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7개의 보위부 감방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었다.

기분은 날아갈 듯 기뻤다. 집으로 와서 그 동안의 긴장을 가라앉히고 따스한 아랫목에 누웠는데 숨을 쉴 수 가 없었다.

마치 무거운 돌이 나의 몸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아 숨을 쉴 수가 없어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엄마! 나 숨이 안 나와!>하며 가까스로 엄마를 부르며 소리를 쳤다.

어머니는 늘 나의 머리맡에 앉아계셨다. 나와 함께 숨을 쉬면서 동시 호흡을 유도했고 달아 오른 나의 얼굴과 몸을 밤새수건으로 문질러 주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막혀 온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증오하게 되었고, 또 사랑하게 되었고 인생의 새 길을 찾아 다시금 고향을 떠나게 됐다.

그해 여름 나는 혜산에서 평양까지 소금 장사를 하다가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간리집결소에 붙잡혀 1달 동안 또다시 개 취급을 당하면서 간신히 견뎌냈다.

집결소 안은 3층의 건물이었는데 창문에는 쇠살창으로 도망 못 가게 감방처럼 하고 담장은 전기선으로 되었고, 경비들도 총을 메고 있었다.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까지 갇혀 살아야 하는 북한 땅, 지금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세상 사람들은 그 북한의 여행증이란 것을 알기나 할까, 하고 생각해보곤 한다. 자기 나라 안에서, 그것도 미국이나 러시아나 중국처럼 큰 땅이면 말도 안한다.

작고도 작은 북한 땅에서, 제 나라에 살면서도 마음대로 움직일수 없다는 것이, 친척집에 가려 해도, 부모님이 사망 되어도, 여행증이 없어서 장례를 치룬 후에야 가 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그런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파란 죄수복을 입고 매일 아침 일을 했다. 집결소 직원들이 밭김도 매고 똥통을 퍼 나르기도 하고, 집결소 뒤에 흐르는 강에서 사금도 캐군 했다.

세 명이 한조였고, 물속에서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하는 일이였다. 한명이 모래를 나무 판위에 부우면 다른 한명은 물을 두 번 떠서 부어버리고, 그 작업을 하루 종일 하다가 나중에 한사람은 쌀을 일듯이 돌을 추려 사금을 얻군 했다.

하루는 너무 배가 고파 지도원들이 못 보는 동안 김매던 양배추 밭에서 양배추를 뿌리 채 뽑아들고 정신없이 씹어 먹었다. 운이 나빴는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안들키는데 나만 들켜 버렸다. 반장이란 자가 “똥 벌칙”을 주었다.

똥 벌칙이란 똥을 몸에 끼얹는 벌이다. 정말 끔찍하고, 냄새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했다. 구역질이 나고 금방 먹은 양배추가 통째로 입으로 쏟아졌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다고 저녁에 주는 콩밥을 먹어야 했는데, 손에서 까지 똥냄새가 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먹었다. 먹으면 또 올라오군 했지만 살기위해 나는 콩밥을 먹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몸에서 그 소름끼치는 냄새가 사라진듯 싶었다.

한달 후, 집결수 문을 나서 다시 고향으로 갔다. 당시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큰 잘못이 없다고 인정된 사람들은 고향으로 보내주었었다. 고향으로 간 나는 곧바로 공민증을 탔고 선거에도 참가했었다.

반기는 부모님들에겐 집결소에 갇혔었던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장사를 하며 잘 먹고 잘 살다 온 것처럼 말씀드렸다. 그러던 차에 또 일이 터졌다. 우리 쪽 안전부에서 내가 그동안 없어졌다고, 또 중국 갔다 온 것이라고 잡으려 왔던 것이다.

붙잡히고 말았다. 억울했지만 또다시 철창 속에 갇힌 신세가 됐다. 억울하게 갇혔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에게만 이유 없이 밥을 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죽이든, 밥이든 감옥 안으로 넣어 주시느라 죽을 고생을 하셨다.

지금이라면 몰라도 그때의 내가 왜 그렇게 살고 싶어 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하루는 철창 속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데 철창너머로 나를 가만히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 눈을 떠 보니 계호원 곁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는 5원짜리 밀가루 빵 두 개가 있었고 계호원의 손에는 30원짜리 여과담배 두 갑 이 쥐어져 있었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 졌다. <아버지! 왜 그렇게 힘든 걸음을 하나요?> 그러자 아버지가 <시계수리하고 받은 돈 20원 가지고 10원으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10원으로 빵 두 개를 사서 너 주려고 갖고 왔다>고 하시는데 정말이지 엉엉 소리치며 울고 싶었다.

