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간의 핵폐기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어 국제사회가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보는 가운데 북한이 시리아에 농축 우라늄과 관련한 핵시설을 판매했다는 외신뉴스가 전해져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15일 연합뉴스는 미국 폭스뉴스를 인용해 "당초 이 정보는 이스라엘 채널을 통해 입수했고, 미국 자체의 항공 촬영 사진의 지원도 받았다"면서 "시리아가 핵무기 제조 목적으로 핵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북한을 통해 핵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미 정보당국 관리들이 수집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특히 "북한이 의혹을 받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관련해 아직도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노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은 핵 폐기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에 의혹을 품게 하기에는 충분한 근거로 된다.

북핵문제만 해결되면 미․북간의 관계정상화가 당장 가시화될 것처럼 전망해 왔던, 그래서 미국과 북한의 밀월관계라고까지 논평 지어진 낙관론이 새로운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가 북핵협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미․북관계의 진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북한인권문제이다.

미국 관리들은 그간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책 마련에 집중하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해왔다. 북한이 연내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 시키기로 합의하고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로 하는 등 미․북관계는 핵문제 하나만 해결되면 정상화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인권개선 없는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해 온 미국외교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북한의 인권탄압 문제는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게 미국 관리들의 설명이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도 미․북관계의 핵심은 북한의 인권문제임을 강조하며“북한의 인권상황은 열악하며 미북관계 정상화에 앞서 반드시 이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편입할 때 북한에게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인권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인권문제를 꾸준히 국제사회에 부각시켜온 미국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 특사는"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다룰 지 살펴볼 때, 또 앞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인권문제는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사안이다. 북한 당국이 인권관련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북한은 결코 국제사회에서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인권문제의 해결이 없이 미북관계의 정상화가 불가능 하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도 미국 관리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을 방문해 직접 북한 당국과 인권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던 미 연방 하원의 톰 랜토스 외교위원장은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 연방 상원의 리처드 루거 전 외교위원장도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인권문제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북한인권문제 해결에 있어서 미국의회의 초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회는 북한과 미국이 진정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는 정치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앞으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어 기존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그저 북미 관계가 조금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할 뿐 북한이 비민주국가라는 점, 또 인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나라라는 근본적으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미국 국방분석연구소(IDA)의 오공단 박사도 자유아시아 방송에 출연해 인권개선 없는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선 미국 의회가 동의를 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지금 이제 (미북관계) 정상화가 추진되면서 북한 핵 불능화 단계로 수순을 밝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북한) 인권문제를 미국이 다뤄야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미국 국가의 가치와 이념이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국제적으로 크게 주장하는 것인데 이러한 가치와 이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하는 것에는 반드시 미국 의회가 반드시 반기를 들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합당한 대답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 같은 미국 내의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과 언론은 최근 인권문제 제기는 날조고, 내정간섭 행위라고 주장하며 인권공세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노동신문은 13일 논평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인권문제를 정치화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권공세 대상국을 선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평양방송도 11일,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비난하면서 도리어 미국을 인권유린의 주범이라고 공격했다.

박의춘 외무상도 지난 4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장관급 회의에서 인권옹호를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고 타민족의 운명을 농락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렇게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에 과민반응을 하는 것은 인권문제가 독재정권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자유와 인권탄압이 없이 명맥을 유지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구조의 독재정권에 미국과 민주진영이 제기하는 인권문제는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을 틀어쥐고 권력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진 독재자와 추종세력들이 자신들의 파멸을 재촉하는 인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따라서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은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와 함께 북한인권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당국에 인권문제 개선이 없이는 미․북관계의 진전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 핵폐기 협상과 함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도 병행해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북핵문제와 북한인권문제는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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