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에 거주중인 함경남도 북청군이 고향인 탈북자 홍영순(가명. 여)씨가 전해온 북한에서의 생활과정, 탈북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 여성은 1998년 2월 10일 새벽에 국경을 넘었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지금의 이 여성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지금 한가롭게 비밀스런 곳에서 ‘다랑어 뱃살’ ‘원 모어(One More)’를 외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돈 바람’이 불어 일명 ‘돈 돌라리’라는 옛 고전 민속춤의 이름이 지금은 살아가는 삶에 있어 좌우명이 되어버렸습니다. ‘돈’만 있으면 간부도 무섭지 않고 ‘돈’만 있으면 만사(萬事)가 해결된다는 인식이 북한주민들 속에서 ‘돈’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패하고 무능한 독재정권의 생명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은 바로 해외에서 체포의 위협 속에서 떨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지금 이 여성은 아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언제 잡혀가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있습니다.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와 같은 민족의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들이 진정한 햇볕을 보게 되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편집자 註

※ 필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명으로 했으며 지명과 날짜는 다르게 표기했음을 밝혀둡니다.

당에 충실해서 돌아오는 건 주린 배 뿐

우리 가정은 부모님과 언니, 나, 동생 둘로 6식구다. 아버지는 당원이었고 어머니는 장기환자였다. 언니도 앓고 있었다. 아버지는 당에 충실하였고, 우리들은 늘 사회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자랑인 것처럼 생각하고 어릴 때부터 가슴 속 깊이 새겨 넣어 주었다. 형편이 좋지는 않았지만 단란했던 가정은 94년 7월 8일에 병으로 어머니를 잃으면서 깨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없이 우리는 북청군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가 없었다. 앓는 어머니한테 흰 쌀밥 한 그릇 대접하지 못했고 약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돈도 없었지만 배급소에 낟알이 들어오면 윗 간부들이 먼저 배급을 타가고, 우리 평 백성들한테는 흰쌀 한 알도 차려지기가(돌아오기가) 힘들었다.

언젠가 하루는 어머니가 너무도 불쌍했다. 들에 가서 풀을 캐서 어머니를 대접했지만 어머니는 소금도 없어 어떻게 먹느냐고 하시면서 먹지 않았다. 그때 우리는 배고파도 참을 수 있었다.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환자였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것이 너무너무 불쌍했다. 하루는 배급소 앞에서 땅에 떨어진 쌀알을 주어다가 죽을 쑤어서 어머니한테 드렸더니 하시는 말이 인젠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늘 “당신이 당원이어서 당한테 충실해도 차려지는게 뭐가 있는가? 차려진건 버림밖에 없다.” 정말로 이 말이 사실이었다. 우리에게 차려진건 버림밖에 없었다.

나라 주석이 죽었는데 엄마가 뭐라고 우는가

어머니가 죽게 되자 우리는 북청군에서 이사를 하여 촌(村)으로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김일성이 돌아간 날(죽은 날), 같은 시간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 앞에서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인민반 반장이 하는 말이 나라 주석이 죽었는데 엄마가 뭔데 울겠냐고 하면서 울지도 못하게 하였다. 오직 당밖에 모르는 아버지는 당에 좋은 일을 한다면서 우리 4형제를 데리고 농촌에 지원 진출을 하였다.

촌(村)에서의 생활도 정말 힘들었다. 강냉이를 1kg를 꾸어먹으면 가을에 가서 3kg를 줘야 했고 쌀 1kg를 꾸어먹으면 2kg를 줘야 하는데 농사가 안됐다며 국가에서 쌀을 주지 않은 바람에 첫 해에 강냉이로 16마대를 빚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우리 집 식구들은 산에 가서 소나무 껍질, 들에 가서는 먹을 수 있는 모든 풀들을 뜯어서 먹으며 살아갔다. 빚쟁이들은 강냉이를 달라고 날마다 성화를 부리고 우리 집에 있던 옷과 그릇, 가마까지 다 들어갔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자 언니는 정신이 잘못되었고 간암까지 걸려 남의 집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하고 나중엔 개가 싸놓은 똥에서 강냉이 알이 나오면 손으로 그 강냉이 알을 집어 먹기도 하였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정신이 잘못되고서도 그렇게 했을까.

