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북한 도발의 배경과 햇볕정책
그런데, 이렇게 극한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오늘 북한의 상황은 어떠냐? 우습게도 더 한심하다. 기억하시겠지만 '김정일체제가 시작되던, 90년대 중반에는 세계의 공산독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가운데 북한의 붕괴도 이미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보였다. 前 북한 고위 軍 관계자의 말로는, 이때는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해도 치우지도 못할 정도로 통치체제가 사실상 무너져 있었다고 한다. 또 김정일이가 김일성을 죽였다는 식의 疑衢心도 들고 해서, 우리가 조금만 단호하게 접근 했으면 이 때 김정일 체제는 붕괴되고 통일도 되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이때는 '7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보다 앞서나가던 북한 경제가 다 거덜이 나고 사실상 국가 파탄상태에 직면하고 있었다. 1960년대 소위 四大軍事路線으로부터 시작된 軍備增强이 '70년대 중반, 김정일이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더욱 강화되고, 특히 中東戰爭을 보고는 아예 '정예전력을 대규모로 확보한다.'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유혹에 빠져 軍備擴充에만 온 國力을 쏟아 부었던 탓이다. 우리는 2.7% 국방비도 많다고 눈을 흘기는데 저들은 GDP의 27%나 군사비로 써댔다니 그 경제가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는가?
그 때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도그랬다. 우선 크게는 전체주의 독재가 배격되고 사회적 자유와 정치적 민주화가 확산되고 있는 그런 추세였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4강의 입장인데, 2000년 말 軍門을 떠나면서 미국 RAND, 일본 방위 연구소, 러시아 IMEMO 그리고 중국 사회과학연구소 같은 주변 4강의 대표적 국가 안보 연구소들을 두루 섭렵하는 좀 특이한 기회를 가졌다. 가만보니 김정일이가 원체 개막난이 노릇을 하니까 그랬겠지만, 주변4강에서 모두 원하든 않든 '아하-이제 어쩔 수 없겠구나'하는 한국 통일에 대한 일종의 체념적 공감대 같은 것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역사를 정상적으로 살았다면 동족간의 이 불행하고 불합리한 갈등관계는 벌써 끝이 났을 상황인 것이다. 또 김정일이가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그런 상황 하에서는 당연히 경제발전으로 국민이 먹고사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 체제라도 바뀌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김정일은 오히려 정 반대로 군에 의존하여 국민을 억압함으로서 체제를 유지하는 데만 주력한다. 그래서 무력적화통일과 강성대국을 내세우고 '군사제일주의'에 이어 '선군정치'까지 나간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핵도 개발하고 해서 협박을 통한 깡패외교로 식량과 에너지를 얻어내고 그것으로, 일반국민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에다 내 팽개쳐 두고, 당과 군 정부 등의 핵심계층만은 먹여 살려 왔다. 그렇게 해서 체제를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니 그 체제인들 어떻게 정상적일 수가 있겠는가?
예컨대 지금 북한의 國家元首가 누구인가? 김정일인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15년 전에 죽은 김일성이가 영구 국가원수다. 古今東西에 죽은 망령이 통치하는 나라는 오늘 북한이 유일 할 것이다. 하긴 지금 북한체제부터가 평시 국민을 먹이고 보살피는 정상적인 체제가 아니다.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쟁체제나 다름없다. 통치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통치관행이나 先軍政治라는 통치 방식도 문제다. 이런 시스템, 이런 방식으로 이 총체적 경쟁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수많은 주민이 굶어 죽고 도망을l고 하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무려 15년이 지났다. 생각해 보면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했을 법한데 그럼에도 김정일 체제는 살아남은 것이다. 아니 단순히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상 초유의 군사력과 핵 그리고 間接侵略으로 오히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기적이 가능 했을가? 전 미 외교관계협회 회장 Richard Hass는 Clinton대통령과 DJ가 버팀목이 되 주어서 그랬다고 하고, 황장엽씨는 대놓고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가슴을 친다. 사실 지난 10년간 김정일체제가 이른바 brinkmanship 깡패외교, 협박외교로 강탈해서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부터가 '햇볕정책'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예컨대 일찍이 미국 척 다운스는 '분배수단을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한, 외부지원은 국민 탄압 역량만 키울 뿐.'이라고 했는데, 지난 10년간 우리는 북한 동포를 돕는다며 이것저것 모두 해서 대략 14兆나, 참 많이도 퍼 주었습니다. 2,300만 북한 동포가 10년 간 '쌀밥에 고깃국' 먹고도 남을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북한 동포는 여전히 굶주리는데, 김정일 측근들만 호의호식하며 핵이나 만들고,체제만 강화했을 뿐이다.
