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곧 영변 핵시설을 폐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북한의 한성렬 전 유엔 주재대사는 영국을 방문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성렬은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빠져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정상적인 국제금융체제에로의 진입을 희망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일방적인 6자회담 합의 이행은 없을 것이고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엄격히 고수하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먼저 받을 건 다 받아 챙기고 난 후에야 핵 폐기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도이다. 남한을 향해서는 ‘우리민족끼리’니까 ‘상호주의’로 이해득실을 너무 따지지 말고 무조건 갖다 바치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표명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민족끼리”니까 ‘상호주의’가 필요 없고 남과는 “행동대 행동”원칙을 고수한다는 현 북한정권의 민족 지상주의 노선을 놓고 과연 그들이 한민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의 서두에서‘민족 지상주의는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이념이다. 자기 민족의 우월함을 주장하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타 민족을 깎아내려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는 없다. 우리민족은 우수한데 다른 나라 때문에 망하고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의 비극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남 탓하기 전에 우리 잘못이 무엇인가를 자성할 때 우리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민족임을 자처하며 ‘까불면 핵폭탄으로 작살낼 거야!’ 라며 시도 때도 없이 민족에 대한 자해 공갈을 해대는 정신병자 김정일을 무조건 민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망상이다. 더구나 김정일은 6.25 당시 우리 민족을 피로 물들게 한 김일성의 독재 세습정권이 아닌가? 인구의 십 퍼센트가 상한 민족상잔의 한반도에서 ‘우리민족끼리’니까 무조건 합쳐져야 한다는 발상은 폭력성이 짙은 정신병자를 집안에 둔 것처럼 위험하기 그지없다. 물론 우리끼리 합치는 것은 언젠가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목표이지만, 김정일과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도 5일 상호주의 원칙의 대폭 완화 등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 전 총재는 하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와 관련, "상호주의 포기는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상호주의를 도외시하고 일방적 대북지원을 한 결과,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왔느냐"고 주장했다. 100년 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 위정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던가 생각하면 우리는 분노하게 되고 과거의 강대국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왜소해졌는지 생각해보면 세계 12대 경제대국이 된 현 시점에 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하는 것은 공연한 기우가 결코 아니다. 핵을 가진 김정일과 공조하는 것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 미국이 경제적 고립정책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경우, 자체 시장이 없는 우리가 몰락하는 것은 현재 북한상황으로 충분히 예견된다. 중국 경제가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 대하여 극단적인 대립정책을 쓸 상황도 아니다. 이 점에서는 소련도 마찬가지이다. 서 유럽과 일본의 지지를 받으며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미국의 본심을 정면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자국의 경제를 포기하겠다는 각오 없이는 가능하지도 않고, 북한이 그 정도로 매력적이지도 못하다. 인권을 무시한 독재세습정권의 만행은 세계가 한목소리로 지탄할 수 있는 대의명분이다. 현대에도 세습이 인정되는 왕권국가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국가들도 대부분의 정치권력은 국민들에게 이양되어 있다. 절대 왕정은 이미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모택동 사후의 중국이나 공산주의가 무너진 소련에서도 정부 정책은 집단지도체제에서 결정되고, 그 정책들은 인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 현실이다. 김정일 정권은 인민이 헐벗고 굶주리는데도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사치와 방종을 일삼으며 군사력 강화에만 총력을 기르고 있다는 비도덕성을 아킬레스건으로 가지고 있다. 이런 비도덕적인 북한정권에 민족을 운운하며 아무리 퍼주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김정일 독재집단은 “우리민족끼리”의 이름으로 제공 된 모든 지원 품을 독재체제유지와 자신들의 사치와 향락을 유지하는데 전용하고 있다. 수백만의 한 민족이 굶어죽으며 부르짖는 피의 절규를 외면한 채 개혁, 개방을 거부하고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제작에만 열을 올리는 김정일은 결코 우리민족이 아니다. “왕의 부엌에는 고기가 차고 넘치고 마구간에는 살찐 짐승들이 즐비한데도 백성들의 얼굴에는 주린 빛이 가득하고 들판에는 송장이 널려있다면 ,이는 백성을 먹여야 할 짐승을 몰고 와 백성을 잡아먹는 것과 같다."고 한 옛 성인의 지적은 오늘의 북한의 사정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김정일의 독재정치는 이미 민의를 내버린 패도정치로서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에 기초한 폭압정치이다. 인의를 저버린 폭군 김정일을 내치지 않고서는 북한사회의 변화를 기대 할 수 없다. 따라서 백성을 협박하고 포악한 짓을 일삼는 김정일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민족지상의 과제이다. 은둔왕국의 무법자에게 무슨 민족이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철저한 “상호주의”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김정일 정권의 핵 야망을 분쇄해야 한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