얼마 안 지나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하게 되었다. 허리를 굽히고 하루 먹어야 할 풀을 캐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야 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물을 20통씩 길어야 했다. 17살에 혼자서 집안일을 맡아 하지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많이 원망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언니까지 잃게 됐다. 아픈 언니를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병원에서는 약도 주지 않고 처방도 해주지 않았다. 불쌍한 언니를 죽이지 않으려고 병원 원장을 찾아 갔지만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렇게 언니는 어머니처럼 약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불쌍하게 죽었다. 일 년 사이에 어머니와 언니가 돌아가시고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말이 좋아 병원이 무상치료지 아는 사람 없이는 약 한 알도 가져갈 수 없었다. 도리어 못산다고 손가락질만 받았고 마을에서 없어진 것이 있으면 다 우리 가족이 도적질 했다고 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우리 촌 만해도 80%는 되었다.

아무리 일을 잘 해도 마지막엔 인민군대지원, 돌격대지원, 수력발전소지원 이곳저곳에 다 떼이고 나면 차려지는 것은 봉투 한 장에 미결 쪽지(식량 미공급 확인서)가 돌아왔다. 이렇게 살수는 없어 집에 있는 쌀 10kg에서 6kg를 가지고 아버지한테는 돈을 벌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밥 한 끼라도 잘 얻어먹고 죽는 것이 소원

1998년에 쌀 1kg에 200원씩이었으니 1200원 가지고 1998년 2월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고기장사를 하여 8천원을 만들었다. 이 돈이면 집으로 가면 한달은 살겠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장사가 나를 이렇게 망가뜨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회령역전 안전원들이 내가 여행증이 없다는 구실로 나의 돈을 다 빼앗아 갔다. 내 돈 가지고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었다. 간부들이라고 자기만 잘 살겠다고 백성들이 여행증이 없다는 구실을 대고 돈을 빼앗는 조선의 모든 간부들, 특히 안전원들이 제일 나쁜 놈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탈북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돈이 한 푼도 없었던 나는 다시 탈북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국에 가서 밥 한 끼라도 잘 얻어먹고 죽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 조선의 모기 같은 간부들이 싫었다. 그리하여 1998년 2월 20일 저녁에 강을 건너려고 하였는데 경비가 삼엄해 새벽에 건넜다. 여자 3명이 건넜는데 내가 제일 어렸다. 회령, 두만강을 건너 산을 넘고 넘어 걷고 있는데 새벽 5시경에 왼쪽 길에서 서라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죽기 살기로 뛰다가 난 그만 큰 구덩이에 빠지고 나머지 두 명은 나를 두고 달아났다.

구덩이 깊이가 3미터나 되었고 눈이 허리만큼 올라와 나올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고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구 있는데 풀뿌리가 눈에 보여 그 풀뿌릴 잡고 간신이 올라오게 되었다. 방향을 잃은 나는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면서 걷고 걸어서 이틀 만에 마을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곳은 중국 길림성 룡정시 어느 한 마을이었다. 이틀 동안 물 한 모금도 먹지 못한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 마을에서 걸어 룡정시 어느 거리 앞에서 울면서 앉아 있는데 웬 할머니가 나한테 와서 조선에서 왔냐고 묻더니 집으로 데리고 가서 먹을 걸 주었다. 몇 년 만에 처음 보는 쌀밥이었다. 이 할머니 집에서 한 주일간 있다가 한 사람의 소개로 왕청에 있는 남자한테 시집을 갔다. 돈 벌어서 잘살아보겠다고 집을 떠난 나의 꿈은 한 순간에 망가져 버렸다. 이렇게 2년간을 살았다.

눈도 뜨지 못한 자식을 중국에 두고....

