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대통령 임기가 5년 아닌 10년인가. 벌써 웃음거리가 된 747공약에서도 시간의 길이는 10년이다.) 북한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그는 외국에 나가 있는데, 거기서 각국 정상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핵개방3000에 대해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다.

“(남북)통일보다 북한의 경제발전이 중요하다.”

 비핵개방3000은 햇볕정책의 아류다. 비핵개방이 필요조건이고 3000이 충분조건이라고 정색하며 차별성을 강조하더라도 이내 논리의 외통수에 몰린다. 핵개발의 조건으로 퍼 준다고, 쇄국의 조건으로 퍼 준다고 햇볕파는 술좌석에서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햇볕정책도 시종일관 비핵과 개방을 전제로 펼쳐졌던 것이다.

 공산권의 도미노 몰락은 공산동맹 사이의 공짜 점심 곽밥(도시락)을 빈 깡통으로 만들어 버렸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땅이 곧 죽어도 패배를 받아들일 줄 몰랐던 북한과 쿠바였다. 그나마 쿠바는 조금 나았다. ‘내가 독재자인가?’라고 주위 사람에게 반문할 줄 아는 야구광이 국가 간 공짜 점심이 영원히 끊어지자, 인민들이 무더기로 굶어 죽을 것을 염려하여 원수 미국의 ‘더러운’ 제도를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쿠바의 일부 해안에서는 인민에서 국민으로 거듭난 사람들이 더 이상 혁명전사(공산귀족)의 철밥통에 공짜 점심을 채워 줄 것은 신경 쓰지 않고(대부분의 인민들은 여전히 그렇지 못함), 스스로 번 것은 대부분 자신이 차지할 수 있다.

 공산주의는 세금이 대체로 80%인 체제이고 자본주의는 세금이 대체로 20%인 체제다. 어느 쪽의 근로의욕이 높을지는 바보도 안다. 다만 바보보다 멍청한 혁명전사는 이 간단한 원리를 모른다. 그들이 받드는 이론은 만인평등이고, 그들이 몸담은 현실은 80% 원천징수 세금으로 공산귀족에게 평생 공짜 점심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의 이론은 좋은데, 적용을 잘못한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 특히 한국에서 그러하다. 공짜 점심을 적용하면, 이론 자체가 모순 덩어리임이 쉽게 드러난다.

 공산(共産) 곧 공유재산 또는 국유재산은 권력자의 재산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재산은 한군데 모아 놓으면 스스로 걸어 다니며 골고루 각 가정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보이는 손에 의해 이리저리 분배되기 때문이다. 이 보이는 손이 곧 권력이다. 공익과 국익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그들은 권력 순으로 또는 변덕으로 공유재산을 배정하거나 갈라먹는다. 이론적으로 100%의 재산이 ‘새 나라 새 땅’에서 천사 행세하는 그들의 수중에 있으므로 마음만 내키면 혁명의 이름으로 작은 나라에도 얼마든지 공짜 점심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GDP의 20% 정도밖에 못 걷으면, 권력기관의 보이는 손은 자본과 자원을 배분할 때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 어림도 없다. 최근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대적인 원조를 제공하는데, 그것은 모택동 시절과는 달리 공짜 점심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다. 2007년 중국의 재정수입은 5.1조 위안인데, 그것은 한국과 동일하게 GDP의 20%다. 미국의 18%보다 겨우 2% 높다. 이 정도 재정으로는 경제개발에 여념이 없는 후발 국가로서 말만 공산국가지, 중국은 사회보장에 겨우 GDP의 2.4%밖에 쓰지 못한다. 하물며 스스로 벌어서 살 생각은 않고 핵무기를 만지작거리며 아직도 공짜 점심만 바라는 콩만한 동방의 이웃이랴! 참고로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선 미국은 사회보장에 GDP의 11.5%(한국은 8%)를 쓴다.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에 각각 거대한 공짜 점심 곽밥이 있었다. 1979년부터 압록강의 곽밥에 강냉이가 겨우 밑바닥을 깔기 시작했다. 사실상 공짜 점심이 사라진 것이다. 그 이후로는 석탄과 철강석, 흑연 등으로 더 비싸게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 때부터 북한 주민들의 배는 등에 급속히 달라붙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1984년 합영법이란 걸 제정하여 동해를 통하여 일본의 조총련으로부터 공짜 점심을 갈취하려 들었다. 소련과 중공의 은총에 기대던 거지가 민족의 등을 치는 깡패로 돌변한 것이다. 세계 제2의 시장경제에서 공짜 점심이란 걸 모르고 살았던 조총련이 처음에는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겉옷에 속옷을 다 빼앗기고 머리카락까지 뽑히자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는 두만강의 곽밥도 텅텅 비었다. 중국은 한반도를 2천 년 속국으로 여기는 중화주의에 입각하여 조공무역 정도는 이어갔지만, 제 코가 석 자인 러시아는 에누리 하나 없었다. 도리어 외상장부를 들이대며 경화(硬貨)로, US 달러로 빚을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는 와중에, 카터를 거간꾼 삼아 한국을 봉으로 삼으려던 김일성이 죽었다. 김정일은 3년간 조기(弔旗)를 내걸고 NPT 탈퇴 어쩌고 하면서 보일 듯 말 듯 버섯구름을 피워 올리며 더 이상 공짜 점심이 담기지 않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곽밥도 자진해서 찌그러뜨렸다. 공짜 점심으로 한 세대 이상 체제를 유지했던지라, 그 결과는 참혹했다. 3백만이 굶어 죽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들먹이는 자들은 공산동맹 사이의 공짜 점심이 뭔지도 모르는 적록 색맹이다. 그들 눈에는 빨강은 모조리 초록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미국과는 애당초 아무 관계가 없다. 거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정일의 협박에 속아 엉클 샘이 후에 공짜 점심을 김 선달, 노 선달 다음으로 많이 퍼 주었다.