꼭 살아남으라고 힘을 주는 아버지의 모습인 듯싶었다. 그렇게 거의 한 달가량 잡혀있었고 이후 노동단련대 3개월 판정을 받은 나는 노동단련대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침도 못 먹은 채 새벽 5시부터 걸어서 출발 했다. 단련대로 가는 길은 왜 그리도 멀어보이던지... 3시간을 내내 걸어서 단련대 본 청사에 도착했다.

단련대에서는 사상교육을 시킨다고 매일 아침 대렬을 맞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시내를 돌아다니게 했다.

얼마후 나는 단련대 화목장에 배치되었다. 그곳에서의 일이 너무나 힘들어 죽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었다. 아닌게 아니라 매일 철길원목을 산에서 나르는데 깔려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였고 어떤 사람들은 3개월 판정받으면 죽어서 나온다고 비웃기도 했다.

누구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곳이었다. 보위부 감방생활과 집결소 생활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녀 모두 합쳐서 백 명 정도 있었는데 진흙으로 지은 집에 수용되어 있었다.

방은 총 4칸, 첫 번째 칸은 주방이었고, 두 번째 칸은 식당 겸 남자들이 자는 방, 세 번째 방은 여자들의 방, 네 번째 방은 우리를 관리하는 지도원들의 방이었다.

잠자는 두 방의 바닥은 흙으로 된 구조였다. 조금만 움직이면 흙먼지가 날렸고, 밖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바닥이 온통 진흙투성이로 변하군 했다.

속옷을 갈아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었다. 나무로 만든 식탁을 쭉 붙이고 밥을 먹는데, 밥이라는 것이 달맞이 (북한주민들이 식용으로 사용하는)풀 한줌에 달맞이 국을 끓여주거나 돼지도 먹기 싫어하는 세투리(풀의 이름)를 끓여서 한줌씩 놓아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감방이나 집결소는 그래도 옥수수나 콩을 먹였는데 단련대에서는 알곡자체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달맞이풀이나 세투리는 단련대생들 중 환자 한명이 전문적으로 뜯어오는데 그도 하루에 8자루씩 뜯어오느라 죽을 고생을 하군 했다.

그나마 약간씩 배급되는 알곡을 지도원들이란 자들이 모두 집으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는 썩 후에 들은 이야기다. 그리고 단련대에서 관리하는 부업지도 있는데 지은 알곡을 통째로 지도원이란 작자들이 실어간다는 이야기도 썩 후에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금도 귀했다. 사람이 소금을 못 먹으면 속에 털이 나는 것 같다는 것을 그때에 알게 됐다. 그냥 세투리 한줌과 세투리로 된 싱거운 물로 식사가 끝이었고, 그것마저 하루정량을 못하면 주지 않아서 쓰라림으로 빈속을 달래군 했다.

일감도 꼭, 힘들어 죽지 않을 만큼의 양을 준다. 쓴 물도 빼지 않은 까만 풀과 국물을 먹는 우리들의 힘은 한정되어 있었다. 누구나 말 할 기운조차도 없었고, 모두의 입술과 이발는 풀색으로 물들어져 갔다.

거울 한번 들여 다 볼 수 없는 상황에 다른 사람의 입술과 이를 보면서 나의 이발과 입술도 풀색이겠지, 하고 생각하군 했었다. 모두들 사람이 아닌 짐승이었다.

통나무를 나르느라 다 낡아버리고 찢어진 옷, 모두의 어깨는 헐어서 피가 뱄고, 딱지가 앉아있었다. 나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어깨가 벗어지고 곪아터지고...피는 매일처럼 흐르고 흘렀다. 저녁이 되면 쓰라린 어깨와 상처 난 다리를 만지며 고된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이 되면 곪음과 피가 어깨의 옷에 굳어져버린 곳에 또 통나무를 지고 날라야만 했다.

딱지가 밀리면서 아픔은 더 큰 아픔이 되었지만 이였지만 그날 과제를 해야 했기에 통나무를 나를 때나 가지러 갈 때나 항상 뛰어야만 했다.

반장이란 자와 조장이란 자는 내가 일을 못한다고 내뒤만 따라다니며 정신없이 회초리를 휘두르곤 했다. 매도 아팠지만, 나보다 더 큰 통나무를 나르는 것이 나에겐 더 벅찬 일이었다.