핵개발도 그렇다. 핵을 만들고 있음을 알았다면서도 5억불의 돈에다 엄청난 물자를 퍼 주고, 북한 핵을 해결하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에는 언필칭 '평화'니 '대화'니 해가며 은근히 재를 뿌리고 찬물을 끼얹었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시설을 직접 파괴했는데 우리는 主導的으로나서기는커녕 세계가 함께 해결하자며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그것도 모자라 북한을 직접 도와주고, 국제적 간섭과 제재를 대신 막아주기 바빴던 셈이다. 오죽 열이 났으면 햇볕을 지지하던 노버트 아인혼까지도 한국이 '북한 수석변호인 같다'고 했겠는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안보방벽을 허물기에 바빴다. 무릇 전투는 군인의 몫이지만 전쟁은 국민이 수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국민의 安保意志야말로 국가안보의 根幹인데, 국가 지도자가 국토 死守를 '땅따먹기 놀이'라며 국민의 安保意志를 흔들고, 전혀 不合理한 논리로 병력이나 감축하면서, 협력안보, 집단안보가 기본인 이 세계화 시대에, 언필칭 自主國防 한다며 오랜 동맹이나 돌려세웠다. 북한은 우리의 생명을 노리고 핵을 만드는데, 우리는 '햇볕, 햇볕'하며 입고 있던 갑옷까지 벗어던지는 모양새가 아닌가?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하겠다고 서둘렀다. 그러나 북한 핵 폐기 없는 한반도 평화란 사기일 뿐이다. 만에 하나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이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적화통일로 가는 大路를 닦는 게 될 것이다.
참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북한이 붕괴하려 할 때는 개혁개방을 誘導한다며 핵을 만들게 하고, 핵 실험 후에는 평화를 내세워 사실상 핵을 기정사실화 하려들더니, 끝내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며 아예 적화의 길을 열어주려 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 모두 입으로는 '평화'니, '한반도 평화정착'이니 하면서 만들어 놓은 결과다. 그러나 무릇 참된 평화란 힘으로, 튼튼한 안보태세로 지켜지는 것이다. 회피하고 도망하면 뒤따라 와 뒤꿈치를 무는 것이 전쟁이고 전쟁을 각오하고라도 단호히 맞서야 지켜지는 것이 평화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평화를 찾는다면서 사실상 전쟁의 문, 그것도 굳이 패전의 문, 赤化의 문을 두드려 온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결국, 다 죽어가던 김정일체제가 살아나고 오히려 우리의 생명이 위협되는 이런 턱도 없던 일이 현실이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한계에 온 듯하다. 밖으로는 햇볕이 없어졌고 세계도 이제는 그 끊임없는 협박외교에 지쳤다. 자연히 외부의 지원은 줄어들고 그렇다보니 내부 김정일이가 먹여 살리며 관리 할 수 있는 범위도 줄어 들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군대도 이제는 전부가 아니라 호위사령부와 특수부대 공군 같은 정도는 먹여 살리면서 나머지는 자체 해결하라는 식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늘 북한이 저렇게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실상은 국민의 충성심, 통치체제의 핵심인 관료조직, 군과 경찰 같은 체제수호의 힘 뭐 이런 체제유지의 3가지 기본 기능과, 정보통제, 김일성의 카리스마, 국가 폭력장치 같은 북한 나름의 3대 통치 수단 들이 모두 흔들리고 망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김정일로서도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기 전에는 체제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게 되었다.(konas)
김희상(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