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루하루 가슴을 조이며 살아가던 약 2개월 후 어느날 아침 출근직전에 담당보안원과 분주소장이 집에 들이 닥쳤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처가 없는 관계로 집에와서 애들을 돌보고 계시는 어머니와 어린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정식 체포된 나는 두명의 호송인원들에게 떠밀려 20여리 상거한 군안전부 예심과에 갔다. 내막을 잘 모르고 통곡하시는 어머니와 서슬퍼런 보안원들 앞에서 새가슴을 부둥켜 안고 바둥바둥 떨던 어린 세 자식의 처참한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조선에는 매 시, 군에 “안전위원회”라는 것이 있는데 군당책임비서를 위원장으로 하고 군 보안부장, 보위부장, 검찰소장, 재판소장, 군당조직비서, 군당행정부장 등 10여명을 망라한 안전위원회에서 법적처벌여부와 처벌수위를 결정한다고 한다.

내 사건도 안전위원회에 “사건제기”되여 결정하는 시간이 2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일단 안전위원회에 “사건제기”되여 사건을 심의하고 책임비서가 싸인하면 그것이 곧 법이라고 한다. 예심과에 도착하니 권초을 찬 20대 초반의 세명의 계호원이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는 나를 향해 “야 이씹장물 같은 새끼야! 대가리 숙이고 옷 벗어!”라는 불호령과 함께 땅바닥에 무릎을 끓어 앉히고 난로에 때는 장작개비로 뒤통수를 호되게 내리쳤다.

그들은 반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체면이고 뭐고 집어던진 내 속옷가지 전부 벗기고 허리벨트와 단추를 다 뜯어낸 옷을 입으라고 던져준 다음 간단한 감방규칙을 설명해 주고 나서 썰렁한 냉기가 풍기는 감방안에 엉덩이를 걷어차서 밀어 넣었다.

군보안서 구류장은 3평정도 되는 감방이 네 개 정도 있었는데 감방안은 삼면이 세멘트로 막혀있고 앞면은 굵은 쇠창살로 막혀 있으며 한쪽 구석에 허리높이 정도로 막힌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사람이 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감방 뒷벽에 있는 너비 40센치, 높이 60센치 정도 되는 철문밖에 없다. 내 자리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맨뒤 화장실 옆이였다.

어둑시근한 감방안에는 10여명의 수감자들이 올방자를 틀고 정면을 향해 세줄로 나란히 앉아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눈알만 돌려 일제히 나를 흘겨본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가 들어왔다. 식사라고 해야 통강냉이를 껍질채로 뽛아서 콩을 섞어 만든 잡곡밥이었는데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처럼 딱딱하고 거친 서너 숫가락 정도 될가 말가한 아주 적은 량이였고 시커먼 시래기가 몇오리 떠다니는 소금국이 전부였다.

숙가락은 전부 손잡이가 절반밖에 없는 부러진 숟가락이다. 아마 죄수들이 흉기로 사용할가봐 일부러 끊어서 쓰는 것 같았다. 계호원이나 감방안의 잡일을 하는 수감자가 밥통과 국통을 들고 들어오면 “식사”하고 소리치고 죄수들이 두 줄로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 정면쇠살창 아래에 뚫린 높이 15센치, 폭 20센치정도 되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밥을 받아가지고 먼저 살을 에이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뜨거운 국을 입안이 다 데면서 정신없이 마셔버리고 나서 밥은 콩알만한 강냉이알 하나하나를 세어가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는다.

식사가 끝나서 다시 자리에 앉자 몇분 안돼서 계호원이 가위와 이발기를 가지고 와서 들어와 감방안에 밀어 넣으면서 “오늘 들어온 새끼 대가리 탁구알 쳐라!”라고 호령하자 수감자들 중 한 사람이 다가와 내 머리칼을 가위로 썩둑썩둑 깍아내고 이발기로 깨끗이 밀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끝내 교화소행이 결정된 것이다. 보안서 구류장 안에는 조사를 받고 풀려날 사람, 집결소에 갈사람, 강제 노동대에 갈사람, 보위부에 갈사람, 교화소에 갈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는데 구류장에 갇히면서도 자신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나처럼 머리를 깍게 돼서야 결과를 알게 된다.

교화소행이 결정되면 그 시점부터는 당원이 경우 자동적으로 출당이 되는 것은 물론 공민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물건 취급을 받는다. 교화자들 뿐만 아니라 감방안의 모든 수감자들은 수감되는 순간부터 부모가 지어주는 이름이 아닌 몇호감방 몇 번으로 불리운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대부분이 절도죄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누구는 개인집을 텅다가 잡혀서 들어오고, 누구는 배급소를, 누구는 공장자재를, 누구는 탈곡장을 털다가 잡히고 아무튼 거의가 훔친 물건과 식량을 바꾸어 먹다가 잡혀왔다. 나처럼 밭에서 양곡을 훔쳐 먹다가 잡혀온 사람이 제일 많았다.

감옥에서 쓰는 용어가 참 흥미롭다. 노동교화소는 “빵”, 노동교양소는 “와이” 강제노동단련대는 “꼬빠크”라고부른다. 일단 구류장에 들어오면 그가 누구든 죄수가 아닌 모든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용변을 볼때에는 큰 소리로 “선생님” 0호 감방 0호 변(대,소)을 볼 수 있습니까?“라고 묻고 계호원이 보라고 승인해야 일을 볼수 있다.

좀 성격이 급하거나 못된 계호원이 근무서는 시간에는 잘 허락을 하지 않아서 바지에 용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환풍이 전혀 안되는 감방안에서 용변을 보면 그 냄새가 감방안을 진동한다.

감방안에서도 감옥생활에 경험이 있는 재범자들이 “왕”노릇을 한다. 나처럼 처음 감옥에 들어간 사람은 당연히 졸개 취급을 받고 몰리기가 일수다. 재범자들은 영양실조에도 잘 걸리지 않는 것 같다. 수감자들 가운데 자살이나 몸에 병을 만들어 병보석을 노리는 사람들이 가끔 생기는데 그들은 교화생들이 머리를 깍을 때 그것을 감추어 두었다가 삼키거나 어디에서 어떻게 얻어내는지 못이나 유리조각을 삼키기도 한다.

내가 있던 감방에서도 한 청년이 못을 삼킨적이 있는데 모두가 잠자리에 든지 한시간 정도 지났을 을때 배를 그러안고 딩굴면서 죽는다고 소리를 쳤다. 그 소리를 들은 계호원들이 감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죽는다고 딩구는 사람을 몽둥이와 구두발로 개패듯이 두들겨 패고 질질 끌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4일 후에 다시 배를 그러안고 감방에 들어온 그에게서 들으니 마취제도 없이 배를 가르고 위에 박힌 못을 꺼낸 다음 꿰맸다고 한다.

이미 예심이 끝나고 항소기일만 남아있던 그는 4일 후 피고름이 흐르는 수술자리가 아물기도 전에 교화소에 끌려갔는데 나중에 내가 교화소에 가서 들은 얘기지만 교화소에 가서도 수술자리가 아물지 않고 장에까지 염증이 퍼져 그로부터 한달 후 끝내 죽었다. (계속)

탈북자 이영철

출처 : http://www.free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