마음은 정말이지 앞으로 뛰고 싶었지만 위에서 어깨를 짓누르는 통나무의 무게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다리만 허우적일 뿐 나가지 않는 몸, 그 위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조장이란 자의 회초리... 큰 힘이 실리면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에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목재를 실으러 차가 오는 날이면 그때는 정말 죽는 날이었다. 사람들의 힘으로 키만 한 높이의 적재함에 통나무를 실어야 하는데 그때는 정말 무시무시한 순간들이 우리를 위협하군 했다. 저마다 밑에서 나무를 올리는 일만큼은 피하려 했다.

위에서 자칫 실수 하면 죽지 않으면 병신 되기 쉬운 환경이었다. 다행이랄까, 늘 힘이 없다고 얻어맞던 나는 그때마다 위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당하고 말았다. 내 팔자에 행운이란 당치도 않는 소리인 듯싶었다.

그날도 적재함위에서 나무를 받고 있었는데 곁에 쌓아두었던 통나무들이 밀리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내 손이 끼우고 말았다. 피하느라고 했지만 끼었던 손등을 간신히 뽑아내자 피부가 벗겨진 사이로 하얀 뼈가 보이는 것이었다.

병원은커녕 일터를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배려랍시고 일은 시키지 않았지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부여잡고 엉엉 울면서 남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었다.

목재를 나르는 일보다 더 고된 일도 있었다. 목재를 실어 나르는 차길을 닦는 일이었는데 돌을 나르고 모래주머니를 나르는 일도 너무나 고된 노동이었다.

조별로 구간을 맡겨 주고, 돌과 모래를 나르게 하는데 하루종일 뛰면서 날라도 자리가 나지 않았다. 시간을 연장하거나 밤샘작업을 시키면 꾸벅 꾸벅 졸면서 짐을 나르군 했다. 자면서도 일 할 수 있다는 신기한 사실을 몸으로 깨닫던 순간이었다.

한길도 넘는 냇가에 길을 내는 일은 중노동 중에 중노동이었다. 집채만한 돌을 놓지 않으면 물에 흘러내려 일자리를 낼 수 없었다. 자칫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미끄러 넘어져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는 연속으로 터졌다.

일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화장실도 제때에 보내주지 않아 여자고 남자고 물에 선채로 소변을 보곤 했다. 바지를 입은 채 용변을 본 후 흐르는 물에 앉아서 손으로 바지를 문지르군 했다.

정말 힘이 들었다. 일이 힘들다 보니 언제 더럽다는 생각을 해볼 여유가 없었다. 배고픔에 시달렸고 매에 시달렸고 졸음에 시달렸으며 노역에 시달렸다.

언제 얼굴을 들여다 볼 여유도 없었다. 3개월 동안 한 번도 감아보지 못한 머리, 한 달에 한번 정도 속옷을 입은 채로 목욕을 할 수 있었던 그 나날들...

왜?

무엇 때문에?

꼭, 그런 곳에서?

그렇게까지 혹독한 처벌을 받아야 했었는지를 나는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한편으론 나 스스로 나의 운명이 너무나 길었다고 생각한다. 기구했지만 나보다 먼저 억울하게 간 사람들에 비하면 행복할 만큼 나의 운명은 길었다.

굶주리다 못해 전기선을 잘라 강냉이 몇 킬로 바꾸어 먹었다고 남녀노소 다 모인 곳에서 총 맞아 죽어간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하다.

말 한마디 잘못하고, 초상화관리 제대로 못했다고 평생을 정치범수용소에 구겨 박혀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세투리라도 먹고 산 나야말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다.

두 번째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살면서 열심히 모은 돈으로 돼지를 샀고 길러도 보았다. 그 돼지에게 옥수수 가루를 끓여 먹이면서 돼지보다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펑펑 울었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도 개, 돼지보다 못한 삶을 사는 북녘의 형제들에 비해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산다.

... ...

어느 탈북 선배가 지나간 과거에 슬퍼하지 말고 앞을 바라보며 웃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에 대한 냉대와 매질과 독설들은 지난날의 일들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나를 잇게 한 동력이기도 하다.

내가 짐승이었던 만큼 나를 짐승처럼 만들었던 순간들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복수를 다짐했고 그것이 남은 내 삶의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이나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나처럼 제 자식이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엉뚱한 생각 갔지만, 복수는 다른 사람이 해줄리 없고, 오로지 나의 몫이다.

...

오늘도 복수자의 피어린 맹세는 김정일을 겨누고 있다.

선우은숙 2003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