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에 탈북한 북한 공군대위 출신의 탈북자인 박명호씨는 같은 부대 조종사로부터 라디오를 구입해 1992년부터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13년 동안 몰래 방송을 들었는데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면서 북한을 탈출해야겠다는 용기도 라디오 방송으로부터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웅산 폭파사건, KAL기 폭파사건의 진상을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됐으며 전파는 KBS라디오 방송이 가장 잘 잡혔다고 했다. 박씨는 ‘남북의 비화’같은 프로그램이 참 좋았다며 신상옥, 최은희 부부의 증언도 충격적 이였다고 라디오를 듣고 느낀 소감을 밝혔다.
 
 또한 박명호씨는 라디오를 통해 남한에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법률’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북한의 내부정보도 라디오를 통해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라디오를 혼자 듣다가 나중에는 가족과 함께 들으며 북한을 탈출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박씨는 라디오를 함께 듣던 아버지와 방송내용을 놓고 많은 토론을 벌렸는데 특히 동국대 강정구라는 사람의 6.25전쟁관, 한나라당과 열린 당의 공방, 각종 선거, 광주에서 열렸던 인권대회 등의 문제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전했다.
 
 당시 박씨와 토론을 벌리던 아버지는 “야, 남조선 아(애)들이 북한을 손금 보듯 본다. 탈북자들이 많으니까 이곳 사정을 다 알고 있어. 그런데 청와대나 여당은 잘 모르는 것 같아. 6.25전쟁을 통일전쟁이라니? 민주인사가 정권을 잡았으니 남한정권은 좌익정권이 맞는 것 같구만. 우리가 말하는 대로 조만간 통일이 되긴 되겠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씨는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탈출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마지막에 포기해 함께 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라디오 방송의 내용이 달라졌다. 2000년 이후 KBS방송에서 들을 게 하나도 없어졌어요. 김정일 정권을 옹호하는 듯 하고,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못 산다는 내용이 나오다 보니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일반 노동자, 농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돌아요. 남한정부가 북송시킨다는 것 이죠”라고 북한주민들이 갖고 있는 남한정부에 대한 불신을 터놓았다.
 
 박명호씨는 북한의 노동당이 해상에서 조난 되여 남한에 구조된 어부들이 귀환한 사건을 두고 북송되였다고 선전하며 겁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씨는 몇 년전부터 북한으로 들어오는 삐라(전단)가 북한주민들에게는 그 안에서 각종생활용품을 주워 쓰는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됐는데 없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