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시월 어느 주일 날, 나는 학교에서 일직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시끌벅적하던 운동장에도 어느 덧 땅거미가 내려깔리면서 하나 둘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커다 란 건물에 정막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드디어 당직 교대시간 나는 같이 하던 다른 선생님에게 먼저 집으로 들어가시라고 한 후, 곧 올 것 같은 숙직 선생님을 현관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교무실 안에 있기 싫어서이다.

당직 교대시각이 18;00

보통은 교대시각 10분 전 쯤 와서 서로 인수인계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그날은 교대시각에서 10분이 지났는데도 당직 선생님이 올 기미가 없었다.

기다리기가 지루하기도 하고, 어두워져가는 교정에 혼자 우두커니 있으려니 무섭기도 하고....

그 때는 학교에 텔레비전도 없었고, 정보를 알 수 있는 매체라고는 전화기 한 대 밖에 없었는데, 전화도 없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늦어지는 숙직 선생님을 기다리느라, 아마 한 시간 정도 있었으리라. 나는 속으로

‘아니, 이러다가 숙직하게 생겼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겹도록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교문 앞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가까이 오는 것을 보니 숙직 선생님이 아니라 학교 청부 아저씨였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아니, 무슨 일이 있나요?”

“예, 울진 삼척지구에 무장공비가 나타서 지금 나라가 발칵 뒤집혔어요. 그래서 지금 젊은 남

들은 모두 예비군 비상소집령이 내려서 거기에 갔기에 제가 대신 왔습니다.”

“아니! 또?, 불과 며칠 지났다고, 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완전히 맛이 갔구먼.”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지면서 요란한 미군 헬기(프로펠러가 앞뒤로 두 개 달린 긴 헬기를 우리는 그 때 ‘누에’라고 불렀음) 소리가 나면서 삐라가 뿌려지고, 헬기에서 방송이 들려왔다.

“지금 쫓기고 있는 124부대 부대원들은 들어라. 나는 너희들과 같은 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올 해 초에 청와대를 까부시러 넘어왔다가 생포되어 자유를 택한 김 신조이다. 지금 너희들은 모 두 포위되어 독안에 든 쥐다. 더 이상 저항하지 말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이런 투항을 종용하는 김 신조의 생생한 목소리가 북한 사투리 그대로 계속 마이크를 통하여 바로 내 머리 위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늘엔 계속 조명탄이 터지고, 주변은 그것으로 인하여 숲 속에 기어 다니는 개미라도 보일 것 같은 대낮 같은 밤이다. 순간 머릿속에 잠시 혼란이 왔다.

‘지금이 밤인가, 낮인가?’

그 때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내 평생에 어디 가서 쏘아 올린 조명탄이란 것을 보았을 것이며, 그렇게 밝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 것 한 개 쏘아 올리는데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나는 그 때 알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라디오에서 시시각각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방송으로 들으면서 공산당들의 잔혹함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쫓기던 무장공비들이 산골 외딴집에 들어가서 가족을 죽이고, 북한 공산당을 찬양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그 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이 승복이라는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하자, 돌로 입을 찢어 죽인 끔직한 사건이 있었다.

그 일로 인하여, 산촌 외딴집에는 모두 대피령이 내렸고, 긴급 간첩신고 요령이 통반장을 통하여 주민들에게 전달 훈련됐다. 그 때 수상한 자 신고 암호가

“오징어 oo마리(사람 수) 사러 간다.” 이었다.

혼자서 파출소까지 오려면 위험하니까 릴레이식으로 하라는 신고요령 교육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뿔뿔이 흩어져 쫓기고 있던 공비들 때문에 강원도와 봉화군 전역에 입산금지령이 내렸고, 수상한 사람을 보면 신고하라는 방송대로, 산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그 당시 파출소장으로 근무하던 우리 친척 오빠는 두 명의 공비들과 육박전을 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으며, 양평에 있던 일개 사단이 봉화읍에 있는 강변에 진을 치고, 다음 해 여름까지 주둔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나는 목격한 산 증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온 나라 안은 흥분했었고, 더욱 더 반공정신으로 국민 모두가 똘똘 뭉쳐지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건이었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강원도 접경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이라는 오지에 근무하다보니 공비들이나, 간첩들의 흔적을 자주 경험한 편이다. 예를 들면, 반정부 선동 삐라라던가(초등학교 때, 산이나 외딴 곳에 뿌려진 것을 주워 다가 학교에 가져다주면 연필이나, 공책을 줌), 공비 출몰로 인하여 군부대의 이동모습이라던가, 초저녁 통행금지라던가,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조국애가 별난 것 같고, 반공정신이 철두철미하다. 그 후 공직에 있으면서 김대중씨가 정권을 잡으면서 국가 시책과, 교육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장학사들이 장학지도를 와서 하는 말이....

