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진노인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북한의 재앙에 그곳이 도대체 사람 사는 세상인지 재앙의 진원지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수해피해로 타격을 입은 북한주민들이 또 한 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수해 여파로 북한전역에 급성설사 등 수인성 질병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1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도의 병의원에 환자가 넘쳐나고 있으며, 급성설사는 물론 특히 눈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염병은 확산되고 있는데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부터 매년 여름마다 급성설사증을 비롯해 각종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수해로 그 피해규모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찌들대로 찌들어 버린 고달픈 삶에 설상가상으로 전염병까지 발생했으니 ‘사회주의 지상낙원’의 참담한 현실에 주민들은 이미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북한에서는 급성설사증을 일명 파라티브스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주로 오염된 물을 마시는데서 발생하는 급성설사증은 북한주민들 속에서 걸리면 죽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인식되어 있다.

북한에서 급성설사증 같은 전염병이 해마다 발생하는 것은 주민들이 녹 쓴 상수도관을 타고 나오는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는데 원인이 있다. 북한의 상수도관은 거의 20년 이상 된 노후 된 철관으로 하루만 단수가 돼도 녹물이 그대로 우러나온다.

또한 물을 정화하는 소독약제 부족으로 주민들은 강물을 거의 여과 없이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홍수로 많은 흙과 불순물이 유입되어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강물의 오염도가 상승해 갖가지 질병과 전염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북한이 전염병 발생에 취약한 것은 기초의약품의 부족과도 관계된다. 부족한 의약품사정으로 전염병을 퇴치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병원에서는 주민들에게 물을 끓여먹고 식초를 물에 타서 마시라고 선전하는 것 외에 달리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러나 물을 끓여도 무더운 여름에 제대로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대부분 가정에는 남한처럼 가정집 마다 냉장고가 없다. 설사 냉장고가 있는 집이라 해도 계속되는 정전과 불안한 전압으로 잦은 고장을 일으켜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북한에서 주로 여름에 전염병이 발생하는 원인중의 하나는 주민들이 물과 음식물을 냉장보관 하지 못하는데도 있다. 여름에 신선도가 떨어지고 부패되기 쉬운 상태로 보관된 물과 음식물 섭취가 전염병 발생의 한 원인으로 되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은 급성설사증이 발생해도 약품이 부족한 관계로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해 이 병은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만성적인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과 환자들이 쉽게 급성설사증에 걸리며 일단 병에 걸린 사람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이 사망에 이른다.

전염병은 미리 예방하면 얼마든지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병이다. 특히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무상치료제’는 예방의학이 그 진수를 이룬다. 그런데 예방의학을 중시하는 북한의 의료시스템이 전염병발생에 속수무책인 것은 사실상 허울뿐인 ‘무상치료제’의 총체적인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이번 일로 우리는 온갖 질병과 전염병이 창궐하는 ‘인간생지옥’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 부르는 골빈 무뇌아 김정일을 그대로 두고서는 북한주민들이 하루도 편하게 살날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절실히 깨달은 것 같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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