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녘 사람들은... 수돗물조차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을 살고 있다. 지방 도시들을 더 말할 것 없고 혁명의 수도라고 하는 평양에서 도 사람들은 물에 주려있다. 나와 우리가족이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하던 그 순간에도 평양시의 물 사정은 열악했다.
가정의 수도꼭지들에서 물이 나오는 시간은 아침 5시부터 7시, 점심때는 잠시감간 나올까 말까 하다가 다시 저녁이 되어 두 시간 가량 물이 나온다. 아파트의 경우는 수압이 낮은 관계로 4층부터는 그나마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물이 나올 때에는 아파트 전체가 난리를 떤다.
양동이에서 바케쯔에 이르기까지 물을 받을 수 있는 그릇들이 모두 동원되고 휴식일 같은 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총 동원되어 물이 나오는 아래층 집들로 쳐들어간다. 받아둔 물이 없으면 물을 못 쓰기 때문이다. 단순히 밥을 짓거나(물론 죽이다)먹는 물을 위해 물을 길어두는 세대들도 있으나 그보다는 화장실에 사용할 물 때문에 더욱 난리다.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말이 있는데 실지로 물 고생은 북에서 살아본 사람만 알 수 있다고 확신한다. 평양시 같은 경우에는 대체로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으면 화장실 사용이 최대의 문제로 된다.
사람이 살아가느라면 세끼 죽물을 먹어도 변은 나오는 법인데 물이 나오지 않으면, 받아 놓은 물이라도 떨어지는 경우엔 이구석 저구석에서 악취가 묻어 나온다. 졸지에 아파트 전체가 공동변소로 변하는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남정네들의 도움으로 펌프 형 수도가 마을에 생겨났다. 국가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이 생각해낸 자구책이었다.
그런데 이웃 마을 주민들까지 마구 물을 퍼 가니 땅속의 물도 한계가 있다는 듯, 지하수마저 동이 나고 말았다. 펌프 형 수돗가에 “경비원”이 생겨나고, 다시 시간제로 “운영” 되는 등...물과의 전투는 끊임없이 계속되게 되었다.
아파트가 아닌 땅(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지식을 동원하여 집안 부엌바닥에 우물을 파는가 하면 창고면 창고, 김치움이면 김치움, 땅이라는 땅은 모두 파고 들어가 “개인우물”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생산한 물을 혹시라도 남이 가져갈까보아 무슨 보물처럼 꼭 꼭 숨겨두고 살아야 했던 것이 우리들의 눈물겨운 고향이야기다.
물은 공산주의라고 했던가? 물만큼은 임자가 따로 없어 흔쾌히 나눌 수 있다던 내 고향 사람들이었지만 인제는 그 이야기도 전설 같은 이야기로 되어 버렸다. 그렇게 힘겹고 각박한 삶을 살아야 하는 내 고향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냉수 한 사발 들이키기가 송구하다.
탈북민 김춘애
등록일 : 2019-03-0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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