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 방송위원은 31일 송출된 <이동복의 통일대화>를 통해 북한 최근 식량난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대량아사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남한 정부, 중국, 그리고 각종 국제 인권 단체의 대대적인 식량지원에도 불구,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이것은 독재자 김정일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누리고 있는 부정과 부패, 사치와 호사 뿐 아니라 김일성과 김정일 신격화, 그리고 ‘선군정치’ 출범 이후 군부 실세들에게 하사하는 특권과 특혜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위원은 마지막으로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집단농 체제를 개인농 체제로 전환하는 것뿐이지만 이것을 해 낼 사람은 김정일도, 북한의 권력층도 아닌 바로 북한 동포들이라고 강조했다.

임소정 기자 imsowow@naver.com

[다음은 송출된 대북방송]

북한 땅에서 다시 아사자가 발생한다는 소식에 대하여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에서 보내 드리는 이동복의 통일대화 시간입니다. <좋은 벗들>이라는 불교 단체가 펴내고 있는 <북한 소식지> 제81회가 북한 땅에서 금년에 드디어 굶어 죽는 동포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인 북한 동포들의 입장에서는 더 말한 나위가 없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마는 지난 1990년대 중반에 북한 땅에서 무려 3백 만 명이 넘는 동포들이 굶어서 죽었다는 소식은 남한 동포들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경과한 지금 북한 땅에서 또 다시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충격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벗들>의 <북한 소식지> 81호는 7월18일자로 발행된 것입니다. 문제의 <북한 소식지>는 북한의 최근 식량 사정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부터 북한 전역의 도, 시, 군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함경남북도의 시, 군에서는 하루가 지날수록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들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함경남북도의 경우에는 시, 군마다 하루 평균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굶어서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40세에서 65세 사이의 사람들이 많이 사망하고 있는 데 하룻밤 자고 나면 뉘 집 아버지가 사망했다, 뉘 집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매일처럼 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망자 수가 10여일 째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시당이나 군당에서는 의료일군들을 동원하여 사망 원인을 밝히려 애쓰고 있다고 <북한 소식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접적 사망 원인은 사람 별로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먹지 못해 영양실조와 그 합병증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합니다. 아직 대량 아사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당국이나 주민이나 모두 쌀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일이라도 집단 아사 사태가 시작되지 않나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이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남한 정부는 북한에 쌀을 다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금년 중에 남한이 북한에 보내 줄 쌀은 모두 40만 톤입니다. 만약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남에서 보내주는 쌀을 북한 동포들을 위하여 쓰기만 한다면 남에서 공급하는 쌀만 가지고도 북한 동포들이 최악의 집단 아사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왜냐 하면 금년에 남한에서 북으로 보내는 쌀 40만 톤이면 북한 동포들이 40일간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 동포들을 위하여 외부 세계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양식은 남한 정부가 보내는 40만 톤이 전부가 아닙니다. 북한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맹국인 중국도 매년 거의 100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식량기구를 비롯하여 국제 인권단체들도 북한에 식량을 공급하고 있고 특히 교회들을 중심으로 남한에서도 적지 않은 식량이 추가적으로 북한에 지원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북한 당국이 마치 북한을 해코지하는 악마처럼 북한 동포들에게 증오심을 심어주고 있는 미국에서도 그 동안 200만 톤 이상의 양곡이 북한에 지원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또 다시 굶어 죽는 동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어째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이제는 북한 동포들도 어째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어째서 외부 세계로부터의 이 같은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요. 어째서 북한 땅에서는 걸핏하면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이고 어째서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되면 처형되거나 수용소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는 데도 정든 고향과 가족들을 떠나 낯선 중국 땅을 전전하면서 유리걸식하는 탈북 동포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인가요.

