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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굶어죽는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북한이야기 

올해 열일곱살인 상학이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친구들과 감자를 훔쳐 먹겠다고 감자굴에 몰려갔다. 친구들더러 망을 보라하고 감자굴에 들어갔던 상학이는 끝내 올라오지 못했다. 감자의 독성이 강해 숨쉬기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잽싸게 가지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상학이의 시신은 보름이 지나서야 꺼내졌다. 상학이는 두 손에 감자를 꼭 쥐고 있었다.

 

  서두수 강 근처 늪지에서는 개구리를 하도 잡아먹어 개구리 씨가 다 말랐다. 개구리가 자라기를 기다리지도 못해 올챙이를 조리로 떠서 잡아먹기까지 했다. 그러다 올챙이 독에 걸려 죽은 아이들이 생겼다. 개구리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 두꺼비가 들어섰다. 두꺼비나 개구리나 구워먹으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두꺼비 독에 걸려 죽어갔다. 삼봉에서는 친구들끼리 우루루 몰려 두꺼비를 잡아먹고 그렇게 여섯 명의 아이들이 하룻저녁에 다 죽었다.

 

  열네살 수명이는 내내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부모님이 돈 벌어오겠다고 떠난 뒤 여동생과 둘만 남아 지금껏 버텨온 데는 이웃집 연실이 할머니가 큰 힘이 됐다. 아이들에게 연실이 할머니는 친할머니 이상으로 의지하던 분이었다. 수명이는 동생 수진이와 함께 할머니가 건네 준 건더기 약간과 멀겋게 기름이 둥둥 뜬 닭고기 국을 맛있게 먹고, 그 날 저녁 먹으려고 아꼈던 감자 몇 알을 다음 날 아침 할머니께 가져갔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어린 수명이와 수진이는 믿고 의지하던 사람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 아이들에게 죄가 있는가. 배고픈 땅에 태어나 배고픈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이 아이들의 죄인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는 이 아이들에게는 지금 밥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묻고 싶다. 이 아이들을 도와야 하는가, 돕지 말아야 하는가.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왜 어른들 싸움에, 남북한 정부의 잘못된 기 싸움에 이 아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혹자는 우리의 소식을 과장됐다고 말한다. 생존력이 높아져서 아사는 없다고도 말한다. 우리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의 소식이 틀리고 그들의 주장이 옳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 그렇다면 이토록 애달프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구원 요청을 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두 손에 감자를 꼭 쥐고 죽어간 상학이와 연실이 할머니가 건네준 닭고기 국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명이, 수진이가 가슴 아프게 눈에 아른거려서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남한과 북한 당국자들의 저 답답하고 꽉 막힌 귀에 닿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 아이들을 대신해서 목이 다 쉬고 핏덩이가 쏟아져 나오도록 계속 도와달라고 외칠 것이다.

 

  죄 없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좋으니 제발 살려 달라. 하루하루가 급하다. 미국과 중국에서 식량이 들어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없다. 제발 누구든지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 굶주리는 아이들은 먹어야 산다. 부디 남북한 당국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죽어가는 아이들부터 살려 달라. 제발 어른들의 죄를 아이들에게 지우지 말아 달라. 굶어죽는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http://www.goodfriends.or.kr/

 

 

 

 

등록일 : 2008-10-1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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