량을 한다고 강바닥의 흙을 파서 산등성이 밭에다 날라 펴는 작업을 한다. 토지개량에 동원되는 사람은 나이가 젊으며, 형기가 짧아 영양실조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사람, 또 몸이 변형되지 않고 성한 사람으로서 각 공장마다 선발한다.

개천 교화소 골짜기는 위수경비구역이기 때문에 일반주민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래도 혹시나 불구자를 바깥에 데리고 나갔다가 사회 사람들의 눈에 띄면 교화소의 비밀이 새나간다고 절대로 불구자를 바깥에 데리고 나가지 못하게 한다.

한 공장의 수용 인원 250~300명 중에서 성한 사람을 가려보면 40~5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선발된 여자 400~500명은 흙 나르기 작업에 동원된다. 외부작업이 있는 날에는 교화소 안전원, 경비대원 모두가 경비근무에 동원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동소총(AK-47소총)을 메고 각 교화반마다 경비대원 5명, 안전원 3명씩 따르며 감시한다. 나머지 경비대원과 안전원은 작업 외곽으로 위수구역을 정하고 경비하게 된다. 경비대원들은 수감자들을 ‘오리 대가리’라고 부른다.

여자수감자들은 머리에 흰 삼각보자기를 쓰게 하는데 대열을 짓고 움직일 때면 흰 보자기가 오리 무리 같다 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교화반 경비를 맡은 경비대원들은 “야 오리 대가리들아. 움씰하면 까만 콩알이 날아갈 테니 도주할 생각은 아예 말아라”고 엄포를 놓는다. 교화반마다 작업구간을 배정해주는데 그에 따라 일을 시작한다. 자기 작업장을 한 발자국이라도 이탈해 건너짚으면 그길로 독방에 쳐넣고 심하면 그 즉석에서 쏴도 무방했다. 수감자 생활준칙에 작업장을 이탈하면 엄격한 법적 처벌을 가한다고 지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 주먹 만 한 밥
한 덩이 먹고 버티고 있어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1990년 2월 말 경 어느 일요일이었다. 그 날도 우리는 토지개량작업에 동원되어 흙을 나르고 있었다. 교화소 골 안으로 들어가 남쪽 등성이 밭에는 남자 죄수들이, 북쪽 등성이 밭에서는 여자 죄수들이 흙을 날랐다. 남쪽은 모래가 섞인 석비레 땅이고 북쪽 등성이 여자들이 일하는 밭은 황토색 진흙땅이었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 주먹만 한 밥 한 덩이를 먹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지게를 만들어 흙을 퍼 담아 지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노라면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고 심한 갈증이 났다. 그러나 아무리 갈증이 심해도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다. 또 2월 말경이라 아직 풀도 살아나지 않았으니 아무 것도 입에 넣을 것이 없는 계절이었다.

작업에 동원될 때면 나는 피복 공장에 배속된다. 그런데 피복 교화반 사람들은 흙을 퍼 담아 줄 때 진흙을 삽으로 떠서 옆에 내놓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힘이 들고 귀찮아  그 장면을 무심히 스쳐보았다. 내가 몇 번을 나르고 그 곳에 오니 피복공장 기대공이 나를 보고 “계산공도 좀 줄까? 맛있어 먹어 봐.” 하며 주먹만큼 큰 묵직한 것을 나에게 쥐어주는 것이었다.

‘갑자기 어디서 먹을 것이 났을까’하고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여자는 “괜찮아. 먹어 봐. 찰떡같아.” 하고 말했다. 허기증이 심했던 나는 먹는 것이라고 하니 앞뒤 가려 볼 새도 없이 그가 내미는 것을 헤쳐 보았다. 그것은 질흙덩어리였다. 나는 그들이 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괜찮아. 먹어봐. 찰떡같아”>

내가 낯 색이 변하자 그 주변에 모여 섰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계산 공 빨리 먹어. 정말 너무 맛있어.”하고 진심으로 권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벌써 많이 먹은 줄 전혀 몰랐다. 내가 사람이 어떻게 흙을 먹느냐고 말하자 그 여자들은 자기들은 이미 배불리 먹었는데 속도 든든하고 허기증도 없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진흙을 조금 뜯어 입안에 넣고 씹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흙 맛은 너무나 구수한 것이 찰떡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 날 주먹만큼 한 흙덩이를 절반은 먹은것 같다. 그 흙을 먹고 나니 배가 좀 부른 감이 느껴지며 힘이 생기는 것이었다.

