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몇 분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내가 물었다. “이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까?”
전직 고위(高位) 정치인이 대답했다. “그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도 신호가 오는 모양입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선 전에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꼭 걸리는 병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남북정상회담 병이다. ”통일에 기여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병이지요. 당신은 제발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이 된 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누가 압니까?”
그러자 다른 원로 대북 전문가 한 분이 거들었다. “청와대 임태희 실장과 김덕룡 특보가 정상회담을 주장한다고 하더군요. 견제하는 인사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인데, G20을 한 다음엔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하겠지요.” 공직자 출신 탈북 인사가 말을 이었다. "영구수령과 한시적 대통령이 만나면 이쪽이 지게 돼 있습니다“
그 다음 말을 이은 분은 공공부문 연구원으로 있는 40대 후반 지식인이었다. ”정상회담을 하면 대통령이 잘했다고 여론조사에서 인기를 올려주는 대중이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그걸 보고 정상회담을 꼭 하려고 하니까요.“
이보다 얼마 전에 만난 공공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이쪽에서 무얼 자꾸 줘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며 요구조건을 내세우는데, 지금의 북한의 다급한 사정으로 보아 우리가 최소한 8개월 정도라도 원칙대로 버티면 저쪽이 숙이고 들어올 것입니다“ 문제는 그 8개월마저 못 참겠다 하는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어서 그게 만만치 않다는 암시로 들렸다. 8개월이란 저쪽이 식량 등 모든 면에서 데드라인에 이르는 시점이라는 뜻인 듯.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이 “회담 자체를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 “핵폐기가 우선이다” 했지만 어쩐지 미덥지가 못하다. 정상회담 병이 이미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햇볕’은 그동안 그래도 애써 돌이켜 놓은 김대중 노무현의 ‘대북 코 꿰이기’를 고대로 복원시켜 놓을 것이다. 이게 ‘청와대 햇볕론자’들이 하고자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진영은 임태희 실장 등을 찍어서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조급증을 그나마 견제하고 있는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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