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이 함께 관람하는 것 자체가 전 세계를 향한 평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북한 독재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는 아리랑 공연 관람을 두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한 잠꼬대 같은 말이다.

이 장관은 아동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는 해당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어린이들의 카드섹션

임기 말, 대통령이 방북행사에서 올바른 행동과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어코 아리랑공연을 관람하며 기립 박수까지, 북한에서는 호감을 샀을지 모르나 남한 국민들과 탈북자전체에게는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혹시 대통령이 컴맹이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컴퓨터를 안다면 수많은 네티즌들의 글을 읽어 보았으련만 기대를 저버리고 공연을 관람하고 어떻게 하나 북한의 환심을 사려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된다.

평양에서 나서 자란 나는 인민학교 4학년 때(초등4학년)부터 집단체조에 동원되어왔다.
모진 훈련으로 지치고 상처 입으면서 선생님으로부터 매 맞지 않으려고, 친구들로부터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 하나에 마음을 조이며 많은 노력을 하여왔다.

다행히 별다른 병은 걸리지 않았지만 행사연습기간의 고통은 글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9~10살 때부터 고된 조직생활에 익숙해야 했고, 어린이가 하기에는 힘든 기교를 익히기 위해 밤낮으로 땀을 흘렸으며, 위험한 동작에서는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부모님들은 매일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해 날랐으며 아침새벽부터 저녁 늦게 까지 훈련에 동원된 아이들을 위해 신경전을 벌려야 했다.

어떤 애들은 소변을 제때에 보지 못해, 그 때 걸린 방광염으로 시집갈 나이의 처녀시절까지도 고생을 거듭했다.

나도 어린나이에 소변으로 인한 고통을 너무도 격어 그로인한 병적증세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잘 안다. 정작 소변이 마려워 소변을 보려 해도 나가지 않고 아프기만 하다는 것을 말이다. 남한에서는 임산부들이 “요실금”에 잘 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평양에서 아리랑공연에 참가하는 주민들은 9~10살부터 이런 증상에 시달린다.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행사를 해야만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주민통제가 가능한 북한에서는 해마다 행사가 열린다. “1월 1일 설맞이 공연”으로부터 김정일의 탄생 경축 2월16일, 김일성 탄생경축 4월 15일, 공화국창건 기념 9.9절, 노동당창건 10월10일 등 일 년이 시작되는 벽두부터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탄생 12월24일까지 행사와 공연은 줄을 잇는다. 이런 행사와 공연들에는 당연히 학업을 전폐한 아이들이 동원되어 연습에 몰두한다.

아리랑공연과 같은 대 공연에는 평양시내의 학교마다 종료되는 장별로 맞아 진행하게 된다. 그래야 쉽게 공연흐름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장을 맡은 학교는 계속 어린이장, 종장을 맡은 학교는 계속 종장을 맞는 식이다.

1985년 9월9일 공화국창건 35돌 기념행사에서는 우리친구가 공연장에서 숨을 거두는 현상도 있었다. 배경 대(카드섹션)에 참가한 친구였는데 몇 일전부터 배가 아팠으나 행사를 눈앞에 둔 때이라 병원에 가지 못하고 공연에 참가하였다가 맹장염으로 내장이 터져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 친구의 죽음으로 가슴 아플 부모님에게는 김정일의 표창장이 차려지고 강연 자료에 몇 번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다. 그때에는 기념행사에 참가하여 표창장을 받는 것이 큰 영광이고 행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자랑으로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식 잃은 그 슬픔을 쓸데없는 표창장과 같은 종잇장에 비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96년 김정일은 아리랑공연 참가자들에게 TV, 손목시계, 이불등(이불거죽), 식료품세트를 선물하였다. 실한 토리도 귀한 북한에서 김정일이 하사한 선물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 선물 때문에 부모들과 학생들은 아리랑공연에 참가하는 열의가 더욱 높아졌다. 남한주민들은 김정일의 이런 수법을 “선물정치”라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몸은 망가져 가고 있었다.
우리 조카도 어느 날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열이 나면서 않기 시작하였는데 급성 방광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다시 행사에 참가하였다가 지금은 종신병을 얻게 되었다.

무력시위훈련(군사퍼레이드)과 같은 행사는 강도가 더욱 심하다.
여기에는 주로 평양시내의 대학생들이 참가한다. 대학생들은 6~7개월 동안 배낭을 메고 미림비행장에 집결하여 열악한 천막생활을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사열식, 대열훈련만 한다.

군에 다녀온 분들이라면 사열식과 대렬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머리와 내장이 울리고 다리에 알이 박히고 등 뒤에선 소금이 밴 땀이 흐른다. 훈련을 시작해서 일주일이 흐르면 대부분 피오줌을 싼다.
김정일이 들어 않을 주석단을 지나는 단 3분을 위해 젊은 대학생들이 6~7개월 동안 학습을 전폐하고 피와 땀을 흘리며 소중한 시간을 빼앗긴다.

지금 남쪽의 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이런 행사를 조직하면서 김정일과 같은 생필품 몇 가지를 준다고 하면, 두말없이 인권유린을 주장하며 시위에 나설 것이다. 남한에서는 하루만 일해도 김정일이 하사하는 선물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북한의 문호를 꽉 닫아걸고 외국인들이 보통 사용하는 생필품을 북한주민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대신 충성의외화벌이에 주민들을 동원하여 벌 어들이 외화로 외국에서 싼값에 사다가 “선물정치”를 한다.

어느 세상에 한사람의 권력 강화를 위해 수백만 명이 며칠도 아니고 몇 년 동안 동원되고 병을 얻고도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이는 분명한 인권유린행위이며 반인륜의 패륜패덕의 현상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시행되는 아리랑공연을 “평화의 메시지요,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외치는 이재정 장관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만약, 당신의 자식이 아리랑공연과 무력시위(군사퍼레이드)행사에 참가 시키라고 하면 두 손, 두발 내 흔들 자들이 그가 아닐 가? 이장관의 속이 들여다보인다. 자기나 자기 가족의 고통이 아니고 남의 고통이니 상관이 없다고 말이다.

북한에서는 어린학생들과 대학생들을 행사에 동원시킬 것이 아니라 세계를 더 많이 알게 하고 더 넓은 지식을 안겨주어 부흥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는 아리랑공연, 무력시위와 같은 행사를 조직하여 자라나는 꽃망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

차 정심 前 당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