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바람의 검, 신선조(新撰組)'라는 영화를 보셨는가, 2003년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로 '칼에 지다'라는 한글 제목으로 번역된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 원작이다, 원제는 '미부기시전(壬生義士傳)', '미부'는 쿄토에서 신선조가 처음 결성된 마을 이름이고 제목을 해석하면 '미부의 의사들' 정도가 된다,

배경은 막부 통치에서 천황제로 넘어가던 19세기 중반의 일본으로, 노도같은 근대의 물결이 몰아치던 일본열도에서 쇼군을 지지하는 막부파와 천황을 세우려는 유신파들이 건곤일척의 운명을 겨루던 시대에, 그 역사의 급류에 휩쓸리며, 또는 그 급류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로 깔려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흑선을 몰고와 개항을 요구하자 무능한 막부가 통치하던 일본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지방 영주들은 개항파와 양이파, 막부파와 천황파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 속에 살인과 암살이 난무하게 된다, 이 때 막부를 지지하는 낭인 무사들이 미부에 모여 결성한 것이 '신선조(신센구미)'이다,

  신선조는 반대파인 천황파들을 습격하여 척살하는 것으로서 명성을 날리며 최강의 낭인집단으로 군림하게 된다, 천황으로의 평화적 정권교체인 1867년의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주도하며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로 꼽히고, 일본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사카모토 료마, 그를 암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의 명단에는 신선조도 후보로 올라있다, 그만큼 신선조의 활동은 극렬했다,

  신선조는 쏟아지는 총알 앞으로 오로지 무사의 명예와 칼 하나만을 들고 돌진하던 마지막 무대뽀(無鐵砲) 무사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일본의 시각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천황을 반대하던 역적들이었고, 당시에는 보수와 진보들이 격렬히 대립하던 시대에 신선조는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보지 못한 채, 스러지는 막부를 잡고있던 수구꼴통들이었다,

  '수구꼴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집단은 한국에도 있었다, 민주화 정권이라는 가면을 쓴 좌파 정권이 들어서고 노무현 정권에 이르러서는 좌파가 맹렬한 기세를 떨치던 시대였다, 국기문란과 반역은 진보 민주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이에 대한 반대는 수구꼴통으로 매도되는 시대였지만,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서 반역의 정권에 저항하던 사람들이 이름하여 '아스팔트 우파'이다.

  좌파정권의 친북과 한반도기에 대항하여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과 태극기를 부여안고 거리로 뛰쳐나와 뜨거운 태양과 찬바람이 몰아치는 아스팔트 위에서 노무현 정권에 극렬하게 저항하며 김정일 타도와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고 이명박을 지지하고 기어이 이명박을 당선시켜 오매불망 그리던 아스팔트 우파의 꿈은 이루어 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부터 아스팔트 우파는 꿈에서 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내각에 드는 인물들의 면면은 '대한민국'이나 대한민국의 '영토'에는 관심이 없고 '땅'이나 '시세차익'에 열정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이명박의 취임사에도 그동안 대한민국의 기반을 흔들었던 '이념'은 이명박의 관심사항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아스팔트 우파들이 탱크를 보내자고 주장했던 평양의 하늘에는 뉴욕필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울려퍼졌다, 이명박은 3.1절 축사에도 연이어 '탈이념'을 부르짖었고 통일부 장관에는 좌파정권 출신의 인사가 등용되는 듯하다, 이명박은 우파의 선거표에는 관심이 있었으나 우파의 이념에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이명박은 이제 커밍아웃을 하며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상황은 이제 아스팔트 우파의 신념은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물결을 보지 못하는 수구꼴통의 푸념으로 치부되고, 대한민국 우파는 조총 앞으로 일본도를 들고 돌진하던 메이지 유신 때의 무사들처럼 무대뽀의 오명을 얻게 될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 되었던가, 대한민국 보수라고 자처하던 모든 이들은 이제 겸허히 반성할 시간이다,

