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는 온통 탈북한 국군포로가족의 북송문제와 안이한 정부대처에 대한 비난들로 가득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군포로 가족들의 귀국이 실현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지만 변명의 한마디는 꼭 남겨둔다.

그래도 정부가 탈북자들의 한국입국을 승인해주었고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정착금과 안정적이고도 제도적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을 한다니? 과연 그러한가?

우선 탈북자의 입국이 과거처럼 정보의 가치나 북한에서의 직책을 분류하여 선별적으로 받지 않고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정착금과 임대주거지를 지원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으로 오기까지 수차례의 생사를 건 행로를 정부는 한 번도 알려고 한 적이 있는가. 한국으로 온 탈북자가 1만 명이 넘었지만 그 사람들을 대신한 몇 만 명의 탈북자들은 북송을 당해 죽거나 고생하고 있다.

대외 공관으로 들어가길 애걸하는 탈북자들에게 단 돈 몇 백 원으로 돌려세우고 조국을 위해 싸운 국군포로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한 '대사관女, 와‘ 영사관男' 박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마저 정부의 말대로 안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죽하면 한국행을 계획하던 탈북자들이 한 국내 탈북자들의 실태를 비관하며 한국이 아닌 제3국에 정착하길 원하겠는가?

한국에 정착하던 탈북자들의 유럽이나 미국으로의 도미노이탈 현상은 허황된 꿈을 좇아가는 행렬이 아닌 한국사회에서의 차별과 냉대 그리고 정부의 허접한 지원정책이 낳은 부산물이다.

경제적 허탈감, 사회적 소외감, 문화적 이질감 등은 탈북자들이 초기정착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본인이 알아서 적응해나가길 바라며 관망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어데 까지나 한계적이고 결국은 탈북자 개개인이 자립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신생아에 불과하다. 잡아 줄 수 있는 손이 필요하고 지켜봐 주 는 사랑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북자의 첫걸음마는 기초적인 교육과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것이 바로 정부이다.

문제는 심리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직업교육과 직업문제해결 역시 지자치 단체나 복지기관에 방치해두고 있으며 탈북자 중에서도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 층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외면 정책은 탈북자들의 부적응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북한 이탈주민의 범죄피해 실태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여기서 탈북자들의 사기피해율을 보면 21.5%로 나타났다.

탈북자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가 사기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한국사회 사기피해율의 43배에 달하는 수치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또한 말로만 고용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없어 탈북자들은 저임금과 구직난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 프로그램 연구’ 연구총서에 따르면 임금 수준도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 근로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탈북자가 65.4%로 이 가운데 50만원 미만도 25.7%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연 탈북자 정부정책이 이래도 되는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탈북자들이 마냥 정부지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이 땅에 터전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원 한다는 것, 그러한 자립능력은 정부의 의지가 관철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탈북자들을 받아들여 정착금 얼마 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양 수수방관하는 태도보다도 정부차원의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진심으로 탈북자들을 남이 아닌 한 형제로 대할 때 민족의 동질성은 서서히 회복될 것이고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은 그만큼 수월해 질것이 아닌가.

[탈북자 이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