나와 같이 중국 사람과 결혼한 여성들은 신분증이 없으니 밖에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도 이불장 안에 들어갔고 낮선 사람만 들어와도 가슴이 섬뜩했다. 잠을 자다가도 차 소리만 들리면 큰 가마 속에 들어갔고 불 아궁이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은 섬뜩했고 탈북자라는 걸로 머리를 숙여야 했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도 그 남자한테는 미안한 마음이고 며느리가 되어도 부모님들한테 죄인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나 때문에 시부모님들한테는 심장병만 남겨주고 말았다. 거주지가 없다면서 속타할 때면 남편한테 매도 맞았고 집에 갇혀 있기도 했고 2년 동안 자유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죽기보다도 못했다. 나는 중국에 와서야 자유라는 것이 인생의 최고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19살에 시집을 와서 2년 동안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지만 마지막엔 살지도 못하고 그 집에서 나오고야 말았다. 얼마 안 되어서 화룡에 시집을 갔다. 애기도 낳았다. (철들어 7살부터 지금 26살까지 소리치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 내가 나은 자식한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다.) 숨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시집을 안 갈수가 없었다. 22살에 애기를 낳아 일주일 만에 화룡시 변방대에 잡혔다. 처음으로 애기를 낳아 정말 기뻤는데 잡히고 나니 정신이 아찔했다. 눈도 뜨지 못하고 웃음을 짓는 애기 얼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조선으로 잡혀갈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쩌면 이렇게도 하늘이 무심할 수가 있냐고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변방대에 잡혔을 땐 몸도 많이 부은 상태이고 걸을 수도 없었다. 몸이 아픈 것보다 애기를 두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애기한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런 일이 나 혼자가 아니라 그때 변방대에게 잡힌 72명중에 21명은 1～3살짜리 애기 엄마들이었다. 감옥에 끌려갈 때 엄마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울고 있는 애기들도 있었다. 우리들을 조선으로 후송할 때가 2000년 9월 14일이었는데 자기 엄마를 달라고 소리치면서 달려 나오다가 차에 치였던 애기들도 있었고 시부모님들이 자기 며느리를 내 놓으라고 하면서 심장이 멎어 죽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끝내는 자식과 부모를 갈라놓은 중국과 조선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을 할 수가 없을 만큼 분노가 일고 있다.

어린 자식을 찾아 다시 탈출했건만....
조선에 도착하자 우리는 몸수색부터 당했다. 돈을 가지고 있는지 눈알을 부라리는 안전부 x같은 x들.(필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안전부들을 욕하고 있었다.) 옷, 혼솔깃(옷에 있는 틈)마다, 머릿속, 귓 구멍, 콧구멍까지 검사하고 나중엔 자궁까지 손을 넣고 수색을 하고 죽물을 많이 먹이고 나중엔 변소에까지 가면서 검사를 하여 돈만 나오면 무조건 몰수하였고 심지어는 젖싸개와 속옷 등 좋은 것은 다 압수당하고 신발까지 다 몰수하고 입안에 똥걸레를 30분씩 넣게 하였다.

저는 그 때 3년 만에 조선에 가니 짐승들도 이런 취급을 받지 않는대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무도 심하게 사람을 대하니 너희들이 이러면 사람들은 조선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이 그렇다. 여기 중국에 온 탈북자들 거의 모두 2～3번씩은 조선에 잡혀갔다가 다시 온 사람들이다. 사람마다 죽어도 조선은 망할 나라라고 소리치면서 말하곤 하였다.

중국에서 잡혀서 3달 만에 아버지가 사는 곳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동생들을 보니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9달을 살았지만 애기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살수가 없었다. 이런 나에게 아버지는 풀에 강냉이를 썩어서 만든 죽을 먹이면서 이제는 너만은 풀밥을 먹일 것이니 다시는 가지 말라고 울면서 말했다. 그러나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아버지보다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를 기다리는 애기 생각에 가슴이 메여왔다.

