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MB 물가 52개 품목을 발표했다. 다른 물가는 올라가더라도 생필품 52가지만 오르지 않으면, 과연 경제 대통령! 요순시대가 따로 없도다! 이런 찬양의 소리가 5년 내내 성가실 정도로 울려 퍼지다가 전국 방방곡곡에 퇴임 훨씬 전부터 송덕비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리라, 그러니 52생필품 물가야, 꼼짝 말아라!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MB 물가는 전체 물가보다 평균 2배 가량 뛰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불과 3년 반 사이 83.9%나 올랐다. 삼겹살은 쇠고기보다 비싸져서 금겹살이 되었다. 모르는 게 없는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백신을 맞추느니 마느니 하며 허둥대다가 주둥이와 발이 썩는 병으로 돼지를 350만 마리나 생매장하고 3조 원의 혈세를 낭비한 MB식 국가경영의 중간 결산이다. 단, 제주도는 대통령이 직접 명령하여 한 마리도 생매장되지 않았다. 제주도의 공은 대통령이 차지했다! 전국적 실패의 책임은 서로 다툰 어느 두 장관이 짊어졌고.

시작부터 코미디로 출발하더니, 권력의 수도관에서 물이 솔솔 새기 시작하자 더욱 가관이다. MB는 노발대발 권력의 몽둥이를 어깨 위까지 높이 꼬나들고 호랑이 교장이 시골 초등학생 나무라듯 장관들을 질책하고 살기등등 동학군이 조병갑의 으리으리 99간 기와집 솟을대문을 지개작대기로 마구 후려치듯 대기업 총수를 향해 연일 가시 돋친 말을 던진다. 문학적인 표현도 흘린다. “기름 값이 묘하다!”

권력의 몽둥이를 휘둘러 명령과 협박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면, 독재 국가 특히 생산과 분배(유통)를 사실상 100% 장악한 공산독재 국가가 물가를 가장 잘 잡을 것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암시장 물가와 공산당 물가가 따로 있고, 공산당 물가(국영상점 가격)는 공산당 간부가 거의 공짜로, 100분의 1 내지 1000분의 1 가격(북한의 2002년 경제개선조치 당시 쌀값 기준으로 2400분의 1, 한국의 휘발유를 예로 들면 노동자농민은 리터 당 2천원으로 사고 그나마 돈이 있어도 살 수 없고 노동당 간부는 팁 포함 단돈 1원으로 사는 격)으로 물건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치부 수단으로 전락되었다.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암시장 물가와 공산당 물가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백 배(수만%) 뛰었다. 그렇게 되자 아연(啞然) 생산이 활발해졌고 공급이 무진장 늘어나서 이윽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균형가격이 형성되어 물가가 안정되었다.  

북한에서는 2009년 11월 30일 100:1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2년도 안 되어 그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사이 물가가 1만% 올랐다는 말이다. 북한은 만성적 생산 부족, 곧 공급 부족으로 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는데, 화폐 가치만 100배 올리고 오히려 생산을 미친 듯이 자극하는 장마당을 체제 위협세력으로, 반동세력으로 보아 사실상 한때 완전히 붕괴시켰으니,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에 기대지 않고 약간의 돈을 축적한 노동자농민 2천만을 다시 서울역의 노숙자보다 못한 알거지로 만들었던 것이다.  

중국은 최근에 물가 비상이 걸렸지만, 개혁개방이 제일 빨랐던 덕분에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생산이 활발해져 공급이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갔고, 도리어 넘치는 공급은 해외로 수출되어 디플레이션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또 하나 화폐(M2)를 적절히 관리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작년부터 물가비상이 걸린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돈을 너무 풀었고, 이자를 너무 낮췄고 임금을 너무 갑자기 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작년부터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공산국가인 중국보다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전국을 골고루 잘살게 한다며 토지 보상비로 150조 원을 풀었다. 외환위기가 잦아들자 이자도 계속 낮췄다. 신용불량자에게도 카드를 발급하고 돈을 빌려 주었다. 이명박 정부도 오십보백보다. 4대강이다, 보금자리주택이다, 금융허브다, 하여 생산도 없고 희망도 없는 곳에조차 돈을 마구 풀었다. 중국이 이자를 올릴 때도 계속 낮은 금리를 유지했다. 2011년 7월 14일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경제성장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심히 걱정되어서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물가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다. 그러면서 시장을 향해서 권력의 몽둥이를 들고 물가가 오르면, 자기만 잘살겠다고 가격을 올리는 악덕 기업과 얌체 구멍가게를 모조리 구족병 돼지처럼 생매장하겠다고 협박한다.  

규제와 벌금과 협박과 선심정책으로 갈팡질팡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하고, 화폐는 계속 풀고, 그러면서 공공요금은 그때그때 올리지 않고 계속 눌렀다가 이제야 어쩔 수 없다며 한꺼번에 올린다. 지금이라도 올리는 것은 맞다. 하여간 누르고 눌렀다가 이제 올리니, 너희들은 이해하고 올리지 마라, 정유공장과 주유소는 이윤을 사실상 남기지 말라, 단! 세금은 절대 못 내린다. 쓸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2007년 299조 원(노무현 정부)에서 국가부채가 2010년 392조 원으로 약 100조 원 늘었고(이자만 연간 20조 원), 286개 공기업 중 5대 공기업만 하더라도 2006년 88.8조 원에서 2010년 199.7조 원(전체는 386조 원)으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정부 구매(government purchase)와 공기업 투자에서만 3년 사이에 무지막지하게 200조 원 이상의 화폐를 시중에 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수효과까지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도 해마다 1%의 인플레이션을 조장했을 것이다. 이런 것이 고스란히 정유공장과 주유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간접적인 물가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기름 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죽어도 못 내린단다! 집권 초에 유류세를 환급하는 선심 정책을 쓴 것과는 천양지차 정책이다.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세무 공무원 한 명 더 고용하지 않고, 산유국(원유가)과 정유공장(정유 공급가)과 주유소(정유 소매가)가 다 합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은 돈을 세금으로 왕창 챙겨서 생산은 없고 곳곳에 잠시잠깐 생색만 내는 곳에 펑펑 쓰면서, 사회주의의 증오와 성리학의 개탄과 중도실용의 기회주의에 기대어 1년이 넘도록 을(乙)도 못되는 병(丙) 정도의 정유공장과 주유소를 질타하고 있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위대한 경제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일렬로 꼿꼿이 세워 두고 MB 물가에서 특별히 10개 품목을 골라 집중 관리하라고, 현장에 가서 뛰라고, 발상을 바꾸라고,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격노한다. 봉숭아학당에서 곧 단체 출연교섭이 올지 모르겠다.

(2011. 7. 21.)