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을 국내로 입국시키려던 한국국적의 탈북자 유상준(43살)씨가 8월 중순, 동행하던 탈북인 9명과 함께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다.

중국 현지에서 유씨와 알고 지냈다던 한국인 선교사 K씨에 따르면 8월10일, 중국 연길을 떠났던 유씨의 행적이 같은 달 15일부터 묘연해 졌으며 그와 동행했던 탈북자 9명으로부터도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만주리 국경지역에 체포되어 있는 유씨의 소식과 함께 유씨가 요구하는 차입품 내용을 한 탈북자 단체장에게 전해왔다.

이로써 유씨의 체포 설은 확실시 되었고 중국의 공안당국이 지난시기 보여 온 관례대로라면 유씨는 재판을, 한국으로 오기위해 그와 동행했던 9명의 탈북자들은 간단한 신변조차 끝에 북으로 송환되게 되어있다.

유상준은 누구인가?

2003년 9월 1일 오후, 파주 통일전망대에서는 몇 몇 탈북자들의 참석 하에 고 유철민(12살)소년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철민이는 탈북자 유상준씨의 아들.

함북 청진에 살다가 지난 2001년 1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유상준씨에게도 사랑스런 아내와 두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1998년의 극심한 식량난 속에 막내아들(철웅)과 아내를 잃게 되자 고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중국으로 탈출했다.

이후 그는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 목사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오게 됐고 2001년 8월, 중국에 두고 왔던 아들 철민이의 국내 입국을 한 NGO 단체에 부탁하게 된다.

하지만 유씨는 아들과의 반가운 상봉대신 중국을 벗어나 한국으로 향하던 철민이가 몽골의 국경지역에서 탈진해 죽었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만 접하게 되었다.

성인들도 극복하기 어려운 몽골의 국경지역. 어둠을 이용하여 경비병들의 눈길을 따 돌려야 하고, 길이라도 잘못 들면 물 한 모금 없는 사막을 정처 없이 헤매야 한다.

중국을 떠나기 전 전화로“아버지 보고 싶어요. 건강하십시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12살의 어린 소년은 죽어서 돌아왔다. 아니, 몽골의 사막에 묻혀 돌아오지 못했다.

아들의 시신이라도 대한민국에 묻어주고 싶어 유씨가 기울인 노력은 주변사람들이 혀를 내 두를 정도. 철민이가 묻힌 곳이 몽골의 국경지역이라 몽골군과 정부, 지어는 대통령에게까지 탄원서를 냈던 유씨는 당시 국정원의 여권발급에 관한 관례를 깨고 철민이의 시신을 찾게 되었다.

파주의 통일전망대에서 장례식을 치른 철민이의 뼈가루를 서울 중랑천 기슭에 흘러 보내며 통한의 눈물을 씹어 삼키던 유씨의 모습은 비장했다. 북한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중국이나 제3국으로 탈북할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세상에 알리고 그런 탈북자들을 돕는 일만이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겨두는 순간이었다.

그후 유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을 돕는 어려운 길을 택하게 되었다. 그가 몇 명의 탈북자들을 국내에 입국시켰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가 아들 철민이가 걸었던 길로 국내에 데려온 탈북자들이 이른바 브로커 비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어린이들, 임산부들, 병약한 늙은이들...그간 유씨가 국내에 입국시킨 탈북자들조차 그가 건설 현장이나 식당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저들을 도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유상준 어떻게 되나?

우선 유상준씨가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부당한 판결을 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개정한 국내(비법 월경을 돕는 자에 관한 처벌)법에 의해 유씨를 범죄자로 다룰 소지가 높다. 그렇게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적게는 1년, 많게는 7년형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탈북도우미들의 사례가 허다하다.

유씨의 경우,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탈북자들을 도왔다는 점이 강조 돼야 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자는 난민이며 이들을 보호해 줄 의무가 중국정부에도 있다는 것을 한국정부와 국제사회, 국내외의 NGO 단체들이 나서서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사실 유씨의 구명운동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유씨와 함께 체포된 9명의 탈북자들, 그들의 강제북송을 저지시키는 일이다. 이는 유상준씨도 바라는 일일 것이며 촌각을 다투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미국과 일본, 국내의 NGO단체들에서 유상준씨와 그와 동행했던 탈북자 9명에 대한 구명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북한자유연대”의 회장단이 유씨 문제로 인해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 중에 있으며 “북한인권시민연합”“북한민주화위원회” “여명학교”와 “피난처”등에서 “탈북자 구출의 연대”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통상부의 노력은 절실히 필요하다. 유씨의 신병에 대한 정보제공과,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확고한 입장발표는 물론이요, 어쩌면 간고하고 기나긴 시간이 필요 될 수도 있는 이번“탈북자 구출운동”을 통해 탈북자 문제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출처:http://www.free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