흙지게를 지고 비탈을 오르내릴 때도 진흙을 조금씩 떼어 입안에 넣고 가만히 우물거려 먹었다. 안전원한테 들키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조용히 우물거리며 먹었다.

그날 오후에 우리는 작업장을 남쪽 개천가로 옮겼다.
그 여자들은 흙을 마대자루에 넣어 옮겨갔다. 개울 건너에서 일하던 남자 죄수들이 여자들이 흙을 먹는 것을 건너다본 모양이다. 남자 죄수들은 해골 속에 눈빛만 파랗게 번쩍이는 것 같은 모습이 꼭 꿈속에 나타나는 유령처럼 보였다. 그들은 담아놓은 흙을 보고 좀 달라고 계속 손짓을 했지만 처벌을 받기 때문에 여자들은 못 본 척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남자 수형자들이 진흙 먹으려 달려들자 땅!땅!땅!>

그때 갑자기 남자 세 명이 달려와 그 진흙자루를 덮치는 것이었다. 동시에 피복 교화반 경비대원이 남자들을 향해 총을 쐈다.

땅땅땅...

귀청을 찢는 듯 한 총성이 골 안을 뒤흔들어 놓았다. 양쪽골짜기에 흩어져 일하던 죄수들은 모두 놀라고 무서워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눈길이 쏠렸다. 끔찍한 참상이 빚어져 있었다. 방금 전에 진흙을 먹으려고 자기 작업장 경비 경계선을 넘어 여자들의 구역으로 들어온 3명이 쓰러져 있었다.

한 명은 복부를 맞았는지 창자가 쏟아져 나왔다. 너무도 끔찍해 볼 수가 없었다.
“사람 살려!”
쥐어짜는 것 같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창자가 쏟아진 사람은 그때까지 숨이 아직 끊기지 않았는지 땅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옥수수 그루터기에 쏟아진 창자가 걸린 듯 했다. 그 주변의 안전원들이 몰려왔다. 남녀 죄수들 모두가 웅성거렸다.
이때 총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땅땅땅...
“선 자리에서 꼼짝 말아. 움직이면 쏜다”
산등성이 경비초소에서 고함을 질렀다,
죄수들 모두는 발이 땅에 붙은 듯 꼼짝을 못하고 못 박혀 서 있었다.
“개새끼들 잘 뒈졌다.”
“네 놈은 숨이 붙어있구나.”
모여선 안전원들이 지껄이는 소리였다.
3명 중 1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2명은 다리에 총알을 맞아 다해진 작업복 아랫도리가 붉은 피에 젖어 있었다.

<사람 쏴 죽이는 것을 동네 똥개 한 마리 쏘는 것보다 쉽게 여기니...>

잠시 후 작업을 시작하라는 호각소리가 났다.
모두들 침통한 표정이었다. 여자들이 배가 고파 허기증을 참지 못해 진흙을 먹는 정도이니 남자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오죽이나 배가 고팠으면 진흙자루를 덮치러 목숨을 내걸고 넘어왔을까.
우리가 과연 사람인가?

사람 쏴 죽이는 것을 동네 똥개 한 마리 쏘는 것보다 쉽게 여기니 내 자신부터 사람인지 짐승인지 머릿속이 헷갈릴 정도였다. 잠시 후 시체를 싣고 다니는 반 트럭이 왔다.

“개새끼들. 산 놈도 다 실어라!”
경비대장이 지시했다. 죽은 시체와 다리에 총알을 맞은 두 사람까지 한 트럭에 싣고는 고개 너머 과수원 쪽으로 사라졌다. 살아있던 두 남자는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일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밤 감방 안에 소동이 벌어졌다.