그런데, 지금 북한으로부터는 또 다시 굶어 죽는 동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독재자 김정일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서 북한의 독재정권을 지탱시켜 주고 있는 김정일의 심복 부하들이 누리고 있는 부정과 부패, 그리고 사치와 호사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동포들과 달리 북한에서도 일부 특수 계층은 큰돈을 만지면서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로 김정일의 가족과 친ㆍ인척, 그리고 노동당 고위간부들과 인민군·보위부·대남사업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기본 생활은 국가 배급으로 충당하면서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금·마약·송이버섯·골동품·중고자동차 등 큰돈이 오가는 장사의 뒤를 봐주거나 외국에서 들어오는 구호 물품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파는 일을 눈감아 주고 그 대가로 ‘검은 돈’을 받아서 챙기는 것입니다. 평양의 상류층에서는 노후 준비를 위해 ‘10만 달러 모으기’가 유행하기도 한다고 고위층 출신 탈북자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한 탈북자는 “북한의 특수층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롤렉스 시계를 차며, 코냑을 마시고 특별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긴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민들 사이에서 툭 하면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무도 납득하기 어려운 미치광이 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죽는 인민들은 아랑곳함이 없이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이어진 두 독재자들을 신격화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쓰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이 죽자 3백 만 명의 동포들이 굶어 죽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1995년 그가 생전에 집무소로 사용했던 금수산 의사당을 그의 시신 궁전으로 개축하는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이 물경 8억9천만 달러였습니다. 이 돈은 당시의 국제가격에 의한다면 6백만 톤의 강냉이를 수입하여 2천3백만 북한 동포들의 식량 문제를 3년간 해결할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

전문가들의 집계에 의하면, 북한은 죽은 아버지 독재자 김일성과 그의 세습 후계자인 김정일의 신격화를 위해 국가예산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부자 독재자의 신격화를 위해 쓰이는 예산은 주로 학교와 전국 3만개의 김일성 동상, 체육축전, 영화 제작 및 저서, 4만개의 연구소 지원, 역사유적지, 서커스 극장, 바위 조각 등의 우상화 행사에 쓰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이 두 부자 독재자의 신격화에 쓰이는 예산이 1990년대에는 전체 예산의 19%였으나 2004년에는 그 두 배인 38.5%로 증가했고 그 뒤에는 더욱 늘어나 40%대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북한은 1995년 소위 ‘선군정치’를 출범시킨 이후 군부 실세들에게 오히려 일반 당 간부를 능가하는 특권과 특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평양시 대동강 구역의 ‘은덕촌’에는 군단장 급 이상의 군부 실세들이 사는 대지 300평 규모의 방 12개짜리 저택들이 여러 채 있다고 합니다. 이들 군부 실세들은 외국산 고급 술과 열대 과일, 산삼·녹용 등을 해마다 김정일로부터 하사받는다고 합니다. 군단장급 이상 간부들은 김정일 친인척들을 진료하는 봉화진료소에서 한 명당 간호사 2명이 배속된 가운데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 김정일로부터 벤츠-500 승용차를 선물로 받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대량 아사하던 1999년에는 벤츠 지프를 추가로 받았다고도 합니다. 이들에게는 전투용 차량도 공급되어서 모두 4대의 차량을 각기 운행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군단장 급 고위 장성들에게 그가 군 최고사령관으로 취임하던 날인 1991년12월24일에는 은(銀)권총을, 국방위원장이 된 날인 1993년 4월9일에는 금(金)권총을, 국방위원장 취임 10주년인 2003년에는 손잡이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권총을 하사했다고 합니다.

이때 군부의 핵심 실세들에게는 금으로 틀을 만든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도 특별선물로 제공했다고 하지요. 황해북도 인산군과 화해남도의 창림도를 비롯하여 북한 곳곳에는 김정일 전용의 전용 사냥터가 있어서 군 고위층과 돌아가면서 사냥을 즐기기도 하고 있습니다. 황해북도 인산군과 황해남도 해안의 창림도(섬)에는 김 위원장 전용 사냥터가 있어서 군 고위층들이 해마다 찾아와 사냥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권력층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호사와 사치가 이 정도에 이르렀다면 북한이 자력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여 기근과 아사를 방지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주간지 <타임>지의 보도에 의하면 심지어 노동당 39호실을 근거로 갖가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북한의 권력층 가운데서는 자기들이 보유한 자금을 골드만삭스라던가 스위스 국제투자은행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기관에 맡겨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 정도인 것입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북한의 식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중국에서 그렇게 하여 성공한 것처럼 농지를 농민에게 주어서 자기 책임 하에 농사를 짓고 그 수확이 농민의 차지가 되게 함으로써 농민의 증산 의욕을 북돋아 주어서 식량을 증산하게 하는 방법밖에 달리 없습니다. 북한농업과학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91년 탈북하여 월남한 이민복 씨가 북한에 있을 때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북한의 농업을 집단농으로부터 개인농으로 바꾸면 수확이 5배로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부패한 자본가들을 본받아서 부정과 부패를 즐기고 있는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의 권력층은 결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일을 해 낼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북한 동포들뿐입니다. 김정일 정권이 개과천선한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이 개과천선할 것을 거부할 때는 북한 동포 여러분이 스스로의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다시는 굶어 죽는 사람에 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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