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회장을 지냈던 고 유일한 선생의 평전에는 러일전쟁당시 총, 포탄이 터지는 전장을 피해 산으로 뛰던 한 평양여성이 너무 급한 나머지 업고 가던 아이를 나무에 부딪혀 죽이고 혼자 피신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후에 이 여성은 전쟁이 끝난 후 교회에 내려와 자신의 죄를 울면서 회개했다고 한다. 이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피난 중에 살인, 도적, 강간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스스로 회개했다고 한다.

여인은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인륜을 저버린 패륜행위를 저질렀지만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놓고 보면 이는 명백한 살인행위이며 용서받기 힘든 죄이다.

그런데 수령의 초상화를 꺼내느라 물속에 빠진 자신의 아이를 구원치 않고 죽게 만든 어머니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갑자기 들이닥친 큰물 속에서 누구나가 다 자기 집 재산보다 먼저 백두산3대장군의 초상화를 정히 모시고 나온 우리 인민, 젖먹이 아이를 사품치는 물속으로 떠내려 보내면서도 초상화만을 품에 모시고 나온 이름 모를 녀인과 집 벽체 밑에 깔려 숨지면서도 초상화를 꼭 그러안고 간 로인의 감동 깊은 모습들은 수령과 인민사이의 혈연적 뉴대는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빛나는 화폭이였다.노동당 창건 62주년을 맞으며 ‘노동신문’에 게재된 정론의 한 구절이다.

평양여인처럼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소중한 재산을 건지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들은 종이 장에 불과한 수령의 초상화를 건지기 위해 자식을 죽이고, 재산을 버렸다. 그리고 수령은 자식을 죽이면서 자신의 초상화를 건져낸 살인자 어머니를 영웅으로 만들고 감동 깊은 모습이었다고 치켜세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눈길을 끈 것은 남측에서 김정일에게 선물한 남한드라마와 영화 DVD세트였다. 그 중에는 김정일이 이영애의 열성팬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영애의 출연작품들이 있었으며 영화 “말아톤”도 있었다.

이 영화는 나이는 20살이지만 정신연령은 5살 어린이의 수준인 자폐증 장애인 청년이 어머니의 지극정성과 본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마라톤 경주에서 1등을 해내는 눈물과 감동의 스토리이다.

영화에서는 얼룩무늬 말을 매우 좋아하는 주인공이 전철역에서 얼룩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다가 성추행 범으로 오해받아 매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다행히도 어머니가 달려와 “우리아이에게 장애가 있어요” 라고 설명해서야 주인공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아마 정상인이 지하철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는 성추행 범으로 철창신세를 지게 되었을 것이다. 요즘도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다 잡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나오지 않는가?

주인공은 정신연령이 어린아이의 수준인 정신지체 장애인이기에 그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용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고 김부자의 초상화를 건졌다는 여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추악하고 더러운 반인륜적 패륜행위이다. 만약 이 여성이 자폐증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면 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도 있다.

자폐증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기의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정신분열증인데 자신의 원망, 콤플렉스 또는 환각 ·망상 등에 적합한 형태로만 받아들이고 역행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정신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혼자서는 극복하기 힘든 자폐증 장애라도 가족들과 누군가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다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난관을 이겨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초상화를 건지고 아이를 죽인 자폐증 장애인의 여인 곁에는 그를 지켜주고 관심해 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가족과 누군가들이 없다.

오히려 장애 여인의 자폐 증상을 부추겨 영원히 구제불능의 자폐증 장애인으로 만들려고 할 뿐이다. 아니 그보다 그 여인의 가족이 더 심한 자폐증에 걸려 있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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