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이행에 따르는 6자회담 참여국들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재개를 예상하고 곧 살길이 열린다고 선전해온 북한당국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애초 6월달에서 10월달로, 또 내년부터 배급을 준다고 거짓말을 거듭하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소식통은 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식량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외부로 부터의 지원이 이루어 지지 않는 한 얼마를 더 버티지 못할것이라면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을수도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문: 요즘 식량사정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들었다.

답: 이대로 더 가다가는 얼마를 더 버텨내지 못할 것 같다. 노동자들은 물론 농민들도 분배 받은 식량이 다 바닥이 났다. 농촌지원자들에게 밥을 제대로 먹이지 못해 보리가 채 익기 전부터 베어 보리밥이나 죽을 해 먹였다.

많은 사람들이 감자철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지만 양강도 대홍단군을 제외하고는 감자가 주 농산물이 아니다 보니 면적이 제한돼 있고 수확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막을 가던 사람이 물을 발견하고 잠시 목을 추기는 정도밖에 안 된다.

문: 배급은 전혀 안 주나?

답: 중요 공장기업소나 채취공업부문에서 한달에 일주일에서 많을 때는 보름정도 주지만 일반 기업소는 꿈도 꾸지 못한다.

문: 공장기업소는 돌아가나?

답: 거의가 문을 닫았다. 함흥시의 경우 용성기계연합기업소,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제련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등 중요공장기업소들이 다 가동을 멈추었고 김책에 있는 성진제강연합기업소, 청진시의 경우 청진화력발전소를 제외하고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청진제강소, 청진조선소도 돌아가지 않는다. 배급을 제대로 주지 않으니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보위대가 무장보초를 서는 군수직장을 제외하고는 설비를 훔쳐가서 페허나 다름없이 됐다.

철도의 경우 가동율이 20%밖에 안 된다. 전기기관차가 8축기관차와 6축기관차로 돼 있는데 전기가 부족하고 부품을 교체하지 못해서 전동기가 절반만 돌아가기 때문에 차량을 많이 달면 움직이지 못한다.

문: 주민들의 동향은?
답: 계층에 따라 차이가 난다. 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체면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외부소식을 잘 알고 있고 공화국이 처한 내외 상황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절대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잃을것도 없고 더 물서설 자리가 없는 백성들은 이제 내 놓고 불만을 표시한다.특히 나이가 많고 젊어서 공부를 좀 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공화국이 오래가지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제시대보다 더하다. 그때는 그래도 일만하면 굶어죽는 사람은 없었다.

백성들을 다 굶겨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고 하면서 간부들을 빗대고 지도자를 우회적으로 욕한다. 일전에 청진시에서는 전쟁공로자인 한 아바이가 ‘가난은 나라의 큰 병이다. 현명한 군주라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게 아닌가? 내가 수령을 해도 이보다는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가 주변사람들의 신고로 보위부에 의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밤새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문: 요즘 꽃제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답: 2.000년대 들어 줄어들었던 꽃제비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직장에 출근해야 배급 이나 월급도 없고 또 장사밑천도 없는 가정들이 흩어지고 부모들이 애들을 데리고 있어 야 먹여 살릴 방법이 없으니 어디가서 훔쳐먹던 빌어먹던 죽지말고 살라고 거리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고 가산을 다 팔아먹고 마지막 남은 집까지 팔고 거리에 나 앉은 가족 꽃제비들도 생겨나고 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난 애들이 불쌍하다. 학교에도 못가고 먹지 못해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애들이 부지 기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그때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문: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답: 개혁ㆍ개방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중국같은 대국이 개방을 해도 끄떡 없는데 우리처럼 영토나 인구가 작고 또 남조선이 잘살고 있고 중국처럼 우호적인 나라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핵문제도 그렇다.

당에서 선전하는 것 처럼 미국은 침략자이고 철천지 원수이기 때문에 핵을 페기하라고 요구한다 치자. 그렇다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남조선이나 중국같은 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하나,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근거가 아니겠는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고 개혁ㆍ개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최 광혁 기자: bmw0000@hanma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