이렇게 나는 아버지와 동생들을 속이고 세 번째 탈북을 하게 되었다. 2001년 5월 10일에 버스를 타고 북청에서 기차를 타고 아들을 향해 다시 중국으로 떠났다. 차 칸에서 단속을 만나 길주 집결소에 잡혀 한 달간을 일하다가 모범퇴소로 6월 4일에 나왔다. 다시 기차를 타고 걷고 걸어서 혜산시 쪽에서 압록강을 건너 보름 걸려 중국 이도백화에 도착했다. 남자 2, 여자 3명이었는데 송강에서 갈라졌다. 나는 송강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기독교회에 찾아가서 화룡에 있는 남편한테 전화를 했는데 뜻밖에도 남편은 화룡에 없었고 아이는 남한테 주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되었다. 순간 눈앞은 캄캄하고 가슴이 섬뜩하면서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애기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전화를 하고 안도에 있는 한 할머니 집으로 왔다. 안도에 와서 애기 때문에 한 달간 앓아누웠다. 애기만 있었더라도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달 후에 어떻게든 살아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서 애기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연길에 일자리를 찾아 나왔다. 1년 넘어서 일하고 한사람의 소개로 한국에 가려고 했다. 탈북자라는 신분에 중국에서도 살 수 없으니 한국에 가야만이 내 자유와 살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18년간 키우셨지만 나는 내 아들한테 평생을 주어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가서 당당하게 살고, 내가 10달 동안 눈물을 흘리며 배 아프게 낳은 자식한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나의 아들은 지금 4살인데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키우고 있는지 너무 알고 싶다. 단 한번이라도 아이를 안아보고 싶은 마음을 하고 있기에 한국으로 자유를 찾아 가려고 하였다.

아들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2004년 9월 14일에 연길을 떠나 17일 내몽골에 도착하여 18일 저녁에 몽골 변경으로 이동해서 걷기 시작했다. 18일 밤 11시에 우리를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이 철조망이 몽골 철조망이니 앞에 불길을 따라가서 몽골에 들어가면 한국에 데려다 준다’고 했다. 내몽골 바람은 너무 사나왔고 넓은 사막이었다. 하지만 한국만이 살길이라고 꼭 가야만이 나중에라도 아들을 찾을 길이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몽골 철조망을 넘었다.

철조망을 넘고 우리는 만세를 불렀고 노래도 불렀다. 모두 12명이었는데 그 중에는 3살짜리 여자도 있었다. 애기는 춥다고 울고 어른들은 기를 쓰고 걸었지만 너무 춥고 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어서 12명 중 8명은 쓰러졌다. 우리는 그 8명을 생각해 불을 피우려고 했는데 불도 없었다. 그때 마침 앞에 집이 하나 보였는데 빈집이었다. 우리는 한명씩 업어서 그 빈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에서 2시간 지나니 날이 밝았다. 날이 밝자 밖에 나가보니 넓은 사막인데 철조망이 여러 개 있었고 벽에는 중국 글이 쓰여 있었다. 담배꽁초도 중국 담배였다. 순간 너무나도 놀랐다. 그때서야 아직도 중국 땅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몽골 쪽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 한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뛰다가 중국과 몽골 국경지역 10m 앞에서 중국 경찰한테 잡혀 감옥에 가게 되었다. 심사를 한 다음 어느 감옥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타고 감옥으로 갔다. 심사 중에 우리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사람을 대라고 했지만 우리는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우리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잡힌 후 죽겠다고 벽에다 머리를 박는 사람, 통곡을 치는 사람, 달아날 궁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선에 가서 맞아 죽는 것보다
2004년 9월 19일에 잡혀 9월 24일에 중국 단동으로 후송 도중 달리는 버스에서 족쇄를 묶인 채로 여자 5명, 남자 2명이 뛰어 내렸고 나머지 5명은 그대로 조선으로 갔다. 나도 뛰어 내렸다. 우리는 팔을 묶인 채로 중국 퉁안에서 모두 갈라졌다. 나는 장춘까지 오고 나머지는 어데 갔는지 몰랐지만 두 번째 한국행을 준비하던 중 그 사람들 소식을 들었다. 한 가족인 여자들은 4일 만에 속으로 피가 떨어져 죽고, 그 집 부모들은 정신이 잘 못 됐다고 하였다. 나도 그때 차에서 뛰어내릴 때 다친 발이 걸을 때마다 지금도 너무 아프다. 조선에 가서 맞아죽는 것보다 뛰어내리는 순간에 죽으려고 했는데 지금도 목숨은 붙어 있다.
첫 번째는 실패를 했지만 다시 한국행을 준비했다. 2004년 10월 25일에 연길에서 떠나 북경에 26일 오전 11시 20분에 도착했다. 북경에서 대사관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 날 새벽에 60명이 잡히는 바람에 검문이 강화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시도했다. 10월 29일 새벽 5시에 대사관 앞에 갔지만 너무도 검문이 삼엄해 경찰들한테 걸려 ?기고 말았다. 끝내 앞차에 탔던 8명은 잡히고 나머지 20명은 다시 북경 민박집에 들어갔다. 경찰들이 그 집까지 찾아왔다. 우리는 밧줄을 타고 2층에서 뛰어내렸다. 무서운 전쟁판이었다. 경찰들한테 고춧가루를 뿌렸지만 계속 ?아왔다. 다행히 잡히지 않고 연길로 돌아왔다.

