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성폭력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 본회의로 넘겼다고 한다

수정 법안의 내용을 보면 우선, 상습 성폭력 범죄자뿐 아니라 초범자에 대해서도 화학적 거세를 가능케 했고 ▲화학적 거세 대상자의 연령을 `25세 이상'에서 `만19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를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딸과 아들은 둔 아비로서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이번 법사위의 화학적 거세안 추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대상 연령을 만 19세로, 그것도 초범자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더욱이 아동의 범위 16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여 추진한다는 것은 법이 국민의 법감정을 넘어 과도하게 추진된다는 느낌이다. 일종의 포퓰리즘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화학적 거세라는 공포감을 통해 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예방해보자는 취지인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언제든 충동적 범죄에 유혹되어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컨데 만 19세의 어른아닌 어른이 15세 아이아닌 여인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가차없이 화학적 거세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재고의 여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다했다고 보는가? 국회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공평한 법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는가?

 

정부와 국회는 일단 손에 잡기 쉬운 형벌제도를 뜯어 고치기에 앞서 아이들의 올바른 성관념 정립을 위한 교육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에 좀 더 주력해야만 한다. 국회는 동 수정법안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은 없는지 다시 한번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형법에 있어 형벌이라는 것은 단순히 불법행위에 대한 보복의 의미를 넘어 범죄자 교화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오도록 유도, 재생의 기회를 부여하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함무라비적 법적용은 시대착오적 발상이자 편의주의의 전형이요, 인권유린의 또다른 형태임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