일본의 꼴통이던 신선조는 2차대전의 패전 후에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그들의 충성심, 무사도에 대한 명예와 신념에 대한 긍지는 패망한 일본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고, 아사다 지로같은 유명작가들은 작품으로서 신선조에 헌사를 바쳤다, 신선조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조차 가장 인기있는 소재가 되었고, 일본을 상징하는 '일본혼'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총리는 지난 우파정권에서 받은 훈장을 반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에게 우파정권의 훈장은 치욕인 모양이다, 지금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고 하지만 지난 아스팔트 우파의 투쟁에 헌사를 바칠 그 누구는 어디 있던가,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권은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우파 신념은 소수파이고 대한민국 보수의 종착역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명박 정권은 우파의 신념보다는 정권교체에만 연연했던 보수우파에게 또 한번의 패배의 산물이다, 이명박의 무늬에 속았고 선거표를 의식한 이명박의 립서비스에 사기 당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궁물 정치인들의 선동에 넘어간 무지와 정권교체가 만병통치라는 대책없는 보수의 낙관주의가 부른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신선조 영화에는 어느 가난한 무사가 주인공이다, 가난 때문에 딸을 팔았고 아내는 강물에 투신한다, 무사는 물에 빠진 아내를 구하면서 주군이나 명예보다는 식구를 위하여 살겠다고 맹세한다, 주군을 배반하고 돈을 위하여 신선조에 들어간 무사는 돈이라면 몰염치한 짓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오로지 식구들의 생존을 위해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서서였다,

  그러나 이 무사는 신선조가 천황군에게 포위되어 항복을 갈등하고 있을 때 대의를 위해 죽겠다며 맨먼저 칼을 뽑고 달려 나간다, 그리고 무사가 부상을 입은 채로 옛주군의 집에 찾아오자 옛주군은 자결 명령을 내리고 자결용으로 주군의 칼을 내려준다, 무사는 피 묻은 손으로 지갑을 열고 유산으로 남길 돈을 세다가 아들의 칼을 살 돈이 모자란 알고 주군의 칼을 자결용으로 쓰지않고 아들에게 주도록 한다, 이 칼을 받은 아들은 다시 이 칼을 들고 아버지의 주군과 함께 쇼군을 위한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전사한다,

  작가는 패배한 역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패배가 '대의'를 위한 것이라면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대의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것이 무사도와 일본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우파가 승리했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게서 우파 승리의 긍지는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장관 내정자들 중에는 우파신념이나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땀을 흘려본 인사가 있는가, 통장에는 평상의 예금잔고가 50억을 유지했다고 하면서 아스팔트에서 투쟁하고 있는 우파들을 위해 만원 한장이라도 지갑을 열어본 적은 있던가, 땅을 사랑하여 땅 보러 다니는 일에는 열중하면서도 아스팔트 투쟁에서 주먹 한번이라도 휘둘러 본 적은 있던가,

  더욱 비극인 것은 좌파언론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수정권으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껍데기만 보수인 이명박 정권이 보수우파의 신념을 흠집내고 있고, 도덕성의 점수를 까먹고 있다, 보수우파로서는 속은 것도 억울한데 욕까지 얻어먹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은 좌파확산을 하면서 욕을 먹었지만 이명박은 우파를 위축시키면서 욕까지 얻어먹게 하는 좌파 도우미가 되고 있다,

  철저한 투쟁을 하지 못하고 온갖 잡탕우파로서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하던 보수우파들에게 이명박의 존재는 역사가 보내는 경고의 메세지이다, 역사는 다시 한번 아스팔트 우파들을 부르고 있다, 아직은 따뜻한 안방에서 푹신한 소파에서 안도할 때가 아니라고, 역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라고 일갈하고 있다,

 '신념을 위해 죽음을 불사할 각오는 되어 있는가'라고 역사는 대한민국의 보수우파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역사의 발걸음에는 땀과 피라는 원동력이 필요한 법이고, 그것이 흘러 넘칠 때에 가서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완성된다고 대한민국은 보수우파의 정진을 요구하고 있고, 역사는 보수우파의 땀과 피를 더 많이 아스팔트에 뿌리라고 명령하고 있다

 완전한 정권교체는 참으로 아프고 아픈 '고난의 행군' 뒤에야 오는 법이며, 신념의 완성은 참으로 길고 긴 '대장정'의 종착역에 이르러서야 만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들이 이명박의 대한민국에서 깨달을 수 있다면 늦었지만 늦은게 아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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