“아이구 배야. 사람 살려.”
이 방 저 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나왔다. 감방안전원은 “백당년들. 낮에는 남자들을 잡더니만 밤에는 또 웬 소동이야. 흙 쳐 먹고 배 아픈 걸 선생님은 왜 찾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흙 쳐 먹고 배 아픈 걸 선생님은 왜 찾아”
`그날 밤 20여명이 죽었다>

그날 밤 피복 공장 감방에서만 다섯 명이 죽었다.
19살짜리 이순희 그의 집은 남포 시였다. 남포사범대학 1학년인 순희는 기숙사에서 시 행정위원장의 딸과 싸웠는데 그가 자기 아버지에게 순희에게 협박당하며 맞았다고 말해서 불량청년으로 교화소에 왔다. 패싸움이라는 엉뚱한 죄를 뒤집어쓴 그는 10년형을 받았다. 북한에서는 패싸움을 극히 나쁘게 본다. 그것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뭉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가차없이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엄마! 나 죽는다! 엄마 나 좀 살려줘!”
그는 배를 움켜잡고 마룻바닥에 머리를 쾅쾅 찧더니 얼마 못 가서 숨이 넘어갔다. 그날 교화소 전체서는 20여 명이 죽었다.

작업이 끝난 후 교화소 구내로 들어올 때 몸 검신을 다 했지만 어떻게 감췄는지 공장에 남아있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공장 구내에까지 진흙을 감추고 들어왔다. 외부 작업에 동원되면 감옥 안에 남아있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공장 구내에까지 진흙을 감추고 들어왔다. 외부 작업에 동원되면 감옥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 무엇이든 가져다주려고 한다. 너나없이 바깥세상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날 진흙은 공장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조금씩 다 맛본 셈이었다.
나는 그 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진흙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 진흙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었고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생겨났지만 그때의 진흙 맛은 아마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분탱크에 빠져죽은 옥단이>

교화생활 준칙에 따라 생활하는 죄수들이 준칙을 어겼을 때는 독감방 처벌을 받게 된다. 불필요한 말을 못하게 되어있는데도 새로 입소한 수감자들은 집에서 생활할 때의 이야기라든지 현재 사회생활 형편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교화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신입자가 들어오면 바깥세상 소식을 들으려고 무진 애를 태우기 때문에 그들이 입을 여는 것이다.

<승인 없이 말하는 것도 형기 연장 죄>

그런 사실이 담당 관리지도원(안전원)에게 보고되는 날에는 영낙 없이 독방처벌을 받아야 한다. 교화 과 지도원에게 비판서를 쓰고 교화반 내의 ‘사상투쟁회의’ 대상으로 내세워 서로 비판하곤 한다. 그러면 자리에 앉은 순서대로 한 사람씩 차례차례 그 사람에 대한 사소한 일이라도 비판을 하고 앉아야 한다. 간혹 그에 대해 비판할 것이 없어 입을 다물면 끝날 때까지 두 시간을 꼬박 세워놓은 후 그 역시 비판서를 쓰고 독방처벌을 받아야 했다.

준칙에 지적된 규율위반이 한두 번 반복되면 낙후자반에 보내진다. 낙후자반은 교화생활에서 뒤쳐져 생활하는 죄수들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그들은 죄수 중에서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제일 힘든 생활을 한다.

낙후자반의 생활은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정해져 있다. 만약 그 곳에서 규율위반 행위(승인없이 말하는 것, 작업태만 등)를 했을 때에는 형기를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그들은 교화소 내 변소의 인분을 실어다 인분탱크에 모았다가 바깥 농산 반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800kg짜리 철판으로 만든 탱크를 실은 수레를 5명이 한 조가 되어 운반한다.

<규율위반이 한두 번 반복되면
인분치우는 낙후자반으로 보내>

그들은 공장, 감방에 있는 변소를 풀 때 10리터들이 고무양동이에 밧줄을 매어 손으로 인분을 퍼 담는다. 양동이 무게 때문에 힘이 부쳐 퍼 올리다가 그대로 꼬꾸라져 변소 탱크에 빠지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낙후자반에 강원도 통천에서 온 전도 회라는 30대의 젊은 여자가 있었다. 그는 해군에 복무한 적도 있었다. 그는 구두공장에서 일할 때 자기가 만든 구두가 형태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모양이 우습게 된 것을 보고 웃다가 공장을 돌아보던 교화소 소장에게 걸려 그 즉석에서 낙후자반으로 왔다.

포화공장에서 일하던 김영애는 작업하는 자리가 창문 바로 옆이었다. 그는 변소에 갈 때나 자리에서 일어날 때 창문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무심결에 보았다고 한다. 어느 날 그것이 공장을 돌아보던 소장의 살모사 같은 눈에 띄었다. 그 역시 그 날로 낙후자반에 끌려왔다.

“네레 유리창은 왜 봐 눈깔 물이 터지게 콱 찔러줄까?”