 공짜 점심을 없애는 것이 개혁이요 시장경제 도입이다. 한국이 조금만 더 압박했으면 김정일은 최소한 쿠바 정도의 개혁은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실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일의 핵 놀음에 혼비백산한 한국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그것이 바로 햇볕정책이다. 공짜 점심을 주면, 북한이 스스로 개혁하고 개방하고 핵무기를 버린다는 논리가 햇볕정책의 핵심이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지만, 한국에는 이를 지지하거나 그들의 꿀 바른 입술에 넘어간 자들이 대세를 이끌어갔다.

 공산주의는 대체로 GDP의 80%를 긁어 가는데, 압록강과 두만강으로부터 공짜 점심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게 되자, 김정일은 95%를 긁어 갔다. 300만이 굶어 죽은 후 주민들은 살기 위해서 콩알 하나도 숨기기 바쁘고 쇳조각 하나도 닥치는 대로 훔치기 바쁘다. 북한에는 택시도 길가에 잠시 세워 둘 때는 운전수가 반드시 와이퍼를 떼어 들고 간다. 안 그러면 제까닥 가장 먼저 본 사람이 떼어가기 때문이다. 한적한 곳에 국제식량기구의 차를 세워 두면 자동차 타이어도 순식간에 빼 간다. 북한에는 자동차 타이어가 튜브 식이라 펑크가 나면 그 자리서 때우고 자전거 펌프로 바람을 넣는다. 그러니까 한적한 곳에 세워 둔 외국 자동차의 바퀴는 노다지보다 반갑다.

금강산의 안내원과 개성공단의 노동자도 한국에서 준 돈은 구경도 못한다. 95% 원천징수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갖고 햇볕파는 개방이다, 개혁이다, 천지개벽이다, 방송과 언론과 포털을 동원해 생난리다. 그 사이 김정일은 유유히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쏜다.

 북한은 일인당 소득이 천 달러도 아닌 고작 백 달러인데, 그것을 물경 3천 달러로, 30배로 올려 준다고? 북한에서 백 달러가 얼마나 큰 돈인지 아는가? 그것은 중동이나 동구 등 해외에 근로자로 나가서도 3년간 여자는 생리가 끊어지도록, 남자는 입이 돌아가도록 안 먹고 안 마시고 악착같이 모으는 돈이다. 거기서도 95%를 원천적으로 뜯기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100달러는 지구를 맨발로 세 바퀴 돌아 겨우 받는 낙원 초대장이다.

 김정일이 북한주민의 소득을 3천 달러로 올려 준다고 혹할 것 같은가. 그는 북한주민이 배가 부르면 창자가 끊어질듯 배가 아픈 인간이다. 지금도 당장 농민에게 300평만 나눠 주고 농사지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허용하면, 뼈 빠지게 일해 봤자 반세기가 지나도록 4백만 공산당원에게 공짜 점심을 대 주는 바보짓만 했는데, 그렇게 되면 최소한 거기서 나오는 소출만은, 자신의 노력으로 생산한 것은 자신이 고스란히 차지하니까, 눈에 불을 켜고 일해서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는 한국의 도움을 1달러도 안 받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의 유일 지주 김정일은 그런 꼴은 죽어도 못 본다. 김일성이 중공과 소련으로부터 공짜 점심을 얻어 선심을 썼듯이, 김정일은 핵으로 위협하여 한국과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공짜 점심(사실상 비핵과 개혁개방의 의무가 없으므로)을 갈취하여 공산귀족에게 선심 쓰는 것을 무상의 기쁨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위업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주민들을 가축보다 못한 양식이나 축내는 종으로 보기 때문에 그들이 배고픈 것은 안중에도 없다. 죽지 않을 만큼만 주면 되고, 설령 죽어도 좋다. 북한의 공짜 점심 체제를 버리지 않고는 설령 1인당 3천 달러로 만들어 준다 해도, 그것의 95%는 북한 주민의 몫이 아니라 김정일과 공산귀족의 몫이다.

 ‘북한인권365’를 내세워야 한다. 여기서 365는 1년 365일이란 뜻이다. 북한인권 속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비핵과 개혁, 개방, 자유 상봉, 교류, 투자, 경제 개발, 자유 통일―이 모든 것이 여기에 몽땅 들어 있다. 공짜 점심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는 대원칙도 여기에 들어 있다. 북한인권 얘기만 나오면 김정일이 즉시 철봉각에 숨고 북한의 아나운서의 신파조 목소리가 다시 한 옥타브 올라가고, 입의 소리와 자판의 문자로는 북한주민을 생각하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햇볕파들이 길길이 뛰는 이유가 무얼까. 100원, 200원 모아 북녘 하늘로 풍선 하나 날리면, 섣달 열흘 동안 서울의 도심을 마비시키는 민주 파괴자들에겐 은근과 끈기로 그리도 잘 참아 주더니, 피눈물 흘리며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진실을 알리는 애국애족자는 번개같이 민주 국가의 경찰과 군인을 동원하여 기세등등 가로막는 이유가 무얼까. 고금무쌍 민족반역자 김정일이 가장 싫어하는 일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상상에 맡긴다.

(2009.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