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북한 여자 두 분을 조선족 무역상인과 함께 만났다. 나는 이 여인들을 만나고 싶어 2개월 전부터 북한 무역을 하는 조선족 여사장에게 부탁 하였는데 오늘 만날 수 있게 되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약속된 장소에 한분만 나왔기에 조선족 무역상인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한적한 식당 골방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북한 실정이나 그녀의 신상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 볼 수 없어 거치래 인사와 북한 무역 상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북한 그림 수예 등의 예술품을 판매한다고 한다. 식사가 끝날 무렵 북한여인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반가웠고, 무조건 오시라고 했다. 식당 위치를 알려 주어도 찾아오기 어려워하는 그녀에게 택시를 타라고 하고,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바꾸어 달라하여 식당 위치를 알려주었다. 늦게 온 그녀를 위하여 다시 식탁을 마련하려는데 식사는 하지 않겠다고 하고 술을 한잔 하겠다고 한다. 그 때까지 술 드시는 분이 없기에 술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새로 간단하게 술상을 마련했다. 이곳 중국술은 최하가 40도이다. 한 병을 3잔에 나누어 부었다. 술을 채우자마자 늦게 온 그녀는 고량주 한잔(한국 맥주잔 정도)을 단숨에 비운다. 나는 깜짝 놀라 “그렇게 드셔도 괜찮겠습니까?” 했더니 “나 이런 술 한 병 혼자서 다 마시고 왔어요." 한다. 순간 나는 오늘 저녁 일 났구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 때, 그녀가 나를 처다 보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아~아저씨! 이런 자리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는 잠시 눈을 감고 침묵하더니, 고개를 푹 떨구고 엉 엉 소리를 내어 통곡을 한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려도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조선족 여사장이 “애! 너 왜 그러니?” 하고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북한여인에게 “언니 나 어떻게 해! 나 어쩌란 말이야 ?”하고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십니까?” 하고 내가 물어도 대답은 없고, 끝없이 소리 내어 울기만 한다. 옆에 있는 북한여인이 “오늘 낮에 신의주에서 찾는다는 전화 한통 받았어요. 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식당에는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약국에 가서 술 깨는 약을 지어 북한여인에게 주고, 조선족 여사장과 함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길바닦에 들어 눕는 그녀를 애써 숙소에 모셔다 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조선족 여사장에게 물었다. “신의주에서 찾는 다는 전화가 무슨 내용인데 그녀가 그렇게 통곡하는 거요?” 조선족 사장은 그녀를 몇 번 만나 그녀의 사정을 대충 알고 있었다. 북한에서 집 떠 난지 1년이 되어, 이제 그녀를 북한 관계 기관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찾는 다는 것은 단순히 북한 내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고 중국에서도 체포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이다. 그녀는 돈을 벌고자 도강증으로 한달 기간 중국에 왔는데, 돈은 벌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상하여 지쳐 있다고 한다. 바로 눈앞에 있는 압록강만 건너면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녀는 그 곳에 들어가지도 중국에서 살기도 어려운 여건이 되어 통곡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