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케! 사랑하는 올케와 귀여운 조카들과 헤어진지도 어느덧 1년 반이 되었어. 이 순간도 못 견디게 그리운 보고 싶은 올케와 조카들을 그리며 가닿지 못할 편지인줄 알면서도 마음속의 그리움을 달래고 있어.

정말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더욱 그리운 고향의 냄새를 언제면 맡을 수 있을지 머지않아 추석을 맞게 될 지금 그날을 생각하며 너무나 못 견디게 그리운 올케와 조카들이야.

더구나 올케. 집안의 맏며느리로 들어와 지금까지 언제한번 풍족하게 생활하지 못한 올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군사복무를 10년이나 하고 시집을 잘 간다고 올케가 살던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했다고 자랑을 하던 올케가 얼마 안 되어 시집이 중국연고라는 말도 안 되는 억 축으로 얼마나 정신 육체적으로 많은 고생을 했어?

그런 속에서도 시부모님 공대와 시집형제와 남편 섬기고 자식 둘을 낳고 이악하게 딛고 일어서야 한다며 오히려 시집식구들에게 힘을 주며 열심히 살던 올케를 생각하면 눈물만 강산같이 두볼 타고 흘러내리곤 해.

그 약한 몸에 옥수수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투정한번 없이 묵묵히 가정의 맏며느리답게 일하며 조카들을 키우는 것을 볼 때 아무런 보탬이 돼 주지 못해 남모르게 속으로 눈물 흘린 이 누이였어. 물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올케였어.

차라리 투정이라도 했다면 오히려 이 누이가 이런 편지를 쓰지도 않을지 몰라. 또 이렇게 대한민국에 와서도 올케일로 해서는 마음 아플 일이 없었을 거야. 그러나 너무나 말없이 고생한 올케이기에 날이 갈수록 더욱 마음이 좋지 않은 거야.

올케. 올케가 시집을 와서 투정을 했다면 사회에 대한 불평 이야. 생각나?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올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때면 제일 잊히지 않는 말이 있어.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올케가 한 그 말만이 귀전에 쟁쟁해.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이 누이는 올케가 어려서는 농촌에서 나서 자랐고 또 심심산골에서 군사복무만 10년씩 하고 와서 사회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그때 올케가 깜짝 놀랄 말을 한 순간부터 처음으로 올케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던 일이 잊히질 않아.

올케도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중앙비사회주의 그루빠 에서 시집사람들을 중국 사람들이 나와서 장사를 하고 사회질서를 문란 시킨 한마디로 조건을 보장해준 장본인이라며 너무 억 축으로 몰아세워 가차 없이 농촌으로 추방 보낼 당시였어.

하루아침에 당한 억울함으로 시집사람들이 모두 실신상태에 있는데 올케가 내 옆에서 하는 말이 정신이 번쩍 들게 하였어.

“이 세상이 콱 망해라. 장사도 제 땅에서 마음 놓고 하지 못하고 제 나라 사람도 믿지 못하며 다 죄인 취급하는 이 법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야. 할 말도 마음대로 못하게 사람들을 얽어매 놓고 간부들만 잘살게 만들어진 이 땅이 망할 바에는 더 콱 망해버려라.”라며 앞뒤를 분간하지 않고 마구 내뱉던 올케의 말 이였어.

그때는 올케의 그 말이 너무 무서웠어. 혹시 누가 들은 사람이 없나 우리 집 식구들만 있는 줄 알면서도 무의식중에 사위를 둘러보았어. 나뿐만 아니라 집안사람 모두가 깜짝 놀랐어.

만약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누가 들었다면 우리 집은 영락없는 정치범 수용소나 처형감이였어. 그때의 그 오돌 지던 올케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해.

그리고 뒤이어 “입당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미쳤지. 입당을 하면 쌀을 더 주나 돈을 더 주나 오히려 더 통제하고 온갖 전투라고 하는 데는 다 앞장세우고 죽을게 당원들인데 이제라도 당증을 가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얼싸 좋다고 오히려 내가 돈을 주면서라도 주겠다.”며 무서운 것 없이 당당하게 말하던 올케였어.

참 대단했어. 그때 이 누이가 생각한 것이 무엇 이였는지 알아?

“야 우리 올케 정말 대단하다. 역시 우리 부모님들이 며느리는 잘 맞으셨어. 그리고 농촌에서 살아서 순박한가만 생각했는데 너무나 당돌하구 똑똑하구나."하고 생각했어. 정말 이상 누이로서 올케가 사랑스러웠어.

올케 말대로 아무리 군사복무를 하고 대학을 나온들 뭐해? 또 그 사회를 위해서 한생을 고스란히 바치며 김정일 정권에 충성을 다해 일해도 남는 것이 도대체 뭐가 있어? 자칫 잘못하면 감옥이나 수용소로 가는 길밖에 없지 않아? 또 당원들 같은 경우는 더 하지 않아. 올케 말대로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제일 많이 죽은 사람들이 바로 고지식하게 김정일이 하라는 대로만 한 그 독재정권에 충실한 당원들이였잖아?

정말 돈도 안 되는 뚜껑씌우개 종이 장을 가슴에 품고 굶어죽으면서도 그걸 지키며 죽었다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웃긴다고 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가늠이 가질 않아. 올케. 우리 올케가 너무 보고 싶어. 언제면 우리 형제가 다 같이 모여살수 있는 그런 날이 올까?

오늘도 여기 남한에서 처음 추석을 맞이하면서 그날 내가 올케나 조카들을 그리듯이 이 누이를 생각하며 산에서 눈물 흘릴 올케와 동생을 생각하면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어.

제발 그날 비가 오지 말아야 갰다고 말 이야. 우리 조상들의 산은 비가 오면 진흙땅이여서 신발에 흙이 1킬로는 더 붇지 않아?

그래서 그 신발을 끌고 내려오려면 퍽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또 흙발을 끌고 내려오다 보면 기운이 다 빠져 집까지 10리길을 걸어올 맥이 없어 지친 걸음을 옮길 올케와 동생의 모습을 그려보니 심장이 터져 와.

올케들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오고 밥을 먹어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아. 정말 그야말로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아.

그 땅에서는 속에서만 느끼며 알고 있었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었던 김정일 정권의 용서 못할 세습정치가 이렇게 사람들을 굶주림과 고통 속에 몰아넣은 거야.

또 김정일이 인민생활은 안중에 없고 자기의 정권유지에만 급급해 남과 북이라는 평화시기의 이 산자가 생기고 세계 각국에서 난민으로 떠돌아다니며 눈물 속에 살게 한다고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부자간의 권력세습으로 이어지는 우상화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북한의 내 혈육들이 비명에 죽어갔고 한줌 쌀이 그립고 자유를 찾아 방랑하다 이름 모를 산중이나 무연한 초원에서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갔는지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

북한 땅에서는 알면서도 표현을 못하고 살았던 이 누이였고 현실적으로 올케처럼 속이 끓어도 어찌할 방도가 없는 북한의 내 혈육들이 당하고 있는 민족의 슬픔이야.

올케 지금 세계가 북한을 지켜보고 있어.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야 해. 남과 북은 언젠가는 꼭 하나가 될 거라고 믿고 그때까지 올케가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꿋꿋이 이겨내리라고 믿고 싶어.

추석날을 맞으며 사랑하는 올케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속의 말을 나누어봤어. 부디 아버님 어머님 잘 모시고 가정을 잘 이끌어 나가주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쓰겠어.

잘 있어.

2007년 9월 서울에서 맏누이로부터

탈북자 김은경

출처:http://www.free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