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도 전 통일부장관의 뉴데일리 기고문.
 
 UN이 對北제재를 두고 무슨 결의를 어떻게 했던지 간에, 지금 분명한 것은 김정일은 核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 한수 더 떠 우라늄 카드까지 흔들고 있다.
 
 이미 확실해져 있는 것의 하나는, 초대국 미국이 北에 군사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북한은 원조는 받아도 중국 말을 듣는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北核 대책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오래 나라와 국민의 死活에 직결되는 안보문제를 남에게 기대어 꾸려왔었다. 이제 더 이상 大國에 기대기만 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 앞에 맞닥뜨리고 말았다. 北의 2차 핵실험과 함께 그 동안 우리가 믿고 있던 미국의 核우산의 일부가 찢어진 것이 드러났다.
 
 휴전 하에 있는 非核의 敵方한테 핵실험보다 더 강력한 동갈(洞喝)은 있을 수 없다. 북의 核 동갈을 미국의 핵우산은 막아내지 못했다. 장거리 미사일과 核공갈을 배경에 깔고 北은 개성공단 임금 4배 인상과 부지 값 5억 달러 갈취의 손을 코앞에 내 밀었다. 北은 그들의 核보유 코스트를 그 동안 한국 쪽에서 치르게 했던 구조를 이제 세계 앞에 공개하려 하고 있다.
 
 뜬금없이 ｢독재타도｣라 하는데, 여기 앞장선 사람들은 北核 개발에 뒷돈 댄 사람들 아닌가. 남쪽의 정치판에 불고 있는 바람은 그 실은 北風이고 核風이다. ｢독재｣라니까 자신만만하게 ｢민주화｣로 받아 봤자 풀릴 일이 아니다.
 
 지난 4,5월 일련의 北의 핵 공갈 앞에 우리 국민은 별로 두려움이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 국민이 경제 우등생답게 대범하다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大國에 기대어 사는 데 이골이 나서 노예 수준으로 自主방위 의식이 마비된 결과인가.
 
 核보유국만이 진정한 주권국가라는 것에 우리 국민이 눈떠야 할 것이다. 상식이다. 콧대 높은 프랑스의 드골이 굳이 核을 가지려 했던 것은 核 가진 앵글로 색슨 앞에 무릎 꿇기 싫어서였다. 우리 눈앞에도 민족주의적 열정이 높은 젊은이들 중에 核개발하는 김정일 쪽을 쳐다보는 축이 적지 않은 현실이 있다.
 
 밥 술 먹게 되었으면, 보통 나라의 최고위 수준의 국가목표인 자존-자주라는 것부터 챙겨야 한다. 모른다면 국민미달이다. 고생이 남아있는 국민이다.
 
 이 틈새를 노리는 김정일이 핵을 먼저 손에 넣어버린 지금이야말로 100년 급으로 닥쳐 오는 한국 민족주의 최대의 위기이다.
 
 올해는 우리가 이민족(異民族)에게 나라를 뺏긴 지 100년 째 되는 해다.
 
 돌이켜보면, 역사의 하강 국면에서 당시의 정부가 저질렀던 국가전략 최대의 오착은 동학봉기를 自力으로 진압하려 들지 않고, 大國 청나라에 도움을 청한 일이다. 일본 침략군이 한반도를 걸터앉을 단초를 우리 정부가 열었던 것이다.
 
 북의 核 보유라는 치명적 현실 앞에, 우리는 아직도 6.25 수준으로 뺨도 한번 못 때리는 미국만 쳐다보고 있다. 김정일의 강력한 2차 核실험도 우리 국민의 자주적 자존심을 깨우지는 못했다. 미국의 核우산이나 수리하고자 전술핵이라도 갖다놓고, 핵폐기물 재처리를 한다 해도 우리의 大國 의존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민족주의를 횡령한 김정일의 핵 콧대는 높아만 갈 것이다.
 
 北은 진행 중인 세계적 경제불황 속에서 국제정치의 美國 일극(一極)구조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확인 하면서, 그리고 중국의 G2 부상을 곁눈질 하면서 본격적 핵판을 벌렸다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2020년대가 되기 전에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컨트롤하는 것이 버거운 시점이 올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아시아가 귀찮기만 한 시점이 올 것이다. 이 때가 되어 北核은 통일을 김정일 손바닥에 올려놓을 것이다.
 
 核을 억지할 수 있는 것은 核뿐이다. 이 보다 더 절박한 진리는 없다.
 
 냉전의 역사는 核戰力 경쟁의 고도화가 냉전종식과 핵 상호폐기를 가져왔던 것을 알게 한다. 레이건의 SDI(우주방위구상)는 냉전바둑의 끝내기 포석이었다. 레이건의 SDI가 한반도에서는 南核일 것이다. 우리 국민도 이제 통일을 위해 땀 좀 흘릴 때가 되었다. 北이 그만두잘 때까지 北과 핵 제조 경쟁을 각오해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北核은 世界平和와 공존할 수 없다.
 
 북의 핵무장 의지를 주저앉힐 단 하나의 수단이 南核이라는 것을 4强이 이해하는 데 시간이 그렇게 안 걸릴 것이다. 北이 짓밟아 버린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南核을 통해서만 보수되고 부활될 것이다. 南核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有核이다. 無核을 위한 有核이다.
 
 南核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수복은 인류사에 全세계 핵병기 감축과 폐기의 새 장을 열고야 말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한테 하늘이 지워준 사명일 것도 같다.
 
 미국의 대의(大義)로 미국의 정책에 도전하여, 마침내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나라의 안보를 건진 6.25의 이승만 전략을, 지금 누가 서가에서 끄집어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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