또 다시 동생의 죽음

이렇게 두 번이나 실패한 나는 이제는 한국하고 인연도, 아들과의 인연도 없구나 하면서 일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동생이 조선에서 탈북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되어 택시를 타고 소사하에 가니 온 몸이 불독처럼 붇고 얼굴에는 눈 밖에 보이지 않는 동생이 누워있었다. 동생을 만났는데 눈물이 다말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걷지도 못하는 동생을 데리고 안도에 와서 의사에게 보였더니 간에 물이 찼다는 것이다. 동생은 6월 4일에 장사를 하다가 잘 못 걸려 감옥에서 3년 판결을 받고 나를 찾아 도망치다가 회령 변방대에 붙잡혀 3달간 매를 맞아 나중에 죽게 되니 집에 가라고 내놓았다고 한다. 조선에서 한국에 갈려고 그랬냐고 하면서 마구 때렸고 손가락 짬(손가락 사이)에 나무를 끼우고 누르면서 고문을 했고 이리차고 저리차고 하면서 된매로 맞은 것이다. 온몸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너무도 부어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동생을 살리려고 이자돈 3천원을 빌렸다. 그런데 동생은 그 돈도 써보지 못하고 중국에 도착한 1주일 만에 죽고 말았다. 매 맞아 죽은 동생 시체를 보면서 너무도 원통하고 가슴이 매여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남은 것은 악밖에 없다. 어릴 적 선생님들이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고 부러움 없이 사는 조선. 무상치료 무상교육이 세상에서 조선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속은 비었고 껍데기만 써먹는 조선의 거짓이었다. 한 가정에서 10년 사이에 어머니, 언니, 동생이 약한 첩 먹어보지 못하고 입쌀 죽 한 그릇 먹어보지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 세상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원통함을 하소연 하자면 끝도 없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조선 어느 한 가정 이런 사연 가지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나는 손이 떨리고 목이 타들어가고 몸이 마비되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나라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사회에 부탁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나는 중국에 온지 7년이 되지만 언제한번 마음 편하게 살아보지 못했다. 단 하루라도 아들을 잊어 본적도 없다. 나 하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탈북자들이 하루빨리 자유를 찾고, 가족도 찾고, 자식 낳고 사는 부부들을 편안하게 해주길 바란다. 자식과 부모를 갈라놓은 나라는 조선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나라다. 세상에 알리고 싶다. 이런 조선은 예의도, 도리도 없고, 부모 자식간에 생이별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을 때리고 죽인다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조선에서 어머니, 언니, 동생을 잃고 지금은 아버지와 동생,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 채 살고 있다.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 아들을 제일 먼저 만나고 싶다.

제발 우리 같은 탈북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길 바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조선의 폭압정책이 무서워 인민들은 굶어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저 폭압정책이 무서워 말 한마디에 온 가족이 벌을 받게 되니 나쁜 것도 좋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죽어도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살겠다. 우리 탈북자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움을 주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대한민국 국민이 같은 민족으로써 탈북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우리들의 소원을 풀어주길 바란다.

2004년 12월 13일 중국에서 홍순희(가명.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