소장의 누런 이빨 새로 새어나온 말이었다. 개천 교화소 소장은 목덜미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고 배가 툭 튀어나온 몸집을 가진, 보기에도 미욱스럽게 생긴 자였다. 그는 연약한 여죄수들한테 자기의 권한을 시위라도 하듯 공장에 나타날 때에는 걸음걸이까지 팔자로 걸으며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자기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즉석에서 독방이나 낙후자반에 보내라는 명령을 내리곤 했다. 따라서 교화소 소장만 나타나면 죄수들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것처럼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공장 안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 망치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옥단이라는 여자 수감자는 인분탱크에 빠져죽었다>

소장은 투박한 평안북도 사투리로 “네레 누가 제일 힘들대? 죽고 싶은 놈은 한 발 나서봐. 그럼 죽여줘.”라는 등 터무니없는 말을 뇌까릴 때가 많은 야만종이었다. 그에게는 사람 죽이는 일이 하나의 흥미나 취미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투였다.

1991년 여름 장마철에 평양시에서 온 이옥단이라는 여자가 인분탱크에 빠져 죽었다. 그는 장마 비가 하루 종일 쏟아지는 속에서 비를 맞으며 인분을 퍼 날랐다. 인분탱크의 문이 잘 열리지 않자 그것을 연다고 탱크 위에 올라섰다가 빗물에 미끄러져 탱크 속에 빠진 것이다.
탱크 안은 너무나 깊고 크기 때문에 밧줄을 매지 않고는 감히 들어갈 수 없다.
“야, 이년들아! 너희도 귀신 몰래 죽지 않으려면 그냥 내버려 둬.”

옆에서 지켜보던 낙후자반 관리지도원의 말이었다.
교화 소 취사장에서 기르는 돼지우리도 낙후자반에서 청소한다. 그들은 돼지우리를 칠 때를 제일 좋아한다. 돼지죽을 훔쳐 먹을 수 있는, 교화소 죄수들에겐 쉽게 차례가 오지 않는 행운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구유에 남은 죽이 붙어있으면 똥을 주무르던 손이건 뭐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손으로 뜯어먹는다. 돼지 관리공도 낙후 자들이 청소하러 오는 시간에 맞추어 돼지죽을 준다. 그래야만 그들이 돼지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화소 돼지는 죄수들보다도 훨씬 더 잘 먹는다. 왜냐하면 그 돼지들은 안전원들이 명절 때마다 잡아먹어야 할 놈들이기 때문에 죄수들의 식사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잘 먹이는 것이다. 오죽하면 죄수 중에는 돼지를 부러워하는 사람마저 있을까.

“저 돼지는 얼마나 좋겠나. 마음대로 먹고 잠잘 수 있으니... 돼지팔자 상팔자야.”
이런 일도 반복되면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돼지죽을 훔쳐 먹을 수 있는 것도
죄수들에겐 쉽게 차례가 오지 않는 행운의 시간>

돼지 관리공 김금복은 자강도 강계에서 온 여자였다. 그는 마음씨도 온순하고 생김새도 잘생겼다. 금복이는 낙후자들이 올 시간에 맞추어 강냉이 죽을 더 걸쭉하게 끓여 구유에 쏟아놓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의심 많은 담당 관리지도원에게 들켜 후방과 지도원에게 보고되었다.

후방과 지도원은 금복이를 구둣발로 마구 차고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까지 때렸다. 금복이는 비판서를 쓰고 예심 방에 들어갔는데 그 후 다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낙후자반에 간 사람의 90%이상이 교화소 귀신이 된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가족의 편지나 면회 같은 것도 금지된다고 쓰여 있다. 거기에서 생활하면서 규율위반을 반복하면 가형까지 받게 된다.

구두공장 반장을 하던 이순희는 북창의 혁명화 관리소에서 왔다. 혁명화 관리소에서 잘못을 하면 교화소에 오게 된다. 그는 자기 반내의 김영애라는 여자와 가을배추 캐는 작업에 나갔다. 김영애가 무심코 건너편 밭에 있는 무를 뽑았는데 작업장 이탈 죄에다 농장 무를 뽑은 죄까지 추가되어 김영애는 5년 가형을, 반장인 이순희는 2년 가형을 받고 둘 다 낙후자반에 보내졌다. 이순희는 반장이라고 연대 처벌을 받은 것이다.      

출처 : 한국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