“선생님은 통일 교육을 어떻게 시킵니까?”

라고 질문하기에

학교 전체 계획을 맡고 있는 나로서 반공교육을 이렇게 계획하고 있노라 라고 했더니, 그 당시 장학사가 하는 말이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반공이라는 말로 적대감을 갖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는 남북이 서로 화회로 가는 방향으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무언가 모르게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끔직한 북한 도발 만행을 겪은 세대가 아직 멀쩡하게 살아서 있는데, 김 대중씨 시절, 교원정년퇴임 나이를 단축한 정책은 안보의식이 있는 6.25를 겪은 교원들을 내보낸 빈자리를 젊은 교원들로 채워 전교조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으며, 교육으로 인한 반공정신에 물 타기 작업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바른 국가관과, 안보의식에 대한 혼란을 가증시켰고, 국가 존립의 위기까지 몰고 가는 과오를 범했으며, 좌경정부로 인한 역사 왜곡의 오점을 남겼다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씨 시절 심심찮게 인터넷에서 접하는 내용으로는

반공 소년 이 승복의 이야기는 지어낸 소설이었으며, 김현희씨의 칼기폭파사건도 모두가 조작된 이야기라고 떠드는 것을 보면서, 역사란 국가의 지도자가 어떤 사상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하루 아침에 영웅이 역적이 되고, 역적이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보면서 잘못된 지도자로 인하여 국가와 국민은 엄청난 대가를 루어야 한다는 현실에 대하여 답답하고 안타가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증거를 여기에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김씨는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당시 손석춘 언노련 위원장 직대, 김대중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처남인 윤흥렬 서울신문 전무와 언개련 지원책을 협의한 경위를 밝혔다. 김씨는 손씨 소개로 윤 전무를 만나 협의해 서울신문이 미디어오늘에 통상 광고비보다 4배나 비싼 4000만 원짜리 광고를 싣기로 했고, 그중 2000만원을 김주언언개련추진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이 자금 중 일부가 '이승복 오보 전시회'에 쓰였다고 했다. 이 일로 젊은이들이 흥분하여 조선일보 불매운동까지 이르렀다.>

(조선 ** [사설] "1998년 '이승복 오보 전시회'는 DJ정권의 기획 작품")

하지만, 진리는 살아서 숨 쉬고 있으며, 진실은 진실을 추구하는 누군가에 의해서 기록되어 지고 있으므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있다.

2009년 12월9일, 우연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승복에대한 기사가 있기에 관심이 있어서 읽었더니 그날이 반공소년 이 승복군의 41회 추모제 날이어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그의 형의 가족과 그 당시 공비소탕에 함께 활동했던 군 지도층에 있던 분들이 해마다 운둔령에 있는 그의 묘소에 모여서 추모행사를 하는데, 특기할 사항은 그 날 그 장소에 초대되지 않은 손님이 한 분 와서 눈물로 제를 올리고 형에게 자기를 소개하기를, 그 당시 무장공비로 남하했다가 유일하게 생포되어 귀화한 김 풍인데, 이렇게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사죄하는 사진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엊그제 같은 데 벌써 41년이 흘렀다니, 정말 세월 무상을 느낀다.

결론을 짓자면, 1968년 그해는 별나게 북한에 의한 도발이 많았던 해로 기억한다.

1월 21일 생포된 김 신조 등 북한 특수공작원 31 명이 청와대 폭파를 목적으로 기습해서, 그 것을 막던 종로 경찰서장등 우리 측 군경과, 출근하던 버스를 덮쳐서 억울한 목숨들을 앗아갔고, 바로 그 이틀 후 우리 공해상에서 미군 정보艦(함) 프에블로호를, 북한이 자기 영해 침범이라고 억지를 써서 납치하는 등 북한의 만행이 도를 넘는 바람에, 그 동안 논란이 되어오던 250만 예비군 창설을 확정 지워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해 10월에, 이번엔 울진 삼척지구로 세 차례에 걸쳐 120 명이라는 가히 준 전쟁이라고 할 수준의 무장공비를 침투시켜서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을 쑥대밭을 만들었던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그해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의 분노는 불길 같이 일어나 사실 국민들은 점점 더 반공정신으로 무장해 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전 국민들을 반공정신으로 똘똘 뭉쳐지는 안보의식만을 더욱 고취시켜주는 좋은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렇듯 우리가 아무리 화회의 제스처를 써도 저들은 무감각으로 일관하며, 갈수록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건만, 우리는 왜 무장해제부터 하고, 거기다가 자동 안전장치인 한미연합사마저 해체하겠다고 백기를 들고 설치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이제는 적을 살펴서 후회 없는 안보태세를 갖추는 일에 적극 동참하는 민